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여러모로 뜨겁다. 한국영화 ‘빅 4’(<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각축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영화들은 저마다 다른 장르, 다른 배우들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무려 ‘빅 4’중 두 작품, <밀수>와 <비공식작전>에 참여한 배우가 눈에 띈다. 다름 아닌 배우 김종수다.

사진 출처=아티스트컴퍼니

김종수는 1964년생, 부산 출신의 배우다(배우 활동은 울산에서 오래 해서 울산 출신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가 극단에 입단한 것은 1984년.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그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 출연하면서부터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연극부터 치면, 곧 연기 생활 40주년을 맞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속 김종수

배우 김종수는 <밀수>, <비공식작전> 이외에도 그야말로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온 배우다. 작년에는 <헌트>, <인생은 아름다워>, <킹메이커> 등의 영화에, 올해는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영화 <유령>·<드림>, 그리고 곧 공개될 디즈니플러스 <무빙>, 그리고 <화란> 등까지. 김종수는 굵직한 작품이면 빼놓지 않고 이름이 불리는 배우가 되었다. 진중함과 코믹 연기, 선한 역부터 악한 역할, 가진 게 너무도 많은 역할부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소시민까지. 연기 폭이 넓은 것이야말로 그의 두드러진 장점이다. 그래서 <밀수>, <비공식작전>을 포함해 배우 김종수의 인상적인 역할들을 모아봤다.


노련하면서도 신선한 모습

<밀수> 세관 이 계장

김종수는 지난 26일 개봉한 <밀수>의 주연 6인방 중 한 명으로, 세관의 이장춘 계장 역을 맡았다. <밀수>는 주연배우들의 6인 6색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김종수가 맡은 세관 이 계장은 조춘자(김혜수), 엄진숙(염정아)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세관의 눈을 피해 밀수를 성공적으로 해내고자 하는 해녀들에게는 ‘빌런’인 셈. 매 작품마다 다양한 역할을 보여온 김종수는 빌런 역할 역시 노련하게 소화해 내며,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 계장 역에 김종수를 낙점한 이유로 “이 연배의 배우들이 가질 수 없는 신선함이 있다. 그리고 항상 의외의 모습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수는 “해병대 출신이고, 남포동에서 자라 수중 액션은 문제가 없었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명품 조연

<비공식작전> 외무부 최 장관, <헌트> 안기부 안 부장

<비공식작전> 속 김종수

8월 2일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김응수, 박혁권 등 명품 조연들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김종수는 외무부의 최 장관 역할을 맡았다. <비공식작전>은 1987년, 독재 정권 아래 안기부가 큰 권력을 지녔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외무부 최 장관은 청와대와 안기부 등 정권 실세의 눈치를 보면서도 피랍된 외교관의 몸값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외무부는 자국 외교관 피랍 사건에서조차 안기부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 김종수는 안기부장 역의 김응수에게 쩔쩔매면서도, 상사다움을 잃지 않는 외무부 장관을 연기했다.

<헌트> 속 김종수

재밌는 것은, 그가 <비공식작전>에서는 안기부장에게 수그리는 역할이었다면, 반대로 이정재 감독의 영화 <헌트>에서는 안기부장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헌트>에서 김종수가 맡은 안기부장은 서사 내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적인 얼굴의 김종수

<미생> 김부련 부장,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봉현철 부장

김종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울림이 있다. 김종수의 얼굴에는 인간미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맡는 역할들은 직업과 성격, 그리고 처한 배경은 다를지언정 은근히 인간적인 면모를 내비치곤 한다.

<미생> 속 김종수. 출처=미생 공식홈페이지

<미생>의 김부련 부장도 그랬다. 드라마 <미생>은 김종수가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본격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김종수는 오상식 과장(이성민)의 상사, 김부련 영업본부 부장 역할을 맡았다. 김 부장은 단순히 선하다, 혹은 냉철하다 등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분명 마냥 따뜻하지는 않지만, 부하직원을 챙기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극 말미에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기도 했다. 김종수의 김 부장은 <미생>의 리얼리티를 높이며 톡톡한 존재감을 뽐냈다. 드라마의 흥행 덕분에, 김종수는 한동안 식당에 가면 ‘김 부장’으로 불렸다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본 관객이라면 정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이름, 봉현철 부장. 김종수는 봉현철 부장이 실존한다면 꼭 그런 얼굴을 할 것만 같은 사람이다. 선함을 숨길 수 없는 그의 얼굴은 미워할 수 없는 소시민의 모습을 진하게 풍긴다. 회계부의 봉현철 부장은 회사 내에서 보람(박혜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유일한 인물.


이병헌 감독의 픽!

<드림>의 노숙인 김환동, <극한직업>의 치킨집 주인아저씨

<드림> 속 김종수

위의 영화들에서는 김종수가 사회적으로 한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었다면, <드림>에서 맡은 역할은 그와는 정 반대다. 이병헌 감독의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김종수는 사장에서 노숙자가 된 ‘김환동’ 역을 맡아, 축구팀의 최고령 멤버, 그리고 정신적 리더로 활약했다. 김종수가 뭉클하고 짠하게 그려낸 김환동의 서사는 영화의 감동을 책임지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영화의 인연으로 인해, 배우 아이유가 김종수가 출연한 <밀수> 시사회를 찾기도.

<극한직업> 속 김종수

사실, 이병헌 감독과 김종수와의 인연은 꽤나 오래되었다. 김종수는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긍정이 체질>에서 마 교수 역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천만 영화 <극한직업>에도 출연하기에 이른다. <극한직업>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치킨집 주인아저씨. 형사들에게 자신의 치킨집을 넘긴 바로 그 인물이다. 참고로, <극한직업> 예고편에도 삽입되어 폭소를 낳은 “오~ 아메리칸 스타일”은 김종수의 애드리브였다고.


영화 속 최고의 1분

<1987> 박종철 열사 아버지

<1987> 속 김종수

김종수가 출연한 작품 중, 출연 시간 대비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작품을 꼽자면 단연 <1987>이 아닐까. <1987>에서 김종수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역으로 열연했다. 눈을 맞으며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단연 영화 최고의 1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꽁꽁 얼어버린 강에서 아들의 유골을 뿌리는 아버지의 모습. 내공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연기는 묵직한 울림을 낳았다. 김종수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서 ‘어떻게 해야 누를 끼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까’ 하며 고민했다고 한다.


드디어 올라선 1인자의 자리

<킹메이커> 박기수 대통령

김종수는 외무부 장관, 안기부장 등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역할과 더불어 ‘끝판왕’ 대통령 역할 역시 맡은 적이 있다. 변성현 감독의 영화 <킹메이커>에서 김종수는 매 등장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명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김종수가 연기한 대통령은 여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대선을 앞두고 점차 입지를 키워가는 ‘김운범’(설경구)을 경계하고 위협한다. 영화 속 여야 간의 갈등은 김종수를 포함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생생하고 팽팽하게 묘사되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