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안 본 분이 있을까 싶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6백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대 관객 수를 갱신했습니다(짝짝짝).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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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10대 청소년 영화이자 히어로 성장 영화이기도 한 <스파이더맨: 홈커밍>, 그러나 역시 마블 영화답게 많은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는 걸 알고 계시나요? 지금부터 '놓쳐선 안될 이스터에그'들을 짚어보겠습니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만 봐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지!

워싱턴에서 스파이더맨이 리즈를 구한 뒤, 이어진 장면에서 다 빵 터지시지 않았을까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즐겼던 분이라면 웃음과 함께 묘한 추억도 느끼셨을 겁니다.

죽을 위기에 처한 리즈를 구하고 스파이더맨이 거꾸로 매달려 있으니 A.I.인 캐런은 "키스해"라고 종용하는데요, 이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명장면, '업사이드 다운 키스' 장면을 떠올리게 하죠.

스파이더맨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윌렘 대포,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클리프 로버트슨, 로즈마리 해리스, J.K. 시몬스

개봉 200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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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파이더맨과 벌처가 대면했을 때, 벌처가 자신의 제트팩으로 공격을 시도한 장면도 1편에서 그린 고블린이 호버 보드로 공격하려 했으나 스파이더맨이 회피하는 것까지 유사합니다. 물론 이후의 양상은 좀 다르지만요.

최초 예고편에서도 전작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했었죠. 반으로 갈라진 여객선을 거미줄로 잡고 버티는 스파이더맨, 영락없이 2편의 지하철 장면을 쏙 닮지 않았나요?

네드가 피터에게 한참 질문 세례를 던지다가 "너 독 쏠 수 있어?"라고 묻는데요, 원어로는 "Venom"이란 단어를 사용해 (세뇌) 홍보를 하기도 했죠. 디즈니의 식구가 된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가 꾸준히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겠죠?

스파이더맨 2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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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는 역시 떡밥이 제맛!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챙겨보신 분들이라면, 반가울 만한 이스터에그도 있습니다. 

<퍼스트 어벤져>

영화에 등장하는 교장 선생님, 왠지 익숙하다고 느끼셨다면? 모리타 교장 역의 케네스 최는 <퍼스트 어벤져>에서도 출연했는데요, 그때 맡았던 짐 모리타의 후손이란 설정이라는군요(훗날 캡틴과 만난다면... ㅋㅋㅋ).

<인크레더블 헐크> / <스파이더맨: 홈커밍>

해링턴 선생님으로 출연한 마틴 스타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단역으로 출연했었죠. 원작 만화에서는 그 인물이 아마데우스 조였다는데 이번에 '해링턴'으로 배역이 정해졌으니 그저 웃고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어김없이 창조주 스탠 리 옹도 작중 카메오로 등장했습니다.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는데, 오래오래 MCU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ㅠㅠ

2004년 <스파이더맨 2>와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 행사 당시 스탠 리

피터가 다니는 학교는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입니다. 그래서 학교 곳곳에서도 MCU 캐릭터들이 고개를 들이밀곤 합니다. 학교 벽화에는 하워드 스타크와 에이브러햄 어스킨 박사가 그려져있고, 실험실의 위대한 과학자 사진에는 브루스 배너(!)가 있습니다.

실험실의 브루스 배너.
하워드 스타크(좌)와 어스킨 박사(우)

그동안 MCU에서 등장했던 여러 가지 악당들의 무기도 총출동했는데요, 벌처의 부하들이 보여주는 무기들도 다 전작의 빌런들을 반영했습니다.

대부분의 총기는 <어벤져스>의 치타우리 종족, 1대 쇼커를 죽인 블랙홀 수류탄은 <토르: 다크 월드>의 다크 엘프, 쇼커의 장갑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크로스본즈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죠. 

<스파이더맨: 홈커밍> 쇼커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크로스본즈

심지어 피터가 '대미지 컨트롤' 트럭에서 물건을 뒤지던 중엔 울트론을 닮은 머리가 등장했으니, 얼떨결에 사망 선고받은 울트론에게 애도를...

토니와 피터가 만나는 장면에서 피터가 입었던 티셔츠는 <아이언맨 3>에서 페퍼 포츠가 입었던 티셔츠랑 같은 거라고 하네요. 정말 이런 거까지 숨겨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건 숨긴 사람보다 찾은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스파이더맨과 벌처가 전투를 벌이는 코니아일랜드, 설마 이것까지? 네, <퍼스트 어벤져>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버키와 함께 소개팅 겸 더블데이트를 했던 장소입니다. 그때도 입대 신청하러 가지만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코니아일랜드
<퍼스트 어벤져> 속 코니아일랜드

거기에 캡틴이 버키와 대화하면서 "싸이클론 타다가 토했었지"라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같은 고향 출신으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네요.

깨알같은 코미디를 곁들였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히어로들의 주무기도 언급됐습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선보였던 베로니카(헐크 버스터)는 물론이고, 캡틴의 새로운 방패도 준비 중임을 암시했죠. 무엇보다 토르의 벨트, 해피가 차마 읊지 못했던 '토르의 마법 허리띠'는 메긴기요르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티브 로저스 캡틴 아메리카' 속 캡틴의 방패 / 메긴기요르드를 착용한 코믹스의 토르
원작 팬들에겐 당근을!

마블 스튜디오 로고에 새로운 음악이 쓰였습니다. 다들 아셨겠죠? 이 음악은 1967년 방영한 TV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의 주제곡으로 이번 영화의 음악 감독인 마이클 지아치노가 편곡했습니다. 인기 있는 곡이라 <스파이더맨 2>애서도 이 노래로 버스킹하는 장면이 나왔었죠.

Spider-Man TV Theme Song Homage in Spider-Man 2 Movie

엔딩곡은 '라몬즈'의 'Blitzkreig Bop'이 흘러나왔습니다.'라몬즈'는 'Adios Amigos' 앨범에서 히든 트랙으로 스파이더맨 테마의 커버곡을 수록했었고, 그래서 앤드류 가필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라몬즈' 티를 입고 나오기도 했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감독 마크 웹

출연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리스 이판, 마틴 쉰, 샐리 필드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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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을 본따 영화에 녹여낸 장면들도 있습니다. 어벤져스 가면을 쓴 도둑들이 ATM을 터는 장면은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 이슈 #42에서 그려졌던 히어로 가면 강도들을 반영했습니다.

또 스파이더맨이 벌처, 쇼커와 대면하는 유람선 장면에서 주차된 차량 번호판이 "SM2-0563"이라는데요, 이는 두 빌런이 처음 등장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슈 #2가 1963년 5월에 발행됐기 때문이라네요.

이런 것도 숨긴 사람보다 찾은 사람이 대단하지 않나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가장 감격스러운 장면이라면? 무너진 잔해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영웅으로의 자신을 자각하는 장면일 텐데요, 이 장면 역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슈 #33에 등장한 장면을 오마주했습니다. 원작 팬들이 뽑은 명장면이라 '자신의 몸집보다 큰 뭔가를 들어올린다'라는 상황은 스파이더맨 관련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가 됐습니다.

토니가 피터에게 기자회견 전에 보여줬던 수트, 원작에서는 '시빌 워' 이벤트 때 토니가 피터에게 줬던 수트입니다. 일명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인데요, 코믹스와 MCU의 전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네요.  코믹스의 '시빌 워'는 이미 스파이더맨가 한참 활약할 때 일어난 일이거든요.

시빌 워

저자 마크 밀러

출판 시공사

발매 20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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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 채찍은 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이런저런 이스터에그에도 원작 팬들에게 충격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죠.

가까운 예로 피터의 친구들을 볼까요? 네드는 원작의 홉고블린입니다.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의 숙적 중 하나이죠. 플래시는? 플래시는 피터 파커를 괴롭히는 일진(이 영화 속 그런 얍실이가 아닙니다)이었다 베놈의 숙주가 되기도 하죠. 물론 MJ처럼 둘 다 성을 숨겨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그렸다고 보는 게 편합니다. 

(시계방향) 원작의 플래시(베놈 에이전트), <홈커밍>의 토니 레볼로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얼마 등장하지 않지만 경시대회 참가자 중 신디도 있었죠? 신디는 한국인 히어로 실크입니다. 네이버 메인으로 한 번 소개됐었던 캐릭터죠. 스파이더맨과 유사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로는 그다지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요. 

이게 큰 그림인지, 이스터에그인지 알 수 없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도널드 글로버가 연기한 애런 데이비스는 원작에서 2대 얼티밋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의 삼촌입니다. 도널드 글로버는 TV 애니메이션 <얼티밋 스파이더맨>에서 마일스의 성우이기도 했다네요.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가 인터뷰에서 "MCU에도 마일스는 존재한다"고 했다니 설마 벌써….

삼촌이자 조카인 그런 상황.

참고로 스파이더맨이 애런 데이비스를 심문하는 장면에서도 차번호 이스터에그가 있는데요,  UCS-MO1는 데이비스가 등장하고 모랄레스가 능력을 얻는 '얼티메이트 코믹스: 스파이더맨' 이슈 #1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장면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진행된지 벌써 9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이스터에그를 보면 그들의 능수능란해진 디테일이 더욱 돋보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우리나라 한정) 가장 중요한 이스터에그를 소개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난리통에 한국에서는 토르를 신으로 모시는 신흥종교가 등장했습니다(...)
마블에서는 한국 관객들의 '마블 사랑'에 화답한 팬서비스였을 텐데요, 몇몇 팬들은 '완벽한 현실 고증'이라고도 하네요(ㅋㅋㅋ).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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