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감독 요아킴 뢰닝, 에스펜 잔드베르크 출연 조니 뎁, 하비에르 바르뎀, 카야 스코델라리오

송경원 <씨네21> 기자
캐리비안 파크 재개장, 새로운 놀이기구는 없지만
★★★
6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윌 터너(올랜도 블룸)의 아들 헨리로 세대 교체됐지만 구성, 전개, 유머코드까지 모두 동일하다. 이미 코스까지 외우고 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 전설에서 출발해서 해적의 모험과 낭만을 즐기다 가족으로 마무리 되는 안전코스. 임팩트는 부족하지만 익숙하면 익숙한 대로 즐길 만 하고 시리즈 팬들에게 호소하는 부분도 꽤 있다. 다만 이야기는 간신히 말은 되는 정도이고 잭 스패로우는 물론 악당 캐릭터마저 밋밋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아직은 보낼 수 없어, 캡틴 잭
★★★
4<낯선 조류>가 아쉬웠던 가장 큰 이유는 잭 스패로우와 동등한 힘으로 합을 맞추며 신나게 극을 이끌어갈 캐릭터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 돌아왔다는 게 이번 5편의 성취 중 하나다. 새로 합류한 젊은 피들의 활약이 안정적인 가운데, 시리즈를 떠났던 원년 멤버들도 최적의 방식으로 다시 얼굴을 비춘다. 이대로라면 시리즈가 앞으로 몇 편 더 나와도 좋을 듯하다. 물론 디즈니도 잭 스패로우 캐릭터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다만 자꾸만 불어나는 외연에 걸맞게 방대해지는 이야기를 수습하는 힘은 여전히 아쉽다. 캐릭터들의 매력과 순간순간 발생하는 재치에 더 크게 기대어 굴러가는 인상이다


노무현입니다
감독 이창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노무현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은 연일 대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진 레이스였다. 그 과정은 모두가 안다. 그러므로 그것을 되짚는 <노무현입니다>가 도달하는 골인점 자체에는 대단한 반전이 존재할 순 없다. 대신 이 다큐의 시선은 당시 노풍이 어디에서 기인했으며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향한다. 시선의 끝에는 인간 노무현이 있다. 숨 가쁜 레이스가 끝난 이후의 어떤 시점으로 훌쩍 시간을 건너뛰는 카메라는, 이 다큐가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을 평가할 뜻은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다소 감상적이라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분명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 노무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털어놓는 서른아홉 명의 진심에 끝내 동화되고 만다. 바보라 불렸던 이상주의자 노무현. 그는 우리에게 이런 사람이었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민들레 꽃씨처럼, 시민 속으로 휘적휘적

★★★☆

우리 가슴 속엔 각자의 노무현이 있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역사 앞에 업적보다 인간으로 기억될 사람, 노무현에 대한 또 한편의 이야기.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승리과정을 뼈대로 노무현스러운가치들을 압축 전달한다.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기 보다는 격정과 열정 속으로 푹 잠기길 주저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승리와 영광의 순간에 새삼 주목한 점도 색다르다. 분노와 죄책감을 지나 희망과 미래를 말하는, 제대로 된 애도의 첫 걸음.


네루다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루이스 그네코

송경원 <씨네21> 기자
추격자(혹은 외부자)의 시선에서 더듬다 스며드는 독창적인 전기영화
★★★☆
칠레의 국민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전기 영화.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만 여느 전기영화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재키>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국가원수 모독죄로 쫓기는 시인(이자 혁명가)과 그를 쫓는 경찰 사이에 싹트는 묘한 관계를 통해 매혹적인 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망한다. 단언하거나 정의내리지 않고 관계 속에서 움트는 역동적인 관찰과 질문들. 입체적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실존 인물을 상상력으로 다룬 비범한 능력
★★★
20세기 남미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칠레의 정치가, 민중 운동가였던 파블로 네루다와 극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한다. 칠레 출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가상의 인물인 비밀경찰 오스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네루다의 일대기를 로드무비이자 추적극,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판타지, 심리 드라마로 이채롭게 재구성했다. 민중을 위로한 네루다의 시만큼이나 오스카를 연기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유머러스한 연기와 진중한 내레이션이 묘한 위안을 준다.


바람에 젖은 여자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출연 나가오카 타스쿠, 마미야 유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관습적 사고에 강풍을 날리는 뜨거운 로망포르노
★★★
금욕적인 삶을 선언한 남자 앞에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한 여자가 뛰어든다. ‘사랑의 사냥꾼이라 자칭하는 여자는 숲 속에서 고독한 생활을 즐기려는 남자에게 시시때때로 찾아와 그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의 육탄 공세와 남자의 반격 사이에 주변 인물들이 엮여들면서 남자의 오두막은 거대한 욕망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한다. 엉뚱 발랄한 섹스 코미디로 흐르다가 두 남녀가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만큼은 무협 영화의 대결처럼 박진감 넘친다. 물론 영화의 장르는 로망 포르노이니 이들은 칼 대신 몸으로 맞붙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럭비공 같은 로망포르노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와 뜻밖의 유머를 지켜보는 맛이 있다. 각자의 사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들이 거의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걸치고 있는 조건인 욕망이 서로 얽히고 부딪치는 과정이 귀여운 수준으로 요란하다. 여성의 몸과 욕망을 손쉽게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시도는 좋으나, 매 장면 그 선이 지켜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게 읽힌다. 가장 쉽고 친근한 방식의 로망 포르노. 닛카츠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다섯 편 가운데 입문작으로 가장 적절하다.


너와 100번째 사랑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사카구치 켄타로, 미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블랙홀
★★
어느덧 로맨스 장르의 트렌드 중 하나가 된 타임 워프 러브 스토리에 속한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연인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한 남자의 끊임없는 시간 되돌리기가 이야기의 중심. 플롯 구성은 설정만큼 긴박하지 않고, 장면들은 순정만화 같은 이미지로 채워진다. 배우들의 매력으로 어필하는 영화. 그렇게 애절한 사랑 이야긴 아니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감독 김소영 출연 방 타마라, 이함덕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잊혀진 선현들의 그림자
★★★
디아스포라에 대한 의미 있는 기록. 19세기 연해주 이주부터 시작해 20세기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고려인들의 역사를 중심으로, ‘예인’(藝人)들의 흔적을 찾아간다. 과거에 대한 일반적인 다큐가 아닌, 문화와 예술과 여성의 관점에서 구성된 작품. 인터뷰이의 진술과 자료 사진 사이를 채우는 그들의 음악과 노래는 가슴을 적시는 사운드다


루팡 3: 칼리오스트로의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야마다 야스오, 먀스야마 에이코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 걸작을 만나는 즐거움
★★★☆
1979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TV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해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루팡 3세의 신출귀몰한 활약상은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경쾌한 재즈풍의 음악과 1930~1960년대 프랑스 범죄 영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도 매력적이지만, 쾌활한 도둑 루팡을 비롯해 하야오가 빚은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크다. 하야오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도 주목해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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