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하면 떠오르는 것. '미모'와 '패션'입니다. 행사 당시, 좀처럼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과감히 시도하는 차림새가 늘 화제를 모으긴 하지만, 어떤 옷을 입어도 그 캐릭터의 당위를 부여하고야 마는 영화 속 의상들이 매우 인상적. 강동원의 캐릭터들이 그동안 선보인 패션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봤습니다. let's go!
강동원은 영화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귀여운 시골청년 희철을 연기합니다. 그는 열차에서 만난 영주(김하늘)와 애인 사이라고 가족들에게 오해받는데요. 사기꾼인 영주는 희철의 동생에게 둘이 처음 만난 순간을 거짓으로 전해줍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희철은 그때 저렇게 촌티/느끼함이 뚝뚝 떨어지는 빨간 '마이'에 꽃분홍 셔츠를 입고 있었죠.
희철은 '고추청년 선발대회'에 출전합니다. 턱시도를 말쑥하게 차려입고 트로트를 부르는 것도 모자라, 입안 가득 고추를 우겨넣어 씹어먹는 활약으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죠. 그야말로 '울며 고추 먹기'.
<늑대의 유혹>의 태성은 고등학생입니다. 그가 좋아하는 한경(이청아)의 '옆학교 짱'이죠. 물론 교복을 입고 나오는데, 당시 24살이었지만 위화감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학교에 붙어 있지 않는 캐릭터라 사복을 입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번엔 자객입니다. 형사 남순(하지원)과 대결을 벌여야 하지만, 서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슬픈눈'역입니다. 저승사자와도 같은 온통 시커먼 복장에 그 이름처럼 우수에 젖은 눈을 하고 남순의 곁을 맴돕니다. 누가 봐도 과해 보이는 이 설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마 강동원뿐일 거예요.
공지영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사형수 윤수를 연기합니다. 정확히는,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사형수죠. 강동원의 건조한 표정에서 묻어나는,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관객들의 눈물을 끌어냈습니다.
<형사>에 이어 다시 이명세 감독과 함께한 <M>. 민우는 영화 내내 잿빛의 수트 차림입니다. 다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 미미(이연희)와 '안개'를 부르는 짤막한 대목에서 여름 교복을 입은 강동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우치는 진지함이란 찾을 수 없는 도사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콘셉트에 맞춰, 의상 역시 캐주얼스러운 한복입니다. 멋지다기보단 귀엽죠. 벙벙한 핏이 우치의 호방한 성격을 제대로 드러냈습니다.
<의형제>의 강동원은 특별한 의상을 선보이진 않았습니다. 북에서 버림받은 간첩인 지원은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아주 평범하거나 입거나 저렇게 모자를 눌러 쓰고 거리를 다닙니다.
사연은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아무튼 <초능력자>의 초인은 악(惡)입니다. 의상 자체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지만, 머리까지 희끗하게 물들여 회색빛으로 톤을 맞추니, 초인의 범상치 않음이 그럴 듯하게 설득됩니다. 강동원의 깡마르고 퀭한 외모가 초인의 외로움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아마 <군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강동원의 신작에서 '코스프레'를 기대하게 된 건요. 조선 최고 무관 출신의 조윤은 극악한 방법으로 백성의 고혈을 쥐어짭니다. 마을을 쑥대밭을 만든 것을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돌무치(하정우)와 처음 결투를 벌일 때 그는 수의를 입고 있습니다.
조윤은 나쁜놈입니다. 하지만 매우 매력적이죠. 칼같이 한복을 차려 입은 채 선보이는 그의 무예는 아주 우아합니다. 악랄하지만 아름다운 그는 선하고 우악스러운 무치보다 분명 더 사랑 받는 캐릭터였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대수와 미라(송혜교)는 조로증인 아들 아름을 키웁니다.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는 17살에 얻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공사장 인부, 경호원, 택시 기사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합니다. 영화에서 강동원은 무려 33살에 고등학생을 연기합니다. 하지만 굴욕 이즈 낫띵.
<군도>에 이은 또 다른 강동원의 코스프레 레전드, <검은 사제들>입니다. 강동원이 신부를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뭇 팬들은 신부복을 입고 성경을 읊는 강동원을 만난다는 사실에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대성공! 저렇게 인중에 치약을 발라도 무결점 미모까지...
길쭘한 신부복을 거뜬히 소화하는 건 물론, (강동원의 또 다른 매력으로 손꼽히는) 근사한 목소리로 읊는 여러 언어의 성경 구절까지, 강동원의 최부제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존재는 한국에서는 꽤 낯선 오컬트 장르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통로이기도 했죠.
억울하게 복역하는 검사 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사기꾼 치원은 그의 누명벗기 작전을 돕습니다. 선거사무소에 위장취업한 그는 유세 현장에서 'Bomba'에 맞춰 춤을 추는 코믹한 장면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이 음악도 빵 떴죠.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은, 13살에 실종돼 성인이 되어 돌아온 소년 성민을 연기합니다.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친구 수린(신은수)을 찾아온 그의 행색은 남루합니다. 판타지를 표방하는 영화는, 여기저기서 묻은 때가 절어 있는 펑퍼짐한 후드집업을 걸치고 있어도 전혀 추레해 보이지 않는 강동원의 모습부터 판타지를 마구 드러냅니다.
어째... 눈의 호사 좀 누리셨나요? 10년 넘게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강동원이어야만 하는'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천부적인 미모,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씨네플레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영화 속 의상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하트♡와 함께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