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불한당> 포스터

올해도 칸 영화제에서 꽤 많은 한국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죠! 출품된 작품들 측에선 하나둘씩 칸 영화제 마크를 단 해외 포스터를 공개 중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한 장의 사진에 압축하여 보여주는 포스터! 포스터를 보고 어떤 내용의 영화일지 미리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죠.

보통 영화 포스터들은 여러 이름을 달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재생산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연한 차이를 지닌 건?! 바로 국내판/해외판 포스터 디자인이죠. 버전별로 비교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한 것! 오늘은 말 안하면 같은 영화인지 모를 정도로 상반된 매력을 자랑하는 국내용/해외용 포스터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신의 한 수, 2014
정우성이 목숨 건 바둑을 두며 심장 바운쓰 바운쓰하게 만드는 영화 <신의 한 수>. 강렬한 눈빛 발사하는 정우성의 얼굴로 채워진 국내 포스터와 달리, 해외 포스터는 피 묻은 칼이 꽂힌 바둑판 사진을 삽입하며 영화의 내용을 고대로 압축해 넣었습니다.


끝까지 간다, 2013
포스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끝까지 간다>죠. 주연 배우의 얼굴만 크~게 확대해 넣은 국내용 포스터! 배우 어필은 제대로였지만 영화의 스토리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샀습니다. 해외 포스터엔 인물들의 대립 구조가 선명히 드러나있죠. 해외 포스터의 디자인을 고대로 따른 국내 포스터도 있었으나 폰트가 쩜쩜쩜...(말잇못)


아가씨, 2016
작년 해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영화는 단연 <아가씨>겠죠. <아가씨> 또한 다양한 버전의 해외 포스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감을 뽐내는 영국 포스터부터 국내판보다 조금 더 섹슈얼해진 홍콩 포스터까지! 해외 포스터 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제작 포스터들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디자인을 자랑하네요.


널 기다리며, 2016
심은경의 서늘한 얼굴을 볼 수 있던 영화 <널 기다리며>. 다크하게 변한 심은경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박아놓은 국내 포스터와 달리, 해외 포스터에선 무언가 섬뜩한 일이 벌어질 거란(!) 예상을 할 수 있는 밑밥을 깔아놓았습니다.


마담 뺑덕, 2014
학규(정우성)에게 버림받고 악녀가 된 덕이(이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담 뺑덕>. 국내 포스터는 그들의 치명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해외 포스터는 그들의 첫 만남에 주목했네요. 한껏 벚꽃이 피어있는 가운데 남몰래 사랑을 나누는 그들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해외 포스터, 애증이 그득 담긴 국내 포스터 모두 저만의 딥~한 매력을 자랑합니다.  


간신, 2014
<간신> 역시 해외 시상식에 초청되며 화제를 부른 영화였죠. 조선 각지의 약 1만 명의 미녀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자신의 기생인 '운평'으로 삼았던 폭군 연산군과 그 밑의 간신들을 조명했던 영화였는데요. 여인들에 초점을 맞춘 강렬한 디자인으로 해외 마켓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해외 포스터! 그에 비해 국내판 포스터는 배우들에 중심을 두고 인물들의 비열함을 조명했습니다.


극비수사, 2015
유괴된 아이를 찾아 나서는 형사와 도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극비수사>. 발에 전화줄이 묶인 아이를 그려 넣은 해외판 포스터는 그림 한 장으로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내고 있군요! 국민호감배우 김윤석과 유해진의 얼굴을 확대시킨 국내 포스터 또한 시선을 끕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
복남(서영희)의 핏빛 복수를 담은 작품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두 포스터 모두 엄청난 섬뜩함을 자랑하는데요. 국내 포스터가 피에 젖은 복남을 담으며 그녀의 사연을 애둘러 표현한 데 비해 해외 포스터는...(!!!) 낫을 든 그녀의 모습을 담아내며 '이 영화는 복남이의 살인극이다'라는 걸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씨 표류기, 2009
국내판 포스터와 해외판 포스터의 분위기가 정말 확연히 다른 영화네요(ㅋㅋㅋㅋ). 코믹함을 살린 국내판 포스터와 다르게 해외판 포스터는 언뜻 보면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연과 일치된 김씨(정재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황제를 위하여, 2014
주연 배우들의 무게 잡은 얼굴을 한껏 클로즈업한 국내 포스터! 그에 비해 해외 포스터는 한없이 단출하지만 넘나 스타일리시하네요! 제 본색을 숨기고 야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려는 극 속 환(이민기)의 캐릭터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엽서로 있다면 당장 소장하고 싶은 비주얼이네요!


검은 사제들, 2015
<검은 사제들>의 해외 포스터엔 영신(박소담)의 얼굴이 박혀있습니다. 악령에 쓰인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의식을 치르던 장면이 담겼죠. 영화를 관통하는 포스터군요! 국내 포스터엔 보다 인지도 있는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의 얼굴을 삽입했습니다.


아수라, 2016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이해할 해외 포스터 디자인! 영화 속 가장 강렬한 장면을 담아낸 포스터죠. 짱짱한 배우들의 얼굴을 앞세운 국내 포스터와 달리, 해외 포스터엔 배우 얼굴 하나 없이 그저 난장판인 바닥에 강렬한 색감으로 'ASURA'를 새겨 넣었습니다. 진정한 아수라의 세계(!)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포스터네요.


살인의 추억, 2003
<살인의 추억>의 해외판 포스터는 선명하고 자극적인 컬러를 사용해 시선을 끕니다. 드넓은 벌판과 폰트 위로 드러난 사체 이미지가 어우러져 훨씬 섬뜩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군요. 영화의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포스터이기도 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배우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를 끌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세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낸 국내판 포스터와 다르게 해외판 포스터에서는 세 캐릭터의 '대립'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막의 황량함이 느껴지는 포스터네요.


용의자X, 2012
<용의자X>는 살인을 저지른 여자 화선(이요원)을 위해 알리바이를 세우는 천재 수학자 석고(류승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죠. 역시나 인물들의 긴장 어린 표정을 확대한 국내판 포스터와 달리, 해외 포스터는 그녀의 알리바이를 계획하는 석고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훨씬 분위기 있는 포스터가 탄생했음은 분명하네요.


훌륭한 포스터는 많고 많지만! 오늘의 색다른 해외판 포스터 알아보기는 여기까지! 혹시나 리스트에 빠져 아쉬운 금손제작 포스터를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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