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뢰하는 봉준호 감독과 가장 오랜 연을 자랑하는 배우다. 통상 <플란다스의 개>를 비롯한 초기작에 출연했다고 알려졌지만, 그 연은 봉준호가 단편 <백색인>, <지리멸렬>을 발표하며 독립영화계 스타로 발돋움하던 19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영화에서 각각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고민하는 회사원, 기득권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검사를 연기했다. (결국 조롱을 위한 설정이긴 하지만) 꽤나 멀끔한 행색으로 등장했던 김뢰하는 <플란다스의 개>에선 위협적이면서도 어딘가 얼빵한 부랑자, <살인의 추억>에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형사로 분했고, 이후 다른 감독들의 작품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다. 안타깝게도 <괴물>에서 노랑 구호복을 입은 방역대원 역으로 짧게 등장한 이후 더 이상 봉준호 영화에서 그의 연기를 만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