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핫한, ‘로망 포르노는 무엇일까요?
 
일본의 닛카츠 스튜디오는 올봄,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역 감독들, 나카타 히데오, 소노 시온, 유키사다 이사오, 시라이시 카즈야, 시오타 아키히코가 닛카츠 로망 포르노를 다시 제작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각 감독들의 특징이 그대로 보이는 공식 캐리커쳐.

'로망 포르노'의 기원을 살펴보겠습니다.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선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영화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졌습니다. 도산 위기에 처한 닛카츠 스튜디오의 스탭 노조는 회사의 위기를 극복해보고자 잘 팔릴 만한 극장용 성애영화, 로망 포르노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비용, 고효율이었습니다. 닛카츠 최초의 성애영화인 <단지처: 오후의 정사>(1971)는 예상대로 흥행했습니다.
 
로망 포르노 제작 중 감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월 2회 이상 배급을 목표로, 편당 평균 제작비가 750만 엔을 넘지 않을 것.
70분의 러닝타임으로 열흘 안에 영화를 완성할 것.
10분마다 한번씩 적절한 섹스 신이 등장할 것.

대신 주제와 형식에 대한 제한은 없었습니다. 감독들은 닛카츠가 제시한 조건들을 지키며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의 개성을 펼쳤습니다. <이치조 사유리의 젖은 욕망>(1972), <방황하는 연인들>(1973), <빨강머리의 여자>(1977) 등을 만든 구마시로 다쓰미, <창녀 고문 지옥>(1973), <실록 아베 사다>(1975) 등을 연출한 다나카 노보루가 이 시절의 대표 감독들이었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와타나메 마모루, 히가시 요이치, 소마이 신지, 모리타 요시미츠, 타키타 요지로,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익히 알려진 많은 감독들도 커리어 초반엔 로망 포르노를 제작하며 자신의 창작력을 다듬었습니다.

<실록 아베 사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비디오 대여점을 유통망으로 삼은 AV의 확대로 로망 포르노는 점차 사장됩니다. 18년간 1100여 편의 로망 포르노를 만들어온 닛카츠는 1988, 공식적으로 로망 포르노 제작을 중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닛카츠는 어째서 지금, 로망 포르노를 다시 제작하는 걸까요? 지난 봄의 도쿄 기자회견에서 닛카츠 스튜디오 사토 나오키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2, 닛카츠 100주년을 기념해 일본과 뉴욕, 유럽 등에서 과거의 로망 포르노를 기념 상영했습니다. 뜻밖에도 로망 포르노를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대거 극장을 찾았고, 관객의 60%는 여성이었습니다.” 아마도 사토 나오키 사장은 미래의 로망 포르노라면 여성 관객에게 어필할 만한 어떤 강점을 지녔으리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페미니즘이 국제 이슈로 떠오른 지금, 여성향 에로티시즘 영화의 제작은 자연스러운 경향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다섯 감독은 과거의 닛카츠 로망 포르노의 규칙에 입각해 사랑을 키워드로 한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각각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인지 볼까요.


<화이트 릴리>
감독 나카타 히데오
도예가 토키코와 견습생 하루카의 성애를 다룬 레즈비언 로맨스.

<안티포르노>
감독 소노 시온
 여왕 노예로 위치 바꾸기를 반복하는 예술가 쿄코와 그의 어시스턴트 노리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여성성으로부터의 구원을 갈구하는 영화감독 신지의 열정과 죄책감, 그리고 우울.

<암고양이들>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이케부쿠로에 사는 가난한 세 여자의 현실.

<바람에 젖은 여자>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여자와 남자의 과격한 몸싸움 그리고 연애.


각 작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다섯 작품 모두 국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바람에 젖은 여자> 525일 출발선을 끊었고요. 3주 간격으로 <안티포르노> 615,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77, <암고양이들> 727, <화이트 릴리: 백합> 817일로 개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개봉 순서에 관해 수입과 공동배급을 맡은 오렌지옐로우하임의 차병길 프로듀서는 여성의 시각으로 즐기는 어른영화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바람에 젖은 여자>, <안티포르노>, <암고양이들>이 목적에 가장 근접한 영화다. 그래서 세 영화를 먼저 개봉하려다 국내에서의 감독과 배우 인지도를 고려해 <암고양이들>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의 순서만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개인의 생각으로는, 여성향 에로티시즘 영화를 만드는 데에 여성 감독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음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이 점은 차차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 영화는 작가 영화의 범주로 축소되고, 유명 원작의 힘을 등에 업은 기획 영화만이 볼륨을 키우고 있는 일본 영화 시장 안에서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가 어떤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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