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는 오는 2월 26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많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담론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드니 빌뇌브의 차기작과 차차기작 역시 엄청난 SF 영화라서 더욱 기대가 큽니다.
 

<컨택트>

일단 잘 알려진 대로 리들리 스콧의 위대한 고전 <블레이드 러너>가 드니 빌뇌브에 의해 <블레이드 러너 2049>라는 이름으로 후속편 제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하고 원작의 해리슨 포드가 돌아온다는 소식이지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10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봅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1차 예고편

<블레이드 러너> 리메이크만큼이나 SF 팬들을 현기증 나게 하는 소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데이빗 린치의 <사구(DUNE)>(1984) 역시 드니 빌뇌브가 리메이크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영화의 원작소설인 ‘듄(DUNE)’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입니다. 프랭크 허버트가 6부까지 완성하고 세상을 떠나자 아들인 브라이언 허버트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시리즈를 이어갔지요.
   
  ‘듄’은 신비의 물질 ‘스파이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주 서사극입니다. 작품은 1965년에 네뷸러상을, 66년에 휴고상을 받았고 게임으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SF 활극이 아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진 자의 고뇌를 중심으로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명작이며 엄청난 세계관을 구축한 대작이지요.
 

<사구>(Dune)

<듄>은 한때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스케일로 영화화가 준비된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바로 <홀리 마운틴>으로 컬트 영화의 ‘마왕’이라고 불리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였죠. 그의 작품 <엘 토포>는 존 레논이 직접 판권을 샀을 정도로 문화계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듄> 영화화 프로젝트 역시 당시 문화계의 괴인들이 잔뜩 포진한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의 듄> 포스터

일단 캐스팅이 진행된 인물이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 <시민 케인>의 감독 ‘오손 웰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였습니다. 음악을 맡았던 뮤지션 중에는 핑크플로이드가 있었죠. 소설의 세계관을 비주얼로 표현하는 데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했는데요. 사이키델릭한 작품 세계로 유명한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 훗날 <에이리언>의 비주얼 컨셉을 만든 화가 H.R.기거, SF 소설 표지 전문 아티스트 크리스 포스 등 다양한 문화 괴인들이 총집합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때 그려진 3000여 장의 컨셉아트는 문화재처럼 후대에 전해져 다양한 SF 영화의 초석이 되었지요.

그러나 결론을 말하자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듄>은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이 영화를 최소 12시간짜리로 만들고 싶어했거든요. 쿨럭. 제작사는 놀라자빠질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프로덕션은 좌초되고 말았지만, <듄>의 우주만큼이나 장대했던 당시의 상황들은 다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의 듄>(2013)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Jodorowsky's Dune Official HD Trailer

이런 과정을 거쳐 <듄>은 데이빗 린치가 영화로 만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엔 <사구(DUNE >(1984)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지요. 당연히 조도로프스키가 기획했던 스케일은 아니었고 흥행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컬트 영화가 그렇듯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데이빗 린치의 <사구>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또한, 미국 케이블 사이파이 채널에서 <듄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TV 시리즈가 진행된 적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듄>은 드니 빌뇌브에게 갔습니다. 사실 ‘듄’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반지의 제왕’ 영화화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도전입니다. 게다가 위대한 선배 감독들이 이미 손댄 적 있는 작품을 드니 빌뇌브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컨택트>처럼 미래를 훔쳐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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