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말이 있다.
천만의 말씀.
우리는 영화의 오랜 역사를 지나며
저 속설을 단숨에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사례를 셀 수 없을 만큼 목격해왔다.

해외 영화 매체 'Collider'는 최근
'오리지널보다 나은 시퀄 18편'이라는
리스트를 공개했다.
여러 장르 가운데서 반박할 수 없는
사례를 신통하게 선정한 리스트였다.
그 목록과 함께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여봤다.

엑스맨 2
(X2: X-Men United, 2003)

<유주얼 서스펙트>로 스릴러와 반전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브라이언 싱어가 착수한 '엑스맨' 시리즈는 1편부터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가 연이어 연출을 맡은 <엑스맨 2>는 히어로 영화가 산업의 총아가 된 현재까지도 손꼽힐 만한 수작이다. 휴 잭맨의 울버린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할 베리의 스톰, 팜케 얀센의 진 그레이, 안나 파킨의 로그 등 오리지널 멤버들의 합도 훌륭했다. 그놈의 <최후의 전쟁>만 없었더라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새로운 희망>과 <제다이의 귀환> 사이를 잇는 <제국의 역습>은, 영원히 이어질 '스타워즈' 신화를 가능케 한 주역이다. 시리즈를 시작한 조지 루카스가 아닌, 어빈 커슈너가 감독을 맡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됐다.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다가 유명한 바로 그 대사(!)로 끝나는 순간은, 역사상 최고의 엔딩으로서 손색이 없다.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배신한 바로 그 말. I am your father.

배트맨 2
(Batman Returns,       1992)

첫 번째 '배트맨', <가위손>의 성공으로 팀 버튼은 보다 자신이 원했던 바에 가까운 <배트맨 2>를 만들었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펭귄과 캣우먼의 전사에선 버튼 특유의 어둠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서사가 제대로 드러났다. 미셸 파이퍼와 대니 드비토의 호연 덕분에 전작의 조커, 잭 니콜슨의 부재를 가볍게 상쇄할 수 있었다. 시리즈의 상징이라 할 만한 배트슈트, 배트카 등 여러 소품들 또한 훨씬 번듯해져서 더 다양한 관객층을 수용했다.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레트로'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007' 시리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신식 기술을 중무장한 액션으로 시대의 변화에 적응했다.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스카이폴>은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주제와 액션 스타일로 소화해, 남다른 파격을 보여줬다. 최고의 007이라 평가받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육체는 그 아날로그적인 액션을 담아내는 최적의 조건처럼 보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1970년대 '매드맥스' 시리즈로 디스토피아 액션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조지 밀러 감독. 그는 무려 30년 만에 리부트 <분노의 도로>를 발표했고, 2010년대의 대중들은 다시 한번 조지 밀러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최대한 CG를 배제하고 만든 모랫빛 지옥은 거장의 지독히 고집스러운 태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경지였다. 영화의 무게가 맥스가 아닌 여전사 퓨리오사에게 쏠린 건 시대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블 데드 2
(Evil Dead II, 1987)

<이블데드 2>는 속편보다는 리메이크작이라 불러 마땅하다. 샘 레이미는 저예산으로 만든 1편에서 시도하지 못한 걸 10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더해, 스케일과 배경 등 여러 설정들을 확장시켜 몸집을 한껏 부풀린 완전한 '이블데드'로 비로소 완성했다. 분위기도 상당히 다르다. 1편이 고어적인 재미를 추구했다면, 2편은 '웃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렘린 2: 뉴욕 대소동
(Gremlins 2: The New Batch,       1990)

<그렘린 2>는 전편과 달리 흥행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죠 단테의 참신한 시도는 유의미하다. 그는 성공한 시리즈에게 요구되는 속편 공식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전편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전혀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주요 캐릭터와 그렘린이 등장한다는 것 빼고는 대부분의 설정이 전편과는 거리가 멀고, '공포'보다는 '코미디'에 초점이 맞춰져, <그렘린 2>보다는 <뉴욕 대소동>이라 부르고 싶은 독립적인 영화로 완성됐다.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

<터미네이터 2>는 '성공'이라기보다 '혁명'이라 부르는 게 더 걸맞아 보인다. 1984년 <터미네이터> 이후 제임스 카메론이 <에일리언 2>, <어비스> 등을 거쳐 만든 이 작품은, 이야기부터 비주얼까지 어느 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 없는 완성도로 블록버스터 액션의 신기원을 세웠다. <터미네이터 2>로 인해 CG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됐고, 그 이후 영화산업의 판도가 뒤집혔다.

대부 2
(The Godfather II, 1974)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시리즈는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3부작으로 손꼽힌다. 가족, 드라마, 시대극, 갱스터 그 어떤 키워드로 초점을 맞춰도 흠잡을 데 없는 영화다. 사실 <대부>와 <대부 2>의 퀄리티는 전적으로 취향에 따라서만 경중이 갈린다. 두 작품 모두 완벽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존재를 자랑하던 말론 블란도가 물러났지만, 그 자리를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단단히 메웠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그 시작부터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였다. J.K.롤링의 완벽한 판타지를 '오락영화의 대가' 크리스 콜럼버스가 모범적으로 구현했다. 아이들의 귀여운 판타지에서 어둠의 세계로 이행되기 시작하는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알폰소 쿠아론이 기용됐다. 진중한 드라마를 만들던 그는, 판타지 그 이상을 내다보려는 사춘기에 당도한 시리즈의 변화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인물이었다. <아즈카반의 죄수>는 수많은 팬들에게 시리즈 최고작으로 손꼽힌다.

토이 스토리 2
(Toy Story 2, 1999)

<토이스토리>는 픽사는 물론 3D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시작이었다. 기술과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두루 거머쥔 작품은 1995년 세계 최고 흥행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토이스토리 2>는 그토록 높아보였던 전작의 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경쟁했던 장난감들이 나이를 더 먹은 주인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놓여 더 복잡해진 상황과 감정을 유려하게 풀어놓았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       2013)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은 원작을 충실히 옮겨낸 범작이었다. 시리즈의 첫 걸음으로는 꽤 괜찮았다.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를 만든 프랜시스 로렌스가 만든 <캣칭 파이어>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구역별 챔피언들이 서로 대결하면서 액션은 더 촘촘해졌고, 캣니스와 피타의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감정선까지 제대로 다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터질 듯한 눈빛을 잊기 어렵다.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엑스맨' 시리즈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브라이언 싱어는 DC로 적을 옮겨 '슈퍼맨'의 명맥을 이었다. 그는 새롭게 시리즈를 가동하며 자신의 비전을 불어넣기보다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향을 택했다. 브랜든 루스가 분한 슈퍼맨은 전설로 남은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의 모습을 근사하게 구현했다. 다만 스토리가 뛰어난 비주얼과 배우를 따라잡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슈퍼맨 리턴즈>는 분명 아쉬운 영화였다. 이번 리스트에서 가장 설득력이 약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13일의 금요일 2
(Friday The 13th Part 2            ,       1981)

금요일만 되면 괜히 오늘 13일 아냐? 하게 되는 이가 에디터만은 아닐 것이다. '13일의 금요일'은 8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이불을 뒤집어쓰고 봤을 만한 고전 호러다. <13일의 금요일 2>가 성공적인 속편으로 남은 이유는 간단하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 제이슨이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1편의 생존자였던 앨리스를 죽이면서 등장하는 제이슨은 세부적인 캐릭터 설정에 힘입어 흔하디흔한 악한이 아닌, 오랜 생명력을 지닌 캐릭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크 나이트>는 비단 <배트맨 비긴즈>의 속편으로서뿐만 아니라, '배트맨' 시리즈, 아니 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의 고전이다. <메멘토>, <프레스티지> 등을 거치며 성장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로 당대 최고의 감독의 위치에 올라섰다. 아마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을 만한 히어로 영화가 나오기는 앞으로도 꽤나 힘들 것 같다.

크리스마스 대소동
(National Lampoon's
Christmas Vacation,       1989)

'대소동' 시리즈는 한국 관객들에겐 꽤 낯선 작품이다. 'SNL'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 체비 데이비스가 분한 클라크 그리즈와 그의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유쾌하게 그린 시리즈다. <크리스마스 대소동>은 여행을 떠나는 대신 일가친척을 불러모아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클라크 가족들의 기행에 포복절도하는 사이, 어느새 사랑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 스며들어 감동을 안겨준다.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가장 다시 만나고 싶은 커플로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를 꼽았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나온 지 8년 후,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제시와 셀린느는 옛날 비엔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파리에서 거짓말처럼 마주친다.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자연스러운 연출로 둘의 분방한 로맨스를 수식한다. 두 사람의 얼굴에 더해진 시간만큼이나 성숙해진 시선도 주목을 끄는 포인트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

첫 번째 '캡틴 아메리카' 솔로 영화의 제목은 <퍼스트 어벤져>였다. 스티브/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제목처럼, 정작 그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캡틴 아메리카를 타이틀로 내건 <윈터 솔져>는 그의 존재뿐만 아니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의 징검다리, 혼을 빼놓는 즐길 거리 등 다방면을 충족시키며 MCU 최고작 중 하나로 회자된다. 루소 형제는 실력을 인정 받아 MCU의 차기 주요작들 연출을 도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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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