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함께 본격 호러영화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국내에서 호러영화는 한때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었습니다만 요즘은 국산 호러영화가 드물어 아쉽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호러 장르를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많고, 일관되게 호러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많습니다. 올여름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될 할리우드산 호러영화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어떤 감독과 배우가 참여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크하우스
감독 대런 린 보우즈먼 출연 제시카 론디스, 조 앤더슨, 데이턴 칼리 개봉일 622

먼저 <쏘우> 시리즈로 잘 알려진 대런 린 보우즈먼 감독의 신작 <다크 하우스> 지난 622, 시장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원제는 ‘Abattoir’, 도살장이라는 뜻입니다. 부동산부 기자 줄리아(제시카 론디스)는 범죄사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줄리아의 언니의 가족들이 집에서 의문의 괴한에게 살해를 당하고, 장례식을 마치기도 전에 언니의 집은 경매에 넘어갑니다. 심지어 언니와 가족들이 살해당한 방은 통째로 뜯겨 사라집니다. 줄리아는 이런 경우의 살인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님을 이상하게 여기고 형사 그래디(조 앤더슨)와 함께 사라진 방의 흔적을 쫓기 시작합니다. 줄리아와 그래디는 모든 사건들의 끝에는 항상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의문의 노인 제베디아 크론(데이턴 칼리)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대런 린 보우즈먼 감독은 학생 때부터 꾸준히 단편영화를 만들어 왔고, 록 밴드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작업하며 영상 연출 경력을 쌓았습니다. 보우즈먼이 학생 때 쓴 시나리오 < The Desperate>를 읽은 <쏘우>(2004)의 촬영감독이자 영화 프로듀서인 데이빗 A. 암스트롱은 <쏘우> 시리즈의 제작자인 그렉 호프먼에게 보우즈먼을 추천했고, 호프먼은 채 서른도 되지 않은 보우즈먼에게 <쏘우 2>(2005)의 각본을 쓰게 하고 연출까지 맡깁니다. 보우즈먼은 <쏘우 3>(2006) <쏘우 4>(2007)까지도 연출했습니다. 이후로도 <마더스 데이>(2010), <11-11-11>(2011), <데빌스 카니발>(2012), <테일즈 오브 할로윈>(2015) 등 꾸준히 호러 외길을 걷고 있는 감독입니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차기작 <세인트 아가타>도 호러영화네요.

제시카 론디스가 가족을 비명에 잃고도 발 벗고 수사에 나서는 줄리아를 연기합니다. 1988,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생했고 9세부터 작곡을 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고등학생일 때 <쇼타임> 채널의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며 연기에 꿈을 가지게 됐고, 16세에 고등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LA로 이주해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 중입니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한 에피소드에도 참여했고, <소녀괴담: 17살 여고생의 악몽>(2008), <오텁시>(2008), <앨티튜드>(2010), 대런 린 보우즈먼과 첫 작업한 <데빌스 카니발>, <마더스 나이트메어>(2012) 등 꾸준히 호러영화를 찍으며 차세대 호러퀸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를 호러로 채워 왔음에도 그는 정작 호러영화 보는 걸 무서워하는 편이라고 하네요.


베를린 신드롬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출연 테레사 팔머, 막스 리멜트 개봉일 76

호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클레어(테레사 팔머)는 휴가를 얻어 베를린을 여행하던 중 근사한 남자 앤디(막스 리멜트)와 가까워집니다. 앤디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클레어는 앤디와 헤어지고서도 그를 잊지 못해 길을 되돌아가 앤디와 다시 만납니다. 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까지 지게 된 클레어는 다음날, 자신이 그 집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클레어는 안간힘을 쓰며 탈출을 시도하지만 앤디는 갖가지 방법으로 클레어를 옥죄기 시작합니다. 호주 작가 멜라니 요스텐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케이트 쇼트랜드는 호주 영화TV라디오 스쿨에서 연출을 전공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만든 네 편의 단편, <Strap on Olympia>(1995), <Pent up House>(1998), <Flower Girl>(1999), <Joy>(2000)가 여러 영화제에서 고루 호평을 받으며 호주의 유망한 감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방황하는 소녀의 내면을 묘사한 장편 연출 데뷔작 <아찔한 십대>(2004)는 핸드헬드 촬영이 돋보인,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65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로어>(2012)는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려 애쓰는 로어 가족의 로드무비였습니다. 쇼트랜드는 <베를린 신드롬>을 만들며 클레어와 앤디의 관계 변화를 통해 섹스와 폭력, 힘에 대한 개념, 창조와 변형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관객들에게 테레사 팔머는 좀비영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웜 바디스>(2013)에서 잘생긴 좀비 알(니콜라스 홀트)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줄리로 기억됩니다. 쇼트랜드 감독과 마찬가지로 테레사 팔머도 호주 출신입니다. 간호사이자 선교사였던 어머니가 테레사 수녀의 이름으로 팔머의 이름을 지었다고 하네요. 2003,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했고 인근 쇼핑 센터에서 아동 타깃 프랜차이즈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뒤 몇 편의 광고를 찍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던 그의 프로필을 본 에이전트로부터 연락 받아 영화 배우로 데뷔했고, 데뷔작이 학교에서 벌어진 자살 사건을 여섯 학생들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영화 <2:37>(2006)입니다. 테레사 팔머 역시 <그루지 2>(2006), <테레사 팔머의 감금>(2008), <컷뱅크>(2014) 등 호러, 스릴러 영화에 다수 출연했습니다.


돈 슬립
감독 필립 구즈먼 출연 조슬린 도나휴, 제시 브래포드, 로리 페티 개봉일 76

케이트(조슬린 도나휴)와 베스는 쌍둥이 자매입니다. 베스는 수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던 베스는 동생 케이트에게 잠이 들면 악령이 목을 조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합니다. 얼마 뒤 베스는 수면 중 마비가 와 사망하고, 케이트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설상가상으로 베스의 남자친구인 에반(제시 브래포드)까지 베스와 마찬가지로 악령을 보기 시작합니다. 케이트는 수면 장애를 연구하는 하산 박사(로리 페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하산 박사는 케이트가 손 대선 안 될 것에 손을 댔다며 악령을 퇴치하지 않으면 베스와 같은 방식으로 죽게 될 거라 경고합니다. 케이트와 하산 박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수면 중 마비를 극복해보기 위해 위험천만한 실험을 시도합니다. 조슬린 도나휴가 케이트와 베스를 모두 연기했습니다.

필립 구즈먼 감독은 텍사스의 스테판 F. 오스틴 스테이트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7500 달러 예산으로 만든 비디오 영화 <The Lawless>(2007)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납치된 가족을 살리기 위해 24시간 안에 멕시코 마약 갱단이 시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남자의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 <2:22>(2008)는 무장 강도를 계획했던 네 명의 남자들이 폭설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해프닝을 묘사합니다. 세 번째 영화인 <Desdemona: A Love Story>(2009)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멕시코 이민자 부자의 비애를 담은 작품입니다. <A Kiss and a Promise>(2012)는 조용한 마을에 거주하는 소시오패스 집주인 부부와 그들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온 미스터리한 작가의 생활을 담은 스릴러입니다. <돈 슬립> 이전에 만든 네 편의 작품들은 그가 제작, 연출, 각본을 모두 담당했고, 일관되게 폭력과 사랑, 선택과 딜레마에 관해 말합니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호러 신작 <200시간>1980년대에 수면 장애 연구를 하다 끔찍한 문제에 직면한 대학원생 무리가 주인공입니다.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의 낸시 역으로 이미 국내 관객과 만난 바 있는 조슬린 도나휴는 1981년 미국 코네티컷주 브리스톨에서 출생했고, 뉴욕대학교에서 역사와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패션모델로 데뷔해 여러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고, 저예산 호러영화 <바로워즈>(2008)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열었습니다. 고풍스러운 호러영화 <하우스 오브 데블>(2010)에서 괴기스런 저택에 일자리를 구하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주인공 사만다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2013), <캄포스>(2015), <홀리데이즈>(2016) 등 호러도 꾸준히 찍고 있고,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나이트 오브 컵스>(2015) 등 작가성 짙은 영화에도 출연하며 고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습니다.


아직 개봉일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7월 중엔 <47미터> <위시 어폰>도 공개됩니다. <47미터>는 멕시코에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러 간 커플이 사고를 당해 20여분간 생존할 수 있는 산소탱크만을 가지고 47미터 심해로 추락하고 난 뒤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을 그립니다. 약간의 산소만을 가지고 식인 상어 무리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해양 호러일지, 밀폐된 공간과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포를 유발하는 재난 스릴러일지 궁금하네요. <새니태리엄>(2001)이란 제목의 비디오 호러로 데뷔해 꾸준히 호러 연출 외길만 걷다 마침내 호러 프랜차이즈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 2>의 감독 자리까지 꿰찬 요하네스 로버츠 감독의 음산한 연출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위시 어폰> 7개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뮤직박스의 저주를 그립니다. 엄마의 자살로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던 소녀 클레어(조이 킹)는 뮤직박스를 갖게 됩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다른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저주가 깃든다는 것을 클레어는 미처 몰랐던 모양입니다. 친구 라이언(이기홍)은 클레어를 만류하지만 클레어에게 뮤직박스의 비밀은 너무나 달콤합니다. 역시 무서운 것은 저주받은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입니다. <애나벨>(2014)을 만든 존 R. 레오네티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고, <컨저링>(2013)에서 크리스틴을 연기했던 조이 킹과 이기홍의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화제였습니다.

8월엔 <애나벨: 인형의 주인>이 개봉합니다. 제임스 완이 제작한 저예산 호러영화 <라이트 아웃>(2016)의 감독 데이빗 F. 샌드버그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라이트 아웃>은 제작비의 30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그해 미국에서 최고로 흥행한 호러 영화가 되었습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귀신 들린 인형 애나벨의 기원을 탐색합니다. 전작 <애나벨>은 호러보단 드라마에 방점을 둔 듯한 영화라 호불호가 갈렸죠.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집니다.

아직 국내 개봉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올해 할리우드에서 공개되는 호러영화가 몇 편 더 있습니다. 98일 북미 개봉하는 <>(It)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피의 삐에로>(1990)란 제목의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한 소년의 실종을 두고, 광대 모습을 한 미지의 존재 페니 와이즈에 맞서는 아이들의 싸움을 그립니다. 장르적 쾌감과 이야기를 모두 놓치지 않은 호러 수작 <마마>(2013)의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가 연출을 맡았고, <아가씨>(2016)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했습니다.

10월엔 <쏘우>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 <직쏘>가 공개됩니다. 나올 때마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역사도 굉장한데요. 도시 한복판에 변사체가 나타나고, 살해 용의자로 존 크레이머가 물망에 오릅니다. 존 크레이머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찌된 영문일까요? 사골 중의 사골이라 비판받는 경우도 있지만 매번 기대되는 시리즈입니다. <타임 패러독스>(2014)를 연출한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공동감독이 연출했습니다.

‘13일의 금요일로 개봉일을 정한 호러영화도 두 편 있습니다. <해피 데스 데이>(Happy Death day) <마더!>(Mother!)입니다. <해피 데스 데이>는 파티 중 살해당한 트리(제시카 로테)가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하루를 반복하는 타임루프 슬래셔 영화입니다.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스릴러 <디스터비아>(2007)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세 편의 각본을 썼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마크드 원스>(2014)의 연출과 각본을 모두 담당한 크리스토퍼 B. 랜던 감독이 <해피 데스 데이>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마더!>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연출, 제니퍼 로렌스 출연으로 화제인 작품입니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우르르 출연합니다. 어느 커플의 집에 불청객들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는 점 외에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무척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온갖 시각효과와 사운드에 익숙한 요즘의 관객은 호러영화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공포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요.
위에 소개한 영화들이 관객에게 어떤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