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왓츠 감독.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역사상 가장 산뜻하고 활기찬 히어로 영화다. 영화화 판권을 가진 소니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의 협력으로 제작됐다. <홈커밍>을 연출한 존 왓츠 감독은 마블과 소니가 발견한 신예다. 어쩌다 착용하게 된 광대 복장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되며 기이한 살인 욕구에 눈 뜨는 주인공을 그린 호러영화 <클라운>(2014)으로 장편 연출 데뷔했고, 이전엔 숱한 단편영화와 TV영화, TV시리즈를 작업하며 경력을 쌓았다. <홈커밍> 직전에 연출한 장편영화 <캅 카>(2015)는 열살 남짓한 소년들이 경찰차를 탈취해 모험하는 과정을 그린 단출한 로드무비다. 케빈 베이컨이 출연했다. 순진무구한 소년들이 경찰차를 몰고 질주하고, 총기를 장난감처럼 휘두르는 모습은 귀여운 동시에 섬뜩하다. <캅 카>를 보면, <홈커밍>의 소년 히어로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존 왓츠 감독을 직접 만나 <홈커밍>의 제작 비화를 들어보았다. 


'스파이더맨'의 새 시리즈를 시작하며 샘 레이미 감독과 마크 웹 감독이 만든 전작들의 흥행과 평가와 관련해 어떤 생각이 있었나.
전작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겐 톰 홀랜드라는 매우 재능있는 배우가 있었다.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참신함을 부여할 수 있는 배우다. 또 이번 시리즈는 스파이더맨이 MCU로 귀환하는 작품이다. 전작에선 스파이더맨이 그 세계관 안의 유일한 히어로였는데 이번 시리즈는 원작 코믹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MCU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이해하는 히어로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제작 과정은 어려웠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세계관의 스파이더맨을 보여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전작 <캅 카>를 흥미롭게 봤다. 이번엔 청소년 히어로를 다룬다. '소년기'에 대단한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물론이다. 청소년기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아주 매혹적인 시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고, 세계를 향한 시선이 발달하는 시기잖나. 어설프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할 거다. 나도 그만한 때가 있었기에 십대의 삶을 충분하게 그릴 수 있었다. <캅 카> 역시도 나의 열살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 어른이 보는 십대의 삶이 아니라, 내가 십대였을 때로 돌아가 그들의 시각으로 삶을 묘사하고자 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다는 점 외에 당신이 톰 홀랜드에게서 피터 파커를 보게 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톰 홀랜드는 루소 형제가 미리 캐스팅한 상태였다. 이미 완벽한 스파이더맨이었기에 내가 이 이상 뭔가 더 할 게 없었다.

피터가 '퀸즈'에 살고 있다는 설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뉴욕의 인종 다양성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렸다. 어떤 생각들이 있었나.
그 모습이 뉴욕의, 고등학교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다양함이 있다. 

엔딩에 정체를 밝힌 모 캐릭터의 등장은 예상치 못했다. 이후 등장할 그의 역할에 관해 약간의 힌트를 준다면.
스포일러라 이 이상 뭔가 말할 수 없어 아쉽지만, 다음 영화를 기대해주면 좋겠다. (웃음)

토니 레볼로리가 연기하는 플래시와 피터 파커의 관계도 흥미진진하다. 코믹스에서 피터 파커를 괴롭히는 소년인 플래시 톰슨은 훗날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베놈이 되기도 한다. <홈커밍>의 플래시도 영화의 이후 시리즈에서 베놈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있나.
내 생각에 지금은 모든 아이디어가 열려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벌처는 훨씬 고기능 기술집약적인 빌런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동료와 가족 등 제 식구를 챙기는 데 책임을 다한다. 이율배반적이기도 한데, 벌처를 캐릭터화하는 동안의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첫손에 꼽히는 아이디어는 에이드리언 툼스(마이클 키튼) 역시 보통의 남자라는 점이었다. <홈커밍>은 보통의 아이였던 피터 파커가 유니버스 안에서 히어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가 현실에서 성장하는 것처럼 에이드리언 툼스도 피터 파커와 대칭을 이루도록 변화를 겪어야 했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기에 더더욱 두렵게 느껴지는 빌런이라 생각한다. 또, 벌처는 코믹스에서도 스파이더맨과 가장 먼저 싸우는 빌런이다. 외계 물질로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어 싸운다. 원작에 있는 걸 가져와서 만들었다.

마이클 키튼이란 배우의, 이중성의 매력이 돋보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당신이 그에게 추가적으로 요구한 캐릭터 연기가 있을까.
이중성이라는 표현에 동감한다. 마이클 키튼에게 나는 그의 연기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벌처는 흥미로우면서, 멀리하고 싶고, 동시에 친근하면서도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다. 마이클 키튼은 완전히 캐릭터에 맞춤인 사람이었고, 벌처를 무척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정말 굉장하다. 나는 그를 무척이나 지지한다.
 
처 외에 당신이 또 애정을 갖고 있는 스파이더맨 세계관 속의 빌런은 누가 있나
너무 많다…. (웃음) 조금만 얘기하자면, '빅 휠'과 '기디언 메이스'? 양팔 대신 총과 금속 아머를 갖춘 '빅 휠'은 빌딩을 타고 오를 수 있는 커다란 바퀴를 가진 빌런이고, '기디언 메이스'는 한쪽 손이 망치로 돼 있는데 거기서 후추 스프레이가 나온다. 나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빌런에 무척 매력을 느낀다
 
<홈커밍>은 여러가지 면에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을 떠올리게 한다. 이전에 나온 시리즈들과의 정서적 연결에 대해선 어떤 고려를 했나.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들은 코믹스와 깊이 연결되고, 코믹스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난 샘 레이미의 첫 번째 스파이더맨을 무척 사랑한다.
 
스파이더맨을 연출하는 동안 참고로 삼은 이미지나, 텍스트들이 더 있나
코믹스에서라면 뭐든. 내 컴퓨터엔 모든 코믹스 시리즈가 있다. 관객이 <홈커밍>과 원작을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을 거다.

스파이더맨에게 거미줄은 공격보단 자신과 이웃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홈커밍>에서 거미줄 액션신들을 디자인하는 동안 가장 고심한 것은 무엇인가.
액션신을 찍을 때 피터 파커는 자신의 웹 슈트를 어떻게 다룰지 모르는 상황이잖나. 스파이더맨이 벅참을 느끼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상황들을 묘사하고 싶었다.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영화엔 히어로들이 전투 중에 초토화시킨 도시를 복구하는 팀, '데미지 컨트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배경에 그치는 것인가, 혹은 이후 시리즈에서 좀 더 확장된 역할을 하나.  
코믹스를 읽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데미지 컨트롤은 무척 근사한 설정이다. 영화에서도 탐험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전투로 초토화된 자리를 누군가는 열심히 치우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하다. (웃음) 그렇지만 다음 영화에서 데미지 컨트롤이 얼마나 확장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웹 슈트의 576가지 기능 중 영화엔 나오지 않았지만 관객에게 보너스로 알려주고 싶은 기능이 있나. 있다면 어떤 기능인가. 
원작에 포함돼 있고, 현장에서 우리끼리 농담으로 많이 거론한 기능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거미줄로 방패를 만드는 '웹 쉴드'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기능이다. 다음 영화에선 등장하지 않을까 나도 기대하고 있다. (웃음)


존 왓츠 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항에서부터 차를 타고 오며 '어벤져스'의 격전지로 등장한 장소들을 지나쳤다. '와, 영화에서 봤던 곳인데!' 하며 신기해했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소년 스파이더맨의 여름방학 버전을 한국에서 촬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는, 팬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떡밥을 던지기도 했다. 소년 스파이더맨의 활기가 어디서 온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아직 스파이더맨 두 번째 시리즈의 제작에 관해선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에디터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귀여운 히어로의 두 번째 이야기가 얼른 돌아오기를 고대해본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사진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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