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만 관객을 동원한 <더 킹>에는 제작지원에 참여한 남성복 브랜드 '파크랜드'의 PPL이 여러 순간,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좀 민망하다 싶을 정도다.
그래서 브랜드와 영화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섞여 관객들의 인식에 제대로 들어박힌 케이스를 한데 모아봤다.
역시 영화를 잘 만드는 이들은 PPL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고, 명작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출발!
<캐스트 어웨이>
(2000)
윌슨(Wilson) 배구공 페덱스(FedEx)
<캐스트 어웨이>는 페덱스 직원인 척(톰 행크스)이 무인도에 불시착해 생존해내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직장이 페덱스고,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이 담긴 박스에도 그 로고가 찍혔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바로 윌슨 배구공. 척은 배구공에 자기 피로 얼굴을 새겨 브랜드 이름을 따 윌슨이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랜다. 윌슨이 떠내려갈 때 오열하는 척을 보면, 눈물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빽 투 더 퓨쳐 2>
(1989)
나이키(Nike) 펩시(Pepsi)
<빽 투 더 퓨처 2> 역시 <캐스트 어웨이>와 마찬가지로 로버트 저메키스의 간접광고 감각(?)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나이키 신발, 미래형 펩시 콜라, 타임머신이 되는 드로리안 자동차, 전자레인지로도 완성되는 피자헛 피자 등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잊어버리 힘든 제품들이 이야기 속에 적절히 녹아 있다. '미래에도 건재하다'는 인식만큼 강력한 광고가 또 있을까.
<탑건>
(1986)
레이밴(Ray-Ban) 에비에이터
항공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탑건>. 배경이 배경인 만큼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은 주구장창 보잉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등장한다. 레이밴의 상징과도 같은 이 모델은 영화로 인해 판매량이 40%나 상승했고, 지금도 선글라스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톰 크루즈는 1983년작 <위험한 청춘>에서 레이밴의 웨이퍼러 모델도 히트시킨 바 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3)
산토리(Suntory) 히비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배경은 일본 도쿄다. 주인공 밥(빌 머레이)은 위스키 광고 촬영을 위해 일본에 방문한 영화배우다. 그 위스키가 일본의 국민적인 주류 브랜드 산토리의 것. 흐리멍텅한 소통이 느리게 이어지는 도시 도쿄. SF영화의 풍경처럼 밥의 얼굴이 찍힌 산토리 광고가 도처에 떠 있다.
'더티 해리' 시리즈
(1971~)
매그넘(Magnum) 44구경
'더티 해리'의 또 다른 주인공은 44구경 매그넘이다. "확실한 건 이 .44 매그넘은 세계에서 제일 강력한 권총이고, 네놈 골통쯤은 깨끗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거지." 별 존재감이 없던 이 모델은 해리(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저 멘트를 날리면서부터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권총이 됐다. '이것이 법이다'로 알려진 2편의 원제는 'Magnum Force'다.
<E.T.>
(1982)
리즈피스(Reese's Pieces)
엘리엇(헨리 토마스)은 느닷없이 자기 집 앞에 나타난 외계인 이티를 천천히 집으로 유인한다. 그때 쓰이는 게 리즈피스 초콜릿이다. 외계인마저 홀리게 만드는 초콜릿이라니,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무려 판매량이 3배나 뛰었다고. 애초 스필버그는 m&m's를 사용하길 원했으나, 마스사에서 거절해 리즈피스를 쓰게 됐다. 갓 오브 어부지리.
<로마의 휴일>
(1953)
베스파(Vespa)
간접광고의 흔적은 고전영화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가 <로마의 휴일>의 베스파다. 로마에 방문해 스케줄에 시달리던 공주 앤(오드리 햅번)이 조(그레고리 펙)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 로마를 현대문물인 스쿠터로 가로지르는 쾌감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들어맞았다. 이후 베스파는 대중문화의 수많은 순간에 노출되며 이동수단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2007~)
쉐보레(Chevrolet)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서 전투를 벌인다는 콘셉트로 전지구인을 사로잡았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가장 주목 받는 건 시리즈의 마스코트 범블비일 터. 범블비와 함께 그 기본이 되는 모델인 쉐보레 카마로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GM은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트랜스포머'를 내세운 마케팅 공략을 펼치기도 했다.
'택시' 시리즈
(1998~2007)
푸조(Peugeot)
프랑스 오락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택시' 시리즈의 무기는 바로 '엄청나게 빠른 택시'다. 저렇게 빠른 속력을 내는 차는 어디서 만드는 거야?라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시리즈의 택시는 푸조의 406 모델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택시'와 푸조의 윈윈으로 인해 프랑스 영화계의 PPL의 비중이 한껏 불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007 시리즈'
(1995~)
애스턴 마틴(Aston Martin) 오메가(Omega)
영화와 브랜드의 나라가 같은 경우가 특히 많다. '007'의 상징이기도 한 수많은 본드카는 영국, 특히 애스턴 마틴 모델이 주를 이뤘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골든아이>부터 BMW의 제작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다시 애스턴 마틴으로 돌아왔다. 한편 본드의 시계가 오메가가 된 시기 역시 <골든아이>부터다.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초코파이
"우리 공화국에서는 왜 이런 거 못 만드나 몰라?"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내뱉는 대사다. 남한군과 북한군의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 중 하나인 초코파이는 특정 브랜드가 한국영화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든 케이스라 할 만하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영화에서 초코파이가 PPL이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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