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메가 히트작 <너의 이름은.>이 국내 개봉했습니다.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크게 흥행하지 못하는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함께 흥행한 <목소리의 형태>도 아직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네요.

<너의 이름은.>
<목소리의 형태>

<너의 이름은.>, <목소리의 형태>와 비슷한 유형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나 살피다 자연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관심이 미쳤습니다. (뒷북이지만) 최근 에디터의 눈길을 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세 곳에 관해 정리했습니다. 사실 정리를 하려다 보니 끝이 없어 세 곳만 추렸다는 게 맞겠습니다…(…)…



선라이즈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로 잘 알려진 선라이즈입니다. 현재는 반다이 남코 그룹의 자회사로, 일본 만화계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의 프로덕션인 무시의 소속 직원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퇴사하고 1972년 설립한 스튜디오로부터 출발했습니다. 1979, 선라이즈가 내놓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대히트 이후 10년 간은 비슷한 유형의 2D 메카닉 애니메이션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을 지나 재정적 안정을 찾고 나서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수준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기동전사 건담>(1979)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

디스토피아 데로이아를 배경으로 인간형 병기 컴뱃 아머와 데로이아 독립운동가들의 지난한 투쟁을 다룬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비틀린 도시의 군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하드보일드 누아르, 전쟁 SF,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할리우드 장르를 대거 융합한 독특한 시리즈인 <장갑기병 보톰즈>(1983) 등이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전설의 용자 다간>을 기억하시나요? ‘용자시리즈의 첫 편인 <용자 엑스카이저>(1990)도 이 무렵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995, 선라이즈는 반다이에 인수됩니다. 메카닉물로 흥한 제작사였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남성향 미소녀 애니메이션 등에 주력하기 시작합니다. 반다이의 자회사가 되면서 유명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나 완구를 제작하는 등 더 큰 미디어믹스 사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러브 라이브!>

<시티헌터>(1987), <성계> 시리즈, <따끈 따끈 베이커리>(2004), <결계사>(2006), <은혼>(2006), <러브 라이브!> 시리즈 등이 대표적입니다.


교토 애니메이션
쿄애니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1, 무시 프로덕션 출신의 핫타 요코가 사무실을 차려 아는 주부들과(!) 애니메이션 채색 작업을 시작한 것을 발단으로, 1985년 그의 남편 핫타 히데아키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 설립을 합니다. 핫타 요코가 사무실을 차렸을 당시 교토에 거주 중이었기에 사무실 이름을 교토 아니메 스튜디오로 지었고, 이것이 교토 애니메이션의 시작이 됩니다.

법인 설립 이후에도 교토 애니메이션은 한동안 선라이즈나 타츠노코 프로덕션 등 대형 스튜디오들의 채색 하청업체로 회사를 유지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채색 하청 작업은 유지하고 있고, 실사영화 수준의 세밀묘사와 뛰어난 작화, 분업화가 인상적인 스튜디오입니다.

<풀 메탈 패닉!>

2003, <풀 메탈 패닉!> 시리즈의 2기 작품인 <풀 메탈 패닉! 후못후>의 애니메이션을 선봉으로 자체 제작을 시작합니다. (1기 시리즈는 타 제작사 작품입니다.) <풀 메탈 패닉! 후못후> 시리즈, <AIR> 시리즈 등은 뛰어난 작화로 크게 히트했고, 교토 애니메이션을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오리지널은 거의 만들지 않고, 유명 원작을 바탕에 둔 작품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맡던 중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이 대히트를 치며 쿄애니의 전성기를 불러왔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승승장구하던 교토 애니메이션은 그 뒤의 몇몇 시리즈로 인해 쇠퇴일로를 걷기 시작했으나 이 무렵 등판한 <케이온!>(2010)이 하루히 시리즈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덕에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합니다. 이후 출시한 <빙과>(2012), 극장판 <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3), <Free!>(2013) 등도 흥행과 평가 둘 모두를 그럭저럭 놓치지 않은 수작들이었습니다.

<케이온!> 시리즈
<하이 스피드! -프리! 스타팅 데이즈>(2015)

2011년부턴 라이트노벨 출판사 KA에스마 문고를 런칭하면서 원안과 애니메이션을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도 상영 중인 교토 애니메이션의 최근작 <목소리의 형태>는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일본 개봉할 무렵 함께 개봉해 쌍끌이 흥행을 주도했습니다. 코단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감독 야마다 나오코는 <케이온!> TV판 시리즈의 연출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OLM(Oriental Light & Magic)
OLM은 희대의 킬러 콘텐츠 <포켓몬스터>(1997)를 탄생시킨 스튜디오입니다. 1994, 중소 제작사로 출발한 OLM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단순하고 반복적이라는 점입니다. <포켓몬스터>의 사례처럼 게임 원작의 아동 타깃 애니메이션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포켓몬스터>와 <요괴워치>

<다마고치>(2009), <이나즈마 일레븐>(국내 출시명은 썬더 일레븐’, 2008), <요괴워치>(2014)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요괴워치>는 어마어마한 인기로 애니메이션 제작 1년 만에 극장판도 만들어집니다.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2014)은 일본 개봉 당시 주말 이틀의 오프닝 성적이 16억 엔을 돌파해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그전까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 벌어들인 14억 엔이 최고 기록이었다고 하네요.

<웨딩피치>

특히 OLM의 애니메이션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와 슈도 다케시는 이 시대의 참금손인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입니다. 유야마 쿠니히코는 대포켓몬시대를 열어젖힌 주인공이자 <요술공주 밍키>(1982) <웨딩피치>(1995)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요술공주 밍키>의 감독은 유야마 쿠니히코지만 작가 슈도의 취향에 힘입어 마법소녀물 바탕에 온갖 장르가 혼재된 독특한 소녀만화로 탄생했습니다.

이후 슈도는 유야마 쿠니히코와 <포켓몬스터>의 기본 구성까지 전담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웨딩피치>의 공식 제작사는 KSS지만 사실상 유야마 쿠니히코가 연출했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전투복으로 웨딩드레스를 선택한 파격적인 여성향 전대물로, OLM 초기의 주력작이었습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
<아즈망가 대왕> 시리즈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

데즈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
오시이 마모루, 이시가와 미츠히사 등을 배출한 애니메이션 명가 타츠노코 프로덕션,
무시 프로덕션의 애니메이터들이 설립해 <카드캡터 체리> 시리즈,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등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들, <헌터X헌터> 시리즈, <원펀맨> 시리즈 등을 내놓은 매드하우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등의 안노 히데아키를 배출한 가이낙스,
<최종병기 그녀>(2002), <간츠>(2004)곤조,
<공각기동대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대표되는 프로덕션 I. G,
<아즈망가 대왕> 시리즈 등 개그 장르에 강한 J.C. STAFF,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 등 서정성 짙은 작품 위주의 A-1픽처스
포스트에 다 쓰지 못한 제작사들이 훨씬 많습니다.

새삼, 일본은 애니메이션 시장의 볼륨이 엄청나다는 걸 느낍니다. 제작사들의 정보를 살피며 기억을 되짚으니 학창시절 에디터가 무척 열심히 보았던 애니메이션들도 수두룩했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하지만 (…) 언젠가 또 좋은 애니메이션 이슈가 생기면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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