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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메인 예고편

22년 만이다. 1995년에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실사 버전으로 제작됐다.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져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는 원작을 계승한다는 점은 물론, 히로인인 메이저 미라(원작에선 쿠사나기 소령) 역에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돼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3월29일 개봉에 앞서, 스칼렛 요한슨을 비롯한 바토 역의 필립 애스백, 오우레 박사 역의 줄리엣 비노쉬, 영화를 연출한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내한과 함께 진행된 푸티지 상영회에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을 맛보기로 본 후, 이에 대한 감상을 전한다.

* 글에서 언급하는 '원작'은 시로 마사무네의 오리지널 망가가 아닌, 1995년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지칭한다.


이 영화, 꽤 친절하다.

공개된 33분 짜리 푸티지는 영화의 초반에 해당하는 분량을 짜깁기한 영상이었다. 시작하자마자 대번에 원작 애니메이션과 꽤 다르게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짜고짜 쿠사나기가 작전을 수행하는 걸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영화 <고스트 인 더 쉘>은 죽기 직전의 인간 미라가 실려와 사이보그로 변모하는 과정부터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처럼 주인공 메이저가 어떻게 사이보그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미뤄놓은 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본래 인간이었으나 뇌만 유일하게 유지시켜 새롭게 창조한 사이보그라는 점을 처음부터 일러주는 것이다. 느리고 철학적이어서 초반에 몰입이 까다로웠던 원작에 비해 수월하게 이야기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끄는 도입이다.

'인간적'인 것에 집중하다.

<고스트 인 더 쉘>이 꽤나 설명적이라는 징후는 바토의 눈이 처음부터 의안이 아니라는 점과도 닿아 있다. 메이저의 곁에서 든든하게 임무를 돕는 바토는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의안인 채로 등장하지만, 영화는 메이저와 바토가 쿠제를 쫓던 중에 사고로 눈을 잃었다는 추가적인 신을 통해 설명한다. 이러한 설정이 보다 흥미로운 건, 바토가 메이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두 눈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바토가 메이저에게 품는 마음이 동료애 그 이상의 것인지 모호하게 드러냈던 것과 달리, 메이저 곁에 선 바토의 눈을 보여줌으로써 그 감정이 연정에 더 가까운 것임을 강조한다. 다만 영화 본편이 '러브 스토리'를 그릴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편 원작에서 메이저를 창조한 박사가 남자였다면,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창조하는 건 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오우레 박사를 여성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박사 역의 줄리엣 비노쉬에게서 모성애가 엿보이는 게 우연이 아닌 셈이다.

이처럼 영화는 인간의 육체성을 강조한다. 이런 방향은 메이저 역에 왜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깡마르고 건조해서 기계병기 같다는 느낌을 전하는 쿠사나기와 달리, 영화 속 미라는 스칼렛 요한슨이 늘 보여줬던 대로 아담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며 활약한다. 기계가 아닌 인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얼핏 누드처럼 보이는 광학미채가 요한슨의 몸매를 두드러지게 하는 건, 섹시함을 어필함은 물론 '실존과 육체'라는 이야기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초반에 해당하는 푸티지였기 때문일까,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는 감정적인 접근은 완전히 배제한 채 그저 액션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실존적인 고민을 키워나가는 메이저의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비주얼과 액션에 대한 만족을 UP!

미래 사회의 구현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반지의 제왕>의 웨타 워크숍이 담당한 VFX는 사이보그의 육체가 움직이는 다양한 형상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사이보그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오프닝이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옷을 벗고 뛰어내릴 때 광학미채가 투명하게 변하는 원작의 명장면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벽한 감흥을 안겨줄 것이다. 큰 화면으로, 3D로 경험하면 더 좋을 비주얼이다.

<고스트 인 더 쉘>은 컬러가 도드라진다. 영화 속 배우들이 대부분 영미권 배우지만 배경은 일본을 고수한 만큼 일본 특유의 화사한 색감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다시 말해, 원작 전반에 퍼져 있던 디스토피아 특유의 잿빛 풍경의 느낌이 확 줄었다는 걸 뜻한다. 영화가 만들어낸 화려한 색감이 아주 아름답다는 걸 떠나, 원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가길 바랐던 이들이라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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