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키튼이 연기하는 벌처는 훨씬 고기능 기술집약적인 빌런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동료와 가족 등 제 식구를 챙기는 데 책임을 다한다. 이율배반적이기도 한데, 벌처를 캐릭터화하는 동안의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첫손에 꼽히는 아이디어는 에이드리언 툼스(마이클 키튼) 역시 보통의 남자라는 점이었다. <홈커밍>은 보통의 아이였던 피터 파커가 유니버스 안에서 히어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가 현실에서 성장하는 것처럼 에이드리언 툼스도 피터 파커와 대칭을 이루도록 변화를 겪어야 했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기에 더더욱 두렵게 느껴지는 빌런이라 생각한다. 또, 벌처는 코믹스에서도 스파이더맨과 가장 먼저 싸우는 빌런이다. 외계 물질로 자기만의 무기를 만들어 싸운다. 원작에 있는 걸 가져와서 만들었다.
마이클 키튼이란 배우의, 이중성의 매력이 돋보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당신이 그에게 추가적으로 요구한 캐릭터 연기가 있을까.
이중성이라는 표현에 동감한다. 마이클 키튼에게 나는 그의 연기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벌처는 흥미로우면서, 멀리하고 싶고, 동시에 친근하면서도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다. 마이클 키튼은 완전히 캐릭터에 맞춤인 사람이었고, 벌처를 무척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정말 굉장하다. 나는 그를 무척이나 지지한다.
벌처 외에 당신이 또 애정을 갖고 있는 스파이더맨 세계관 속의 빌런은 누가 있나.
…너무 많다…. (웃음) 조금만 얘기하자면, '빅 휠'과 '기디언 메이스'? 양팔 대신 총과 금속 아머를 갖춘 '빅 휠'은 빌딩을 타고 오를 수 있는 커다란 바퀴를 가진 빌런이고, '기디언 메이스'는 한쪽 손이 망치로 돼 있는데 거기서 후추 스프레이가 나온다. 나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빌런에 무척 매력을 느낀다.
<홈커밍>은 여러가지 면에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을 떠올리게 한다. 이전에 나온 시리즈들과의 정서적 연결에 대해선 어떤 고려를 했나.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들은 코믹스와 깊이 연결되고, 코믹스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난 샘 레이미의 첫 번째 스파이더맨을 무척 사랑한다.
스파이더맨을 연출하는 동안 참고로 삼은 이미지나, 텍스트들이 더 있나.
코믹스에서라면 뭐든. 내 컴퓨터엔 모든 코믹스 시리즈가 있다. 관객이 <홈커밍>과 원작을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비슷한 구석이 많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