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현실은 시간 개념이 다르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현실에서와는 다른 영화적 시간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말씀. 상영시간이 2시간 짜리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영화 안에서도 인물들이 2시간 안에 모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영화에서 범인을 뒤쫓는 어느 경찰과의 약 2분 간의 추격 장면을 만들었다 치자. 관객은 그 추격 장면을 2분 동안 보고 있는데 실제 인물들이 영화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은 20분 넘게 흐를 수도 있단 말씀.물론, 현실의 시간이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마치 실시간 방송을 보는 것 같은 감상을 위해 만들어지는 영화도 있다.

시리즈물을 보는 재미, 시간
많은 영화 가운데 오랫동안 시리즈로 연작을 이어나가며 만드는 영화 가운데 이런 현실과 영화 사이의 시간 개념 차이를 재미있게 이용하는 영화가 있다. 예를 들면 1편이 제작된 시기부터 2편이 만들어진 시기 사이의 실제 현실에서의 시간 차이를 영화 설정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거다.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영화가 1996년에 개봉했다고 하면, 20년 후에 만들어진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서의 영화적 시간 역시 20년 후의 모습을 다루는 식으로 말이다. 영화 속 지구는 20년 전에 지구 침공을 당했는데 그 최악의 재난 상황을 20년 만에 또 다시 겪어야 하는 거다.

20년 만에 돌아온 지구 침공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1996년 최고 흥행작
1996년 전세계 흥행 1위에 빛나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가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편의 연출을 맡았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또 한 번 뭉쳐 흥행 신화를 재현해내고자 나선 것이다. 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당시 <인디펜던스 데이>가 개봉했던 1996년 극장가는 큰 화제였다. 백악관이 부서지고 미국 대통령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전세계 주요 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이 영화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영화에서 지구가 침공 당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죽지도 않고 또 쳐들어온 외계인 놈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 침공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침착하게 전투를 지휘했던 토마스(빌 풀만) 대통령과 처음으로 외계 공격 신호를 발견하는 과학자 데이빗(제프 골드브럼), 미친 조종 실력을 보여줬던 스티븐(윌 스미스) 대위 이 세 사람의 활약 때문이었다.
그 속편인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서도 이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 안에서도 똑같이 20년이 흘렀다는 설정이니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스티븐 대위 대신 그의 아들인 딜런(제시 어셔)과 토마스 대통령 대신 그의 딸 패트리카(마이카 먼로), 그리고 패트리카의 연인이자 새로운 전투기 조종사 제이크(리암 헴스워스)가 등장한다.

그럼 1편을 안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

아니다.
웬만하면 전편을 선관람한 다음에 속편을 보는 게 좋다. 왜냐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들이 왜 싸우는지 왜 좋아하는지 전편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역시 많은 내용이 이어지니 전편 내용 숙지는 필수다.

현실의 시간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지속된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

안 궁금하다고 해도 이야기하려고 했다. 위에서 설명했던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처럼 20년 후에 만들어졌으니 영화 안에서도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의 다른 시리즈 영화는 어떤 게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크리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마이클 B. 조던, 그레이엄 맥타비쉬, 테사 톰슨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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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의 영화같은 성공 스토리는 바로 <록키> 시리즈와 함께 했다. 무명의 배우가 실제 살던 집에서 실제 입고 다니던 옷을 입고 어렵게 배 곯아 가면서 찍은 <록키> 시리즈로 실베스타 스탤론은 세계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역시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록키도 권투선수로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실베스타 스탤론은 1976년 1편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껏 무려 6편의 시리즈에 계속 등장하면서 무려 40년의 세월 동안 한 시리즈에서 한 캐릭터를 연기한 세계에서 유일한 배우의 자리에 올랐다.  

쥬라기 월드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닉 로빈슨, 타이 심킨스, 이르판 칸, 빈센트 도노프리오, 주디 그리어, 케이티 맥그라스, 제이크 존슨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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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을 거다. 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외계 침공만큼이나 최악의 재난 상황을 보여주는 <쥬라기 월드>는 전작 <쥬라기 공원2> 이후 22년이 흐른 현재, 다시 한 번 공룡 파크를 재개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2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최첨단 기계 설비로 테마 파크를 만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멍청하고 이기적인 인간들 때문에 대참사가 반복된다. 이전 시리즈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만 알 수 있는 깨알 재미를 곳곳에 오마주한 흥미로운 시리즈 3편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제이슨 클락, J.K. 시몬스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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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상 최고로 멋있는 되돌이표남, 터미네이터가 죽지도 않고 돌아왔다. 과거 시리즈 영화 속 장면은 기억나지 않아도 분명히 그가 돌아온다고 했던 명대사는 모두가 잊지 않고 있을 터. 그래서 할리우드는 역사상 가장 멋진 1984년생 시간여행 로봇 보디가드를 다시 부활시켰다. 1편의 터미네이터와 30여년 후의 늙은 터미네이터가 만나 싸우는 장면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 비밀의 무덤

감독 숀 레비

출연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댄 스티븐스, 레벨 윌슨, 오웬 윌슨, 벤 킹슬리, 딕 반 다이크, 미키 루니, 스티브 쿠건

개봉 2014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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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 선을 보인 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역시 현실의 시간과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한 시리즈로 기억된다. 물론 그것은 영화가 계속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밤이면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이 마법의 생명을 얻어 살아난다는 아동용 판타지 영화 같은 상상력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를 흥미롭게 만들었고 실제 전세계 박물관 방문율을 엄청나게 높여준 영화로도 기억된다. 마지막 3편은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살아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작으로도 알려져 있다.

비포 미드나잇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뮤스 데이비 핏츠패트릭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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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8년. 처음 <비포 선라이즈>라는 잊지 못할 로맨스 영화가 만들어진 때가 1995년이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이후 18년 동안 같은 영화 시리즈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현실의 배우로서도 영화 속 캐릭터로서도 동시에 나이를 먹으며 늙어갔다. 현실이 영화인지, 영화가 현실인지 헷갈릴 만큼 말이다. 젊은 시절에 만나 연기를 했던 두 배우는 2003년 <비포 선셋>에서 또 만났다가 그 인연을 2013년 3편인 <비포 미드나잇>까지 이어온다. 세월의 흐름이 영화 속 이야기와 함께 배우들의 얼굴에서도 동시에 느껴지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감동 역시 배가됐다.

제이슨 본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토미 리 존스, 뱅상 카셀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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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아직 개봉 안 한 미개봉작인데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무려 9년 만에 여전히 그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로 돌아올 거기 때문이다. 누가? 바로 제이슨 본이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영화 제목도 자기 이름으로 대신했다. 이번에는 내가 누군지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아니 제대로 알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번에는 제발 좀 그가 누군지 밝혀졌으면 좋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