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투 미>

이 영화는 심장을 뛰게 한다. 무서워서, 그리고 기대돼서.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영 중인 A24의 영화 <톡 투 미>(Talk to Me) 이야기다. 202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 후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톡 투 미>는 '호러 명가'로 알려진 A24의 새로운 호러 명작으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벌써 몇몇 기록까지 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어떤 영화인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모으고 있는지 정리했다.


'분신사바' 했다가 망가지다

미아(소피 와일드)와 친구들은 어느 날 방부 처리된 인간의 손을 얻는다. 이 손은 누군가가 쥔 상태에서 “톡 투 미”(내게 말해줘)라고 읊으면, 영혼을 불러온다는 소문이 있다. 이들은 영혼을 불러와 사후 세계와 소통하고자 파티를 열고, 이 강령회를 하던 도중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며 미아와 친구들은 위험에 빠진다.

<톡 투 미>

<톡 투 미>의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분신사바'가 있고 해외에도 '위자보드'라는 도구가 이와 유사하다. 다만 앞선 두 가지가 단순히 '귀신을 불러와 소통한다'는 방법이라면, <톡 투 미>는 손을 잡은 사람에게 영혼이 깃드는 것으로 표현한다. '귀신/영혼이 안 보이지 여기 있다'는 것으로 공포심을 자아내는 두 방법과 달리 <톡 투 미>의 방식은 영혼이 깃드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공포감을 좀 더 극대화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이 무시무시한 상황 이후, 강령회로 일어난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미아는 다시 강령술을 실행한다. 쫓기고 쫓기다가 결국 패배하거나 얼렁뚱땅 결말을 맞이는 호러 영화들이 적지 않은데, <톡 투 미>의 전개는 일견 스릴러 영화나 성장 영화처럼 인물의 심리와도 연관돼 있어 궁금증을 자극한다.


어쩌면 2023년 최고의 호러 영화...?

<톡 투 미>의 로튼 토마토 평가란

<톡 투 미>가 바다 건너 한국 관객들에게도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영화 공개 후 호평이 쏟아지면서부터다. 일단 이제는 한국 관객들도 익숙한 '로튼 토마토'를 인용하자면 신선 지수 95%를 유지하고 있다. 평가들을 보면 대체로 고전적인 양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호러를 완성했다는 반응이 많다. 현재로서는 올해 개봉한 호러 영화 중 최고 점수이며, 2023년 연내 공개될 영화들도 이 기록을 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평가에서 유독 '아날로그 방식'이란 단어가 자주 보이는데, 이는 <톡 투 미>로 영화계에 감독 데뷔한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 필리푸, 마이클 필리푸의 취향과 경력이 반영된 결과. 호주에서 유튜버(RackaRacka 채널)로 활동할 당시에도 두 사람은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극대화한 '피 칠갑' 영상들을 자주 게시했다. 그간의 노하우가 <톡 투 미>에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톡 투 미>

물론 <잇 컴스 앳 나잇>처럼 역대급 호평을 받다가 호불호로 완전히 갈리기도 한다.

물론 신선 지수만 놓고 볼 수 없다. 로튼 토마토를 자주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신선 지수는 평론가들의 종합적인 평가이기에 관객들의 반응과 판이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A24 배급의 호러 <잇 컴스 앳 나잇> 같은 경우 신선 지수에서 88%를 받으며 엄청난 기대를 모았지만,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한 '호러답지 않은' 부분들이 관객들에겐 큰 괴리를 주며 팝콘 지수 44%로 엎어진 바 있다.

그래도 <톡 투 미>는 그것과는 달라 보인다. 관객들이 부여하는 팝콘 지수도 82%로 준수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평론가들의 점수 대신 실관람객들의 평가로만 측정되는 '시네마스코어'에서도 B+로 평가했다(시네마 스코어는 개봉 당일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평가한다). IMDb점수에서도 7~8점에 집중돼 있으니 호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도, 참신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영화일 것이다.


A24 최고 실적의 호러 영화

<톡 투 미>

아직 한국 개봉일자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톡 투 미>는 벌써 새로운 흥행 기록을 하나 써 내려갔다. 바로 A24가 배급한 호러 영화 중 북미 흥행 성적을 경신한 것. 직전까지 A24 호러 중 북미 최고 흥행작은 <유전>이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은 한 가족이 겪는 불가사의한 일을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당시 <유전>이 세운 흥행 성적은 4407만 달러.

<톡 투 미>는 개봉 39일 만에 이 성적을 뛰어넘었다. <톡 투 미>의 현재 흥행 성적은 4457만 달러. <톡 투 미>의 제작비는 450만 달러로 알려졌으니 벌써 10배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직 개봉 안 한 국가도 있으니 월드 와이드 성적도 꽤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현재 <톡 투 미>의 월드 와이드 성적은 5894만 달러. A24 배급작 중 5위에 해당한다고 한다(1위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유일하게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벌써 준수한 성적을 거둔 덕분에 벌써 속편 제작까지 확정됐다.


A24는 이번 작품을 선댄스 영화제에서 눈여겨보고 꽤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다고 한다. A24뿐만 아니라 여러 배급사가 <톡 투 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A24가 배급권을 거머쥐게 되었다고. 그 덕에 자사의 흥행 기록도 경신하고, '호러 명가'라는 명성도 돋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A24의 선구안을 앞으로도 믿어봄 직하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