OTT에 분 한글자막(CC) 열풍.. 비장애인들도 즐겨 이용
넷플릭스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청각장애인용 한글자막(폐쇄형 자막, CC: 대사와 화자의 이름 · 배경 음향 등을 함께 표시하는 자막)을 켜 놓고 작품을 감상하는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글자막을 활성화하면, 등장인물의 대사는 물론, 배경음악의 분위기에 대한 설명이나 배역 이름 등이 표시된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도 한글자막은 작품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는 것. 비장애인들은 한글 자막을 켜고 마치 대본집을 감상하듯, 등장인물의 대사를 부연 설명과 함께 읽는다.
그러나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에서는 한국어 자막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최근에 한국어 대사를 자막 처리한 작품이 있었지만, 영화의 일부 장면에만 자막이 삽입되어 청각장애인용 한글자막(CC)이라기엔 거리가 멀었다. 김한민 감독은 작년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의 전투 장면에 한국어 자막을 삽입했다. 김 감독이 이전에 연출한 <명량>은 전투 장면에서 화포 소리 등으로 인해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평이 있었기 때문. 이전에도 한국 배우가 한국어 대사를 하는 장면에 한글자막이 삽입된 사례는 있었지만, 주로 북한이나 제주도 사투리 등 일반 관객들에게 생경한 사투리 등에만 한정되었다.
영화관에서도 한국영화에 한글자막(CC)을?
이전에도 작품 전체에 청각장애인용 한글자막(CC)을 입힌 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작품 수가 매우 적고 장소와 시간 역시 한정적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지원하는 ‘가치봄’ 서비스를 전개 중이지만, 상영 횟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영진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3사가 지난해 상영한 ‘가치봄’ 영화는 전체 상영 횟수 대비 0.007%에 그쳤다.
또한 한글자막과 해설 서비스를 개봉 영화에 입히는 데에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시청각장애인이 영화 최신작을 개봉과 동시에 관람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올여름 개봉한 영화 <밀수>, <더 문>은 개봉일 이후 바로 한글자막(CC)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영진위는 주요 배급사 5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한국영화 대작의 한글자막(CC) 상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7/26(수) 개봉한 영화 <밀수>, 8/2(수)에 개봉하는 <더 문>, 그리고 9월 개봉 예정인 <1947 보스톤> 등의 영화가 한글자막(CC) 개봉이 확정되었다. 올 12월까지 한글자막(CC) 개봉이 예정된 한국영화는 총 6~7편이 될 전망.
다만, 영화의 모든 회차를 한글자막(CC)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글자막 개봉작의 전체 상영 회차에서 부분적으로 한글자막(CC) 회차가 편성된다. 외화를 관람할 때 더빙판, 자막판을 고를 수 있는 것처럼, 한글자막(CC) 상영도 유사하다.
또한, 전국의 모든 영화관에서 한글자막(CC) 상영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7월 24일 기준으로 한글자막(CC) 상영이 확정된 영화관은 총 48곳이다. 주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영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목 이젠 영화관에서 즐기자! 한국영화의 한글자막(CC) - 상영 영화 및 극장 안내 (7.18.기준) 작성자 영화문화저변화지원팀 정지원 (051-720-4856) 작성일자 2023.06.26 조회수 2,017 첨부파일 [홍보포스터] 이젠 영화관에서 즐기자, 한국영화의 한글자막(CC).jpg 카테고리 일반 이젠 영화관에서 즐기자! 한국영화의 한글자막(CC) * 한글자막(CC): 대사와 화자의 이름 · 배경 음향 등을 함께 표시하는 자막 청각장애가 있어도, 언어가 서툴러도, 한국영화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도! 한글자막(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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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AD)은 언제쯤?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장면과 상황을 음성으로 설명하는 화면해설(AD)가 필요하다. 화면해설(AD)은 별도의 청취 기기가 필요한데, 영진위에 따르면 올 연말쯤 극장에 화면해설(AD) 기기가 구비될 전망이다.
영진위가 2022년 10월 발표한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지난 1년간(2021년 8월~2022년 8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적 없다는 응답이 61.1%에 달했다. 시청각장애인의 관람을 지원하는 ‘가치봄’ 영화 자체도 본 적이 없는 것.
이는 가치봄 영화 상영 자체가 2020년 8편, 2021년 4편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고, 또 시각장애인이 영화관에 접근하고 매표소, 상영관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자블록 등의 유도 안내 시설조차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리어프리 영화의 현주소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사전적 정의는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이다. 따라서 배리어프리영화란, 청각장애인용 폐쇄형 자막이나 화면 음성해설 등으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영화를 뜻한다.
미국은 법으로 영화 제작•배급사의 배리어프리 기능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주요 영화관 체인인 ‘리갈 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영화관 중 약 80%에 화면해설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영화 상영관은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정작 필요한 편의시설 종류는 규정에 없기 때문에, 한글자막(CC)이나 화면해설(AD) 등의 제공은 의무가 아니다.
국내 OTT의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넷플릭스는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OTT다. <오징어 게임> 등 대부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폐쇄형 자막(CC)은 물론, 화면 음성해설(AD), 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TTS)을 지원한다.
티빙,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의 국내 OTT는 한글자막(CC)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동일한 콘텐츠가 여러 개의 OTT 플랫폼에 제공되는 경우, 영상과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OTT의 선호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OTT들은 작동 버튼의 대체 텍스트나 콘텐츠의 화면해설(AD) 기능 등을 지원하지 않아,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제작사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넷플릭스와는 달리, 국내 OTT들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국내 OTT의 상황은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따라서, 배리어프리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