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사건수첩>이 4월 26일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극 추리물입니다. 조선의 제8대 임금 예종이 직접 수사를 한다는 설정입니다. 말하자면 임금이 탐정인 셈입니다. 예종 역은 이선균이 맡았습니다. 잠깐만, 이선균? 네, 그 이선균입니다. 흐~음. 이선균은 도시적인 이미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극 연기에 잘 어울릴까요? 어쩐지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연기를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왕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 누가 있을까요.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왕 전문 배우들부터 만나본 다음, 왕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아봅시다.
일찍이 왕 전문 배우라고 한다면 유동근, 최수종, 임호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드라마에서 왕 연기를 했습니다.
유동근은 <정도전>의 태조, <용의 눈물>에서는 태종, <장녹수>에서 연산군을 연기했습니다. 태조의 아들이 태종입니다. 부자(父子)를 모두 연기했습니다.
최수종은 <대조영>의 고왕, <태조 왕건>의 태조, <대왕의 꿈>의 태종 무열왕 등이 유명합니다. 고왕, 태조, 태종 무열왕은 순서대로 발해, 고려, 신라의 왕입니다.
임호는 <대장금>의 중종, <장희빈>의 숙종, <대왕의 길>의 사도세자 등으로 출연했습니다. <대장금>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 세 배우보다 사실 왕 연기를 더 많이 한 배우가 있습니다. 정태우입니다. 아역 시절부터 왕을 연기했습니다. 그는 <무인시대>의 희종, <한명회>와 <왕과 비>의 단종, <왕과 나>의 연산군, <여인천하>의 인종 등의 역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비운의 왕 단종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유동근, 최수종, 임호, 정태우의 뒤를 잇는 최근 드라마의 왕 전문 배우 계보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한석규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한석규는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비밀의 문>의 영조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습니다.
한석규보다 젊은 왕의 계보도 있습니다. 사실 이쪽이 더 화제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김수현, 박보검, 송중기, 유아인, 이제훈, 서인국이 있습니다. 아, 여진구도 있네요. 여진구는 개봉 예정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군을 연기합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왕 연기를 펼친 배우들도 알아보겠습니다.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정진영이 생각납니다.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연산군 연기를 잘했습니다. <관상>의 이정재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수양대군을 연기했습니다. 수양대군은 정태우가 떠오르는 조카 단종을 몰아내는 반정을 일으켜 스스로 왕(세조)이 된 인물입니다. 유아인은 송강호와 함께 <사도>에 출연했습니다. 사극의 단골 캐릭터 사도세자를 연기했습니다. 유아인은 송강호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군을 연기한 이병헌이 있습니다. 첫 사극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왕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기억에 남는 왕을 연기한 배우들을 알아봤습니다. 이제 왕 역할에 어울릴 만한 배우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10월에 나온 기사가 있습니다. 제목에는 박보검이 언급되어 있지만 실제로 설문조사 전체 1위는 김수현이었습니다. 박보검은 제목처럼 2030 여성 선호도 1위였고 전체 2위였습니다. 3위는 유아인, 4위는 송중기, 여진구, 이제훈, 서인국 등이 뒤를 이었다는 내용입니다. 기존에 이미 왕 연기를 했던 배우들이 순위권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죠. 김수현이 왕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한다면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될 것 같긴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에디터의 주관이 반영된 내용입니다. 왕 역할을 한 적이 없는 배우 가운데 골랐습니다. 왕 역할에 잘 어울리거나 혹은 한번쯤 왕 연기를 보고 싶은 배우들입니다.
1. 정우성
정우성의 사극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솔직히 정우성의 왕 연기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정통 사극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팬이기도 하고요.
조선 선조를 추천합니다. 임진왜란 시절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도망간 무능력한 왕처럼 느껴집니다. 그때 조선은 아수라판이였을 겁니다. <아수라>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럴까요? 정우성과 어울릴 만한 왕으로 선조가 떠올랐습니다.
2. 공유
공유는 은근 왕 연기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장르는 정통 사극보다는 판타지가 가미된 퓨전 사극쪽이 괜찮을 것 같네요.
신라 태종 무열왕을 추천합니다. <도깨비>의 영향이겠지만 조선의 왕보다는 좀더 먼 과거인 신라의 왕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태종 무열왕은 김춘추입니다. 김춘추는 김유신의 두 누이 문희, 보희와 결혼했습니다.
3. 소지섭
소지섭은 사실 왕으로 등장한 바가 있죠. <사도>에 정조로 특별출연한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소지섭의 왕 연기가 궁금해서 꼽아봤습니다.
조선 정조를 추천합니다. 정조는 드라마 <이산>의 이서진이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사도>에서 잠깐 본 소지섭은 이서진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4. 엄태구
엄태구는 깡마른 얼굴이 인상적입니다. <밀정>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눈매도 매서웠습니다. 문인보다는 무인에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책보다는 칼을 든 왕이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추천합니다. 한반도의 역사상 가장 투쟁적인 왕이 광개토대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거친 이미지와 엄태구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어쩐지 말도 잘 탈 것 같은 느낌입니다. <왕좌의 게임> 스타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5. 유해진
왕이라고 다 근엄하고 진지하고 엄격할 필요가 있나요. 유해진은 <왕의 남자>에서 육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철봉 역으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코믹 사극의 왕으로 적절한 배우입니다.
조선 철종을 추천합니다. 철종은 강화도에서 평민으로 살다가 갑자기 왕이 됐습니다. 철종은 연약하고 아둔한 왕으로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만, 코미디 장르로 바꾼다면 갑자기 왕이 된 평민이라는 컨셉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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