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송경원 <씨네21> 기자
리들리 스콧의 <A.I.>. 투박하고 좁아졌지만 여전히 놀라운
★★★☆
에이리언은 무엇인가. 38년 전 <에이리언> 1편이 던진 질문에 이제야 답한다. 에이리언의 기원에서 출발해서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외형적으로는 <에이리언> 1편의 구조와 스타일들을 복원해 호러영화로서의 매력을 살렸다. 내적으로는 프리퀄 3부작이 추구하는 철학적 성찰과 시각적 경이에 집중한다. 과거와 현재, 오리지널과 프리퀄을 이종교배한 리들리 스콧의 결정판. 예상 가능한 답변들이고 지나치게 친절한 느낌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여전히 경이롭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파괴와 창조의 오페라
★★★☆
크리처로서의 에이리언은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에이리언> 1편에서 느꼈던 파괴적 쾌감은 이후에 나온 속편과 프리퀄을 모두 통틀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성실하게 되살아났다. 동시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리퀄 시리즈 안에서 에이리언은 ‘피조물’로서의 존재 의미가 점차 뚜렷해진다. <프로메테우스>를 지나 <커버넌트>에 이르르며 스콧은 엔지니어/스페이스 자키-인간-인공지능 로봇으로 이어지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흥미로운 역학관계를 그려나가고 있다. 스콧이 지휘하고 파괴와 창조를 테마로 한 잔혹하고 우아한 오페라 한 편을 보는 듯. 태초의 비밀을 품은 우주, 그곳을 향한 긴 항해 중 <커버넌트>는 성공적 거점임에 분명하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감독 정식, 김휘 출연 고수, 김주혁, 문성근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심드렁하다
★★☆

후반작업 과정에서 정식 감독에서 김휘 감독으로 교체된 영화. 일단 미술에서는 정식 감독의 인장이 강하게 드러난다. <기담>(2007)에서 선보였던 세심한 미적 감각이 영화의 기둥을 이룬다. 문제는 이야기를 쌓아가는 힘이다. 영화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법정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맞물리며 달린다. 전자를 통해서는 스릴을, 후자를 통해서는 추리의 재미를 노릴 만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상대를 견제하고 자극하며 활력을 일으키기보다는, 서로의 발목을 낚아채 개성을 무력시키는 쪽으로 뻗어간다. 쾌감이 사라진 영화는 그만큼 심심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마이클 루커

송경원 <씨네21> 기자
전지적 그루트 시점이 필요해
★★★☆
여전히 발랄하고, 새털처럼 가볍고, 깨알같이 웃긴다. 그런데도 덜 신선하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이미 1편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톡톡 튀는 롤리팝 캔디도 맛을 알고 있다면 그리 놀랍지 않다. 게다가 맛까지 조금 순해졌다.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를 좀 더 1차원적으로 사용하는지라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차례로 감상하는 기분. 1편에 비해 지나치게 친절하고 설명이 많아진 것도 아쉽다. 그루트가 베이비가 된 것처럼 눈높이까지 함께 낮아진 느낌. 이걸 참아줄 수 있다면(혹은 몇몇 불편한 웃음 코드들을 용서할 수 있다면) 여전히 즐길 만한 깨발랄 캐릭터들의 난장판.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험한 세상에 울려 퍼지는 우주 응원가
★★★★
볼거리는 전편보다 현란하다. 이야기는 왁자지껄하다. 음악은 충실해졌다. 무엇이든 해야 하는 속편의 과제를 뚝딱 해치울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유치하고 낡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능력이야말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진 남다른 무기다. 오합지졸 멤버들이 가족, 동료애를 절절하게 깨닫고, 1980년대 대중문화가 우주에서 만발하니 어디서도 보고 들은 없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탄생했다.


보안관
감독 김형주 출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아재들, 살아있네!
★★★
홍콩 누아르 특유의 의리를 더한 부산발 변종 아재 서부극이랄까. 보안관(의 탈을 쓴 동네반장), 사나이들의 (귀 얇은) 의리, (어쩌다 보니) 복수, (구수한) 악당 등 서부극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유머스럽게 비틀어 한상 차렸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이야기지만, 나사 하나씩 풀린 캐릭터와 토속적인 정서가 맞물려 그만의 분위기를 잡아낸다. ‘낡은 것-촌스러움’을 다르게 바라보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정겨움’일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무엇보다 TK-PK 출신으로 구성된 배우들의 차진 사투리가 영화 내내 ‘살아있네~!’
 
송경원 <씨네21> 기자
악의 없고 솔직한 아재들의 가랑비 같은 잔재미
★★★
기장 지역을 무대로 우리 동네 보안관의 활약상을 그린다. 로컬, 아재, 의리로 요약되는 코미디. 배바지를 입고 잔뜩 허세를 부리는 아저씨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가 영화의 호불호를 가른다. B급 코미디를 지향하지만 정치적인 메시지도 진하다. 지역의 공기, 상황, 정서를 잘 살려낸 캐릭터의 승리. 장면의 호흡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늘어지는 게 아쉽다.


보스 베이비
감독 톰 맥그라스 목소리 출연 알렉 볼드윈, 스티브 부세미

송경원 <씨네21> 기자
또 한 편의 공산품 애니메이션
★★☆
귀엽다. 간간히 웃기기도 한다. 그게 전부다. 겉모습은 아기지만 속내는 전문경영인인 캐릭터의 언밸런스한 상황으로 웃음 유발하는 익숙한 코미디. 정해진 사랑의 총량을 지키기 위한 베이비 주식회사라는 컨셉은 나름 신선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적당한 모험과 웃음, 볼거리를 정석대로 버무린 공산품 애니메이션. 드림웍스의 전복적 상상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목소리의 형태
감독 야마다 나오코 목소리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귀를 기울이면, 마음의 형태가 들린다
★★★★

부서지는 햇살, 교복을 입은 소녀와 소년, 문학적인 제목까지. 감성을 자극하는 외양에 속지 마시길. <목소리의 형태>는 현실을 매섭게 건드리는 엄정한 작품이다. 마음의 형태가 다르기에 부딪치고 부서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연결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기운은 사그라들지 않는데, 영화는 갈등을 판타지로 덮거나 섣부른 화해를 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손쉽게 모든 것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과 마주하고, 미래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소년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세일즈맨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샤하브 호세이니, 타라네 앨리두스티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관객의 뺨을 후려치는 거장의 복수극
★★★★
나의 가족이 누군가로 인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질문을 풀어나가는 열쇠는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1949)이다. 급속한 현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이란 테헤란과 경제대공황이던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집은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만큼 용서와 복수,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다. 원제는 복수.


언노운 걸
감독 다르덴 형제 출연 아델 하에넬, 제레미 레니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르덴 형제의 답. 주인공 제나를 포함한 인물들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감정은 죄책감이지만, 바꿔 말하면 그것은 타인의 고통 앞에 눈 감고 침묵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건 결국 인간답기 위한 노력이다. 이름도 없이 죽어 간 소녀가 누구인지 추적해나간다는 설정 덕분에 다르덴 형제 영화에 유례없던 장르적 기운(스릴러)이 감지된다는 점도 신선한 변화.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너의 이름은.
★★★☆
순간의 선택이 예기치 않은 비극을 몰고 왔을 때, 인간은 이를 어떻게 끌어안고 감당하고 극복해야 하는가. ‘개인’의 죄책감 안에 의료복지-불법체류자 등 ‘사회’문제를 포개는 다르덴 형제의 솜씨는 이번에도 화려하진 않지만 유려하고, 뜨겁진 않지만 긴 여진을 남긴다. 다르덴 최고의 작품이라 하기엔 망설여지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일 뿐, 그들의 영화는 절대적으로 좋다.

 


, 투게더
감독 신동일 출연 이혜은, 임형국, 채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과 사회
★★★☆
이른바 헬조선을 다룬 적잖은 영화들이 있지만, 신동일 감독의 <, 투게더>가 조금 다른 것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관심만큼 가족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고 당한 아빠, 실적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엄마, 재수생인 딸. 그들이 직면하는 현실적 문제들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일상적인 모습들로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한 가족 안에서 뒤엉킬 때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는 의외로 큰 울림을 준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떻게든 함께살아보지 않겠느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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