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장이 문을 닫으면 극장가에 또 한 번의 성수기가 온다. 8월 14일 기준, 여름 한국영화 빅 4(<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중에서는 <밀수>가 현재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가운데, 9월 말 추석 연휴를 맞아 또 한 번 한국영화들이 대거 개봉할 전망이다. 작년에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 유일하게 추석 연휴를 노린 한국영화였으나, 올해는 한가위처럼 푸짐한 3편의 영화가 전국의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
2023년 추석 연휴는 샌드위치 휴일을 포함하면 최대 6일의 휴일을 누릴 수 있어, 일찌감치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많다. 색다른 추석 연휴를 즐기고 싶다면, 도심 한복판의 영화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 최초 마라토너들의 감동 실화
<1947 보스톤>
감독 강제규
출연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배급 콘텐츠지오·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빅픽처
개봉일 2023년 9월 27일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신작을 들고 올 추석 찾아온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한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 하정우가 손기정 역을, 임시완이 서윤복 역을 맡고 박은빈이 특별출연했다. 이로써 배우 하정우는 한국영화 여름 대전에 이어 추석 대전에도 참전하는 셈.
손기정 선수는 1936년도 베를린 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운 금메달리스트다. 다만, 한국 이름 ‘손기정’이 아닌 ‘손기테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국적으로 수상한 빛바랜 금메달이었다. 당시 손기정은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고개를 숙이고 시상대에 올랐다. 기미가요가 흘러나올 때, 손기정은 들고 있던 월계수 나무로 자신의 옷에 새겨진 일장기를 가렸다. 최근 공개된 <1947 보스톤> 포스터에서는 손기정 역을 맡은 하정우가 당시 손기정의 모습을 재연해 눈길을 끈다.
1947년, 광복 이후 손기정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다만, 손기정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국가대표 마라토너 ‘서윤복’의 땀과 눈물이 빛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다.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은 실제로 영화 촬영 후 러닝이 취미가 되어, 러닝 크루에도 소속되어 있다고. 지금도 매일 걷는 배우 하정우와 잘 달리는 배우 임시완의 감동적인 서사가 기대되는 영화다.
김지운 X 송강호 재회한 칸 초청작
<거미집>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루스이소니도스
개봉일 미정(추석 연휴 전)
송강호를 무려 8번째로 칸에 인도한 작품 <거미집> 역시 올 추석에 개봉할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거미집>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후, 12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조용한 가족>(1998)부터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까지, 송강호는 단연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하다. 한편,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배우 임수정과 <장화, 홍련>(2003) 이후 20년 만에 재회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오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는 오정세, 영화와 드라마 두 영역에서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전여빈과 크리스탈이 <거미집>의 주요 인물을 맡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다. <거미집>은 이미 촬영을 마친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영화가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 감독’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다. <동주>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조류인간>, <로마서 8:37> 등 연출작마다 진중한 여운을 남긴 신연식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 김지운 감독의 초창기 작품들을 떠오르게 하는 코미디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 한편, <거미집>은 1970년대 한국영화계에 분 검열의 바람과 그로 인한 고난이 배경이 된 이야기가 될 예정.
강동원의 미스터리 퇴마극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감독 김성식
출연 강동원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세미콜론 스튜디오·CJ ENM STUDIOS
개봉일 미정(추석 연휴 전)
당초 ‘빙의’라는 가제로 알려졌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올 추석 개봉을 확정 지었다. 영화는 후렛샤(글)·김홍태(그림) 작가가 2014년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빙의>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능글맞은 천박사는 배우 강동원이 연기하며, 이솜은 천박사와 함께 사건에 뛰어든 ‘유경’을, 이동휘는 천박사의 파트너 ‘인배’ 역으로 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