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일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자 명단에 '에이미 아담스'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컨택트>와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그녀는 역대급 열연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에이미 아담스를 '또' 외면했습니다. 아카데미가 그녀를 외면한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녀의 이름 앞에 '오스카가 외면한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이유이죠. (본문에 자세한 설명)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유난히 상복 없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까다로운 기준(?)이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인연이 없는 스타들이 있죠. 그래서 오늘은 아카데미가 외면한, 상복 없는 배우들의 애잔한 성적표를 정리해봤습니다. 참고로 디~캐프리오는 양반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5전 1승 4패
<길버트 그레이프>,1993 ➫ 실패
<에비에이터>,2004 ➫ 실패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 ➫ 실패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 실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 수상
먼저 이 분을 이야기하고 시작해야겠죠. 작년 전 세계 영화팬들의 우주적인 관심사는 '디카프리오가 올해엔 남우주연상을 탈 수 있을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레버넌트:...>로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하... 다행이었습니다!
수상 전, 아카데미를 향한 디카프리오의 애착은 워낙에 유명(하고 애잔)했습니다. 그는 노골적으로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실화 바탕 영화에 계속해서 출연했고 진중한 연기만을 펼쳤습니다. 그의 수상 후, 팬들은 디카프리오가 이제는 좀 더 가볍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들어냈죠.
에이미 아담스
5전 5패 <다우트>,2008 ➫ 실패 <파이터>,2010 ➫ 실패 <마스터>,2012 ➫ 실패 <아메리칸 허슬>,2013 ➫ 실패
<준벅>,2005 ➫ 실패
에이미 아담스의 아카데미 성적표는 처참합니다. 올해도 아카데미는 그녀를 외면했습니다. <컨택트>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역대급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팬들과 평단 모두 열광했죠. 그러나 그녀는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아카데미가 <컨택트>를 싫어하나?' 그것도 아닙니다. <컨택트>는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사실...(그럼 에이미 아담스를 싫어하는 걸까요?)
그동안 에이미 아담스는 유독 대진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후보에 오를 때마다 다른 후보자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데요. B.U.T 아카데미상을 받아야만 배우로서 인정을 받는 건 아니니까요. 그녀가 앞으로도 오스카 눈치 보지 말고!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기를 기대합니다!
케이트 윈슬렛
6전 1승 5패 <타이타닉>,1997 ➫ 실패 <아이리스>,2001 ➫ 실패 <이터널 선샤인>,2004 ➫ 실패 <리틀 칠드런>,2006 ➫ 실패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 수상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 ➫ 실패
케이트 윈슬렛은 아카데미의 트로피를 받기까지 5번의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그녀는 <타이타닉>으로 22살의 젊은 나이에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었죠. 이어 <아이리스>, <이터널 선샤인>까지 각각 조연상, 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무난하게 아카데미 수상의 기회가 찾아올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순순히 트로피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2008년이 되어서야, 그녀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수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죠.
알 파치노
9전 1승 8패 <대부>, 1972 ➫ 실패 <형사 서피코>,1973 ➫ 실패 <대부2>,1974 ➫ 실패 <뜨거운 오후>,1975 ➫ 실패 <용감한 변호사>,1979 ➫ 실패 <글렌 게리 글렌 로즈>,1992 ➫ 실패
<여인의 향기>,1992 ➫ 수상
<도니 브래스코>,1997 ➫ 실패
“알 파치노는 언제나 신부의 들러리 같았지 신부 같진 않았다.” 로버트 오스본이 쓴 두꺼운 책 <65년간의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 중 1992년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알 파치노의 사진 아래 쓰인 구절입니다. (출처: 씨네21)
알파치노는 <대부>로 아카데미 후보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어 <대부 2>, <뜨거운 오후>로 연달아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수상이 불발되었습니다. 마침내 6번의 실패를 딛고 그는 <여인의 향기>로 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죠. 당시, 트로피를 높게 들어올리는 알 파치노를 향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직도 <대부 2>로 알 파치노가 상을 받지 못한 것은 오스카의 실수 중 하나로 뽑힙니다.
피터 오툴
8전 8패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 실패
<베켓>,1964 ➫ 실패
<겨울의 라이온>,1968 ➫ 실패
<굿바이 미스터 칩스>,1969 ➫ 실패
<지배 계급>,1972 ➫ 실패
<스턴트 맨>,1980 ➫ 실패
<아름다운 날들>,1982 ➫ 실패
2003 '평생공로상' ➫ 수상
<비너스>,2006 ➫ 실패
이보다 더한 서러움이 있을까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피터 오툴은 총 8번이나 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8번 모두 수상에 실패하는 진기록(?)을 남겼죠. 여전히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피터 오툴이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은 오스카의 최대 실수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03년, 아카데미는 그에게 (미안했는지) '평생공로상' 트로피를 쥐어줬습니다. 하지만 이후 열린 2007년 아카데미에서도 주연상 트로피는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돌아갔습니다. 결국 피터 오툴은 주연상 트로피를 평생 만져보지 못하고 2013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게리 올드만
1전 1패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 ➫ 실패
게리 올드만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되었습니다.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아카데미가 놓치고 있는 명배우 중 한 명인데요. 일각에서는 "아카데미 위원회가 제대로 투표를 했다면, 게리 올드만은 적어도 두세 번 후보에 올랐을 배우"라고 평가합니다. 맞습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영화들(<컨텐더>, <드라큐라>, <불멸의 연인> 등)에 여러 번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카데미는 게리 올드만을 외면했습니다. 왜 아카데미는 번번이 그를 외면하는 걸까요? (<컨텐더>로는 배우협회 시상식 후보로 올랐음에도 아카데미 위원회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배우 부문 후보와 수상자에서, 배우협회 시상식과 오스카 사이의 싱크로율은 80% 이상입니다/ 네이버 스페셜 리포트 中)
에드워드 노튼
3전 3패
<프라이멀 피어>,1996 ➫ 실패
<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8 ➫ 실패
<버드맨>,2014 ➫ 실패
에드워드 노튼은 유난히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데뷔작인 <프라이멀 피어>로 아카데미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지만, 수상과의 인연은 없어 보입니다. <버드맨>에서 선보인 에드워드 노튼의 진상 연기는 전 세계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죠. <버드맨>의 '신의 한 수' 캐스팅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며, 그의 아카데미 수상 기대감은 점점 고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해의 쟁쟁한 후보였던 <위플래쉬> J.K 시몬스에게 오스카 트로피가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수상 기회가 무산되었습니다.
브래드 피트
3전 3패
<12 몽키즈>,1995 ➫ 실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 실패
<머니볼>,2011 ➫ 실패
유난히 아카데미는 미남 배우에게 박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 역시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습니다. 총 3번의 수상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불발되었죠. '전미비평가 협회상', '골든글로브' 등에서는 여러 번 트로피를 안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상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머니볼>로 그가 주연상 수상을 할 거라 예상되었지만, 영화 <아티스트>가 급부상하며 장 뒤자르댕에게 트로피가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배우로서 그의 아쉬움을 풀어준 건 영화 <노예 12년>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노예 12년>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게 되죠.
짐 캐리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코미디언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요. 짐 캐리는 아카데미에서 유난히 홀대를 받았습니다. 한 번도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없죠. '골든 글로브'에서 그는 <트루먼 쇼>와 <맨 온 더 문>으로 2년 연속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아카데미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코미디언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그는 노력했습니다. 진지한 작품들을 연달아 선택했죠. <이터널 선샤인> 개봉 후, 미 언론들은 "짐 캐리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의 가장 윗줄에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의 연기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짐 캐리는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로 나와서 "예, 제가 사회자입니다... 제 볼일은 그게 답니다..."라며 웃픈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흑.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