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3일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009년 5월 23일 고향인 봉하마을 자택 뒤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죠. 에디터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요. 학교에서 영화 촬영을 한다는 소식에 설레면서 구경하고 있던 중 비보를 듣고 묘한 기분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모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들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요. 영화 속에서 표현된 그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겠습니다.


<변호인>_인권 변호사 '노무현'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를 본격적인 인권 변호사의 길로 이끈 사건이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이었죠. 노무현은 이 사건을 얼떨결에 맡으면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는데요. <변호인>의 우석(송강호)도 사업 수완 좋던 잘나가는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법과 상식에 맞서는 삶을 살게 되었죠.

'부림 사건'은 '부산'의 '학림사건'에서 명칭을 따온 사건입니다. 1981년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 고문해 기소한 사건인데요. 독서모임을 반국가적인 활동으로 조작해 온갖 살인적인 고문을 했던 사건이었죠. 2014년 재심 청구 끝에 33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활동을 돕고 떠난 전 민정수석 이호철이 바로 부림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되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변호인>에서 진우(임시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죠.

인권 변호사 시절 노무현(좌), <변호인>의 한 장면(우)
노무현 인권 변호사 시절 광고 전단

인권 변호사 시절 노무현의  모습뿐 아니라 사무실 모습도 무척이나 흡사한 느낌입니다. <변호인>에 등장한 우석의 대사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 <변호인> 바로보기

진우야. 네가 말하지 않았냐?
세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바위는 죽은 기고 계란은 언젠가
바위를 넘을 기라고.
난 절대 포기 안 한다.
- <변호인> 中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 <변호인> 中

<무현, 두 도시 이야기>_16대 총선 때 부산 북강서을에서의 낙선

<변호인>이 노무현의 인권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허구 속에 담아냈다면,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노무현을 소재로 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입니다. 전기 다큐지만 감독이 선택한 일화는 노무현의 실패담이었습니다. 영화는 현재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했다가 실패한 노무현의 선거 유세 과정, 여수에서 총선 출마했다 실패한 백무현 후보의 선거 과정을 교차 편집해 구성했는데요.

다리 아프다 투정(?)하면서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아이부터 노인까지 서슴없이 친근하게 말을 걸던 모습, 먼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직접 연설문을 고심하며 작성하던 모습들, 특유의 역동적인 언변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던 연설 장면 등이 담겨있습니다.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바로보기

최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시절이었고, 불신의 시절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으며,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모두 천국으로 가고 있었으며, 우리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했던 글귀)
배지 하나 달아서 편하게 정치하겠다는 사람은 절대로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 삽입된 노무현 연설 장면 中
장철영 사진작가가 찍은 노무현 사진들

<노무현입니다>_2002년 국민 참여경선

당시 꼬꼬마였던 에디터에게 2002년은 기적 같았던 월드컵 4강으로만 기억된 해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또 하나의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전국 16개 도시에서 치러진 국민 참여경선에서 지지율 2%의 꼴찌 후보였던 노무현이 지지율 50%의 1등 후보를 꺾은 사건이죠. 5월 25일 개봉하는 <노무현입니다>는 바로 이 과정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앞선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어쨌든 결론적으로 실패한 선거 과정을 담았다면, 이 영화는 노무현이 가장 화려했던 순간을 조명했습니다. 문재인, 유시민, 안희정 등 노무현을 만든 사람과 노무현을 이끈 시민 등으로 구성된 39명의 인터뷰이들이 등장해 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감독이 이들에게 건넨 질문은 “당신에게 노무현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의 무엇이 당신을 움직였나? 당신은 왜 그를 잊을 수 없는가? 당신은 그를 만나고 어떻게 변했나?”였는데요. 각자 어떤 대답을 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떠나보내려고 한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라고.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라고. 노무현에 대한 애도가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잡힐 때 종료되리라고 본다고.

- <노무현입니다> 유시민 인터뷰 中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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