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씨네21> 기자
김민희라는 시선, 당당하고 확고하고 예쁘다
★★★☆
바람을 피운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과 아내(조윤희) 그리고 내연녀 창숙(김새벽)의 스토리 라인. 그 흐름에 무심결에 끼어든 여성 아름(김민희)의 봉변기. 흑백의 화면 속, 책장의 챕터를 넘기는 듯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홍상수 영화의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던 배경은 사라졌다. 대신 오롯이 인물과 대사에만 집중. 10분이 넘는 롱테이크의 연속으로 집중을 요한다. 봉완은 늘 홍상수 영화 속 공격받던 젠체하는 인물 그대로지만, 화면 안에 그의 치부를 대놓고 빤히 바라보고, 반박하는 아름의 등장으로 인해 이야기는 한결 코믹해졌다. 머리를 풀어도, 묶어도, 맞아도 예쁜 김민희의 존재가 독보적으로 빛나는 작품.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김민희가 들고 온 ‘어떤 시간’
★★★☆
홍상수의 자장이 수두룩하게 읽히는 영락없는 홍상수 영화다. 결정적 사건이 어떤 행동을 통해 보여지기보다는, 술자리나 카페에서 오가는 대화들을 통해 은근하게 드러나며 삶의 단면을 비춘다. 여전히 찌질해 보이는 ‘홍상수의 남성’에 비해, 최근 작품들에서 감지된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이번에도 엿보인다. 심지어 이번엔 여성/아름(김민희)이 남성/봉완(권해효)의 가식을 꾸짖기까지 한다. 배우의 인상에 영향을 받는 홍상수의 작업방식으로 미뤄봤을 때, 김민희가 들고 온 ‘어떤 시간’들이 홍상수 영화에 결코 작지 않은, 그러나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고 있는 듯 보인다. 홍상수의 시간 안에서 김민희가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게 하는 게 <그 후>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변명 혹은 고백
★★★☆
최근 일들을 반영하는 듯한 <그 후>는, 감독의 비겁한 자기 변명 혹은 진솔한 자기 고백이다. 아내, 연인 그리고 김민희(가 맡은 캐릭터). 세 여성과 감독 자신을 투영한 듯한 중년 남자(권해효)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여전한 ‘서사의 재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관계와 감정’에 대한 특유의 접근이 결합된다. 그들은 망설이고 어긋나고 망각한다. 그리고 재회한다. 크게 변하지 않은 홍상수의 세계. 그리고 흥미로운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