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캐스팅 논란은 언제나 뜨겁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공각기동대>에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원작 팬들이 '화이트워싱' 등을 이유로 들어 반감을 드러냈죠. 이처럼 원작(소설, 만화)이나 전작이 있는 경우에, 캐스팅 논란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본래 캐릭터와의 비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에, 팬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던 캐스팅 사례들을 모아봤습니다. (아쉽게 빠진 캐릭터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꼭이요~!)
다크나이트
히스 레저 - 조커
WHY?
히스 레저가 조커를 하기엔
이미지가 너무 로맨틱하잖아...
"<다크나이트> 속 히스 레저는 조커를 연기한 게 아니라 조커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레전드로 남은 배우, 히스 레저. 하지만 완벽한 조커의 모습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 그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에 부딪혔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로맨틱한 이미지를 가진 그가 극악무도한 조커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것과 2. 당시, 조커=잭 니콜슨이라는 아성을 히스 레저라는 배우가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캐스팅을 반대했던 팬들이 뻘쭘(?)할 정도로 조커에 빙의된 연기를 선보였죠. <다크나이트>가 공개된 후, 히스 레저 = 조커라는 공식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나이트> 속 조커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벤 애플렉 - 배트맨
WHY?
<데어데블>을 망친 사람이
히어로물을 또 찍겠다고라고라?
작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 최다 노미네이트되며 최악의 영광(!)을 누린 작품이 있죠. 바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대슈)입니다. 이제는 이 영화에 대해서 더 말하기가...민망할 정도로 혹평 of 혹평을 받은 작품인데요. 사실, 배대슈는 캐스팅 단계부터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벤 애플렉, 배트맨 역으로 캐스팅 확정"이라는 기사가 터지자마자 팬들은 "으악~!" 하고 뒤집어졌죠. 캐스팅 소식이 발표된 지 1시간 만에 이와 관련된 트위터 글은 약 10만 건이나 업로드되었고, 약 71%는 부정적인 멘션이라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게.다.가! 팬들은 벤 애플렉의 캐스팅을 무산시키기 위해 반대 탄원서를 제작하기도 했죠. 탄원서에 올라간 이름만 해도 약 7만7000여 명이라고 하니...당시 팬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였는지 감이 오시나요? 배트맨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 +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의 흥행 참패 전력이 벤 애플렉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영화까지 이렇게 (망하게) 되어버렸으니...우째쓰까잉(말잇못)... 다음에 나올 배트맨 솔로 무비로 명예회복하길 기대해봅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톰 크루즈 - 뱀파이어
WHY?
원작 속 뱀파이어는 키도 크고
중석적인 그런 캐릭터인데...
톰 크루즈가 이 역을 한다고?
앤 라이스가 집필한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동명의 영화가 1994년 개봉했습니다. 당시 '뱀파이어물'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이기도 하죠. 호평의 중심에는 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있었습니다.
B.U.T!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소설의 팬들과 원작 작가인 앤 라이스는 톰 크루즈의 캐스팅을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왜?"라는 의문이 들지만, 당시에 톰 크루즈의 이미지는 뱀파이어와 부합되기 어려웠죠. 1990년대, 톰 크루즈는 <탑건>(1986), <폭풍의 질주>(1990) 등과 같은 상남자스러운 작품을 주로 하며 쾌남 이미지를 쌓았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속 '레스타트 드 라이온카운트' 캐릭터는 불안하고 중성적인 이미지였기에, 팬들과 원작자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특히나, 원작자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영화가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겠다"며 톰 크루즈를 다른 배우로 바꿔달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톰 크루즈는 이에 오기라도 품은 듯이, 자신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몸무게 10kg 감량, 금발 염색 그리고 푸른색 렌즈까지 착용하며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기 시작했죠. 그렇게 톰 크루즈는 뱀파이어 역을 보란 듯이 성공해내며 원작 팬들의 높은 기대감을 채워주었습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톰 크루즈를 반대하던 원작자는 그의 연기를 인정했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의 편지를 보낸 것 역시 유명한 일화입니다.
007 카지노 로얄
다니엘 크레이그 - 제임스 본드
WHY?
우락부락한 몸과 금발 머리의
제임스 본드? 절.대 안.돼!
<007 카지노로얄>로 인생 영화, 인생 캐릭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다니엘 크레이그! 그러나 개봉 이전, 그가 6대 제임스 본드로 낙점되었다는 캐스팅 소식은 <007>의 골수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죠. (팬들의 주장에 따르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서는 안 될 이유는, 바로 '외모'였습니다.
이전까지의 제임스 본드는 늘씬한 팔 다리 + 딱 떨어지는 수트핏 + 전형적인 젠틀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에 반해, 다니엘 크레이그는 우락부락 화가 난 몸의 소유자였죠. 게다가 금발 헤어라니...!
팬들은 "모욕"과 "상처"라는 말을 내뱉으며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을 무자비하게 반대했습니다. 심지어는 '크레이그낫본드닷컴(CraigNotBond.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007 카지노로얄> 보이콧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죠.
편견과 반대 속에서도 다니엘 크레이그는 꿋꿋하게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팬들은 후회막급이었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 실력과 연기력으로 그는 평단과 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2012년 개봉한 <007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해리포터 시리즈
케이티 렁 - 초 챙
WHY?
싱크로율이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조금은 다른 케이스가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위에 소개한 사례들은 팬들이 반발했지만 '결국은 호평을 이끌어낸' 캐스팅(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판단 유보)들이었죠. 하지만 '초 챙'은 조금 다릅니다. 캐스팅 당시에도 팬들이 반발했고, 지금도 많이 아쉬워하는 캐스팅 사례인데요...(또륵) <해리포터> 팬들이 초 챙 역의 캐스팅을 아쉬워하는 이유는 바로 '원작과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서'입니다.
<해리포터>의 소설 속 초 챙은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최고 얼짱이자, 해리포터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남학생들이 우러러보는 초!여신 캐릭터이죠. 거기다가 '동양인'이라는 소설 속 설정은 초 챙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초 챙 역에 캐스팅된 배우, 케이티 렁의 외모가 조금은 평범하다는 것이 팬들의 주장입니다. 4000:1의 공개 오디션을 뚫고 선발되었다는 언론 보도에 팬들은 크게 기대했지만, 원작에 묘사된 이미지와 케이티 렁의 외모가 달라서 많이 실망했다고 합니다. 제작사에 항의를 할 정도였죠. 지금도 '초 챙' 역에 대한 아쉬움은 꾸준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찰리 허냄 - 그레이
WHY?
우리가 상상한 남자 주인공은
찰리 허냄이 아니라고!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짜릿한 소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미국에서) 놀라운 판매 부수를 세웠죠. 이렇다 보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원작 팬들에게 쏘~핫한 이슈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때만 되면 '누가 캐스팅되었다'는 카더라 통신에 팬들은 골머리를 앓기도 했죠.
그러던 2013년 9월!(두둥) 소설 원작자의 트위터에 "찰리 허냄이 크리스찬 그레이 역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원작자의 반.박.불.가.팩.트 캐스팅 소식에 팬들은 난리가 났고, 전쟁이 시작되었죠.
팬들은 찰리 허냄을 반대하는 사이트를 만들며 그의 캐스팅을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캐스팅 반대 서명은 약 4만5000명에 달했죠. "우리가 원하는 남자 주인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팬들은 남자 주인공의 교체를 주장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남자 주인공은 '매튜 보머'와 '로버트 패틴슨'이 주를 이뤘죠.
결국, 찰리 허냄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하차했습니다. 찰리 허냄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TV 드라마 <썬즈 오브 아나키>의 촬영 스케줄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관계자들의 주장은 달랐죠. 원작 팬들의 엄청난 기대감으로 찰리 허냄이 기가 죽어서 하차했다는 것입니다. 어찌 됐든, 캐스팅 논란으로 찰리 허냄은 영화에선 하차했지만, 영화 관계자와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운좋은(?) 해프닝을 남기게 되었죠.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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