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 흥행작 <부산행>에 출연해
뭇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한
아역배우 김수안이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로 돌아왔습니다.

주연으로서 영화 전면에 나선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김수안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꽤 오래전부터 탄탄히 커리어를
쌓아왔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김수안의 성장기, 시작합니다!

<미안해,고마워> 중 '내 동생'

김수안의 데뷔작. 2011년에 개봉했으니 촬영 당시엔 6살이었겠네요. 4개의 단편 중 하나인 <내 동생>은, 강아지 보리를 친동생처럼 아끼던 보은이 진짜 동생이 태어나면서 보리와 헤어져야 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내 동생>이 단편들 가장 많은 눈물을 이끌어낸 건 단연 김수안의 영특한 연기 때문.

<숨바꼭질>

집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숨바꼭질>에선 주인공 성수의 딸 수아로 분했습니다. 중산층의 아이를 연기한 몇 안 되는 케이스죠. 영화 속 역할은 미미한 편이었습니다. 범인이 침입해올 때마다 오빠와 함께 놀라 도망가는 게 대부분.

<콩나물>

첫 영화는 <내 동생>이었지만, 지금의 김수안이 있게 한 건 윤가은 감독의 단편 <콩나물>입니다. 할아버지의 제삿날, 콩나물을 사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을 위해 생애 처음 홀로 밖으로 나서는 여자 아이의 다양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작품이었죠. 당시 영화계에서 "대단한 배우가 나타났다"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경주>

장률 감독의 <경주>에선 주인공 최현(박해일)이 공항 앞에서 만나는 여자애로 나옵니다. 담배 냄새를 맡는 현에게 "아저씨, 여기서 담배 피면 안돼요!"라고 말하죠. 경주에서도 또 만나자 손짓하는 그에게 담배 냄새 맡는 모습을 따라하면서 지나갑니다.

<신촌좀비만화> 중 '피크닉'

'피크닉'은 <신촌좀비만화>의 '만화'에 해당하는 단편입니다. 만화를 좋아하던 수민이 자폐증을 앓는 동생이 만화책을 찢어놓자 절에 그를 버리러 가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보여줍니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가운데, 김수안의 또렷한 존재가 그 중심을 제대로 잡았죠.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김수안의 연기부터 칭찬하느라 바빴죠.

<제보자>

황우석 박사의 사기 사건을 다룬 <제보자>에서는 아쉽지만 몸져누워 있는 모습으로만 만날 수 있었죠. 제보자 심민호(유연석)는 아픈 딸의 병원비를 생각하며 폭로과 안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하지만 그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딸의 상황 역시 점점 나아집니다.

<카트>

노동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카트>에서는 마트노동자 선희(염정아)의 딸이자 수학여행 비용을 마련하고자 편의점에서 일하는 태영(도경수)의 동생 역으로 분했습니다. 대부분 신에서 김을 먹으면서 등장하는데, 그 설정이 아주 현실적으로 보였죠.

<봄>

<봄>은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다 누드모델을 제안 받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민경(이유영)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김수안은 팍팍한 가정 사정에도 주눅들지 않고 엄마를 위로하고 동생을 보호하는 송이로 나왔죠. 틈만 나면 곰인형을 끌어안고 다니는 게 천생 아이인데, 그 마음은 여느 어른들보다 깊었습니다.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은 어둡고 축축한 영화입니다. 어느 영화에서든 특유의 생기를 잃지 않았던 김수안은 이 영화에서 웃음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비참한 삶을 버텨야 하는 아이 일영을 보여줬습니다. 어린 일영의 딱한 처지가 김수안의 메마른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죠. 대단한 스펙트럼!

<협녀: 칼의 기억>

<차이나타운>에서는 김고은의 아역을 맡더니만, 그해 개봉한 <협녀>에서는 그녀가 분한 홍이에게 구출되는 구슬로 나왔습니다. <협녀>는 <내 동생>을 연출했던 박흥식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고요. 다만 가족 잃은 슬픔으로 우는 것 외에는 대단한 인상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해어화>

박흥식 감독의 또 다른 작품 <해어화>에서는 소율(한효주)의 아역을 맡았습니다. 구성지게 소리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어려서부터 소리를 아주 잘해 훗날 최고의 예인으로 자란다는 설정을 떠받쳤죠. <카트>와 <제보자>에 함께 나왔던 천우희, 유연석이 <해어화>의 주연이기도.

<무서운 이야기 3>

(현재로선) 김수안의 유일한 SF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비록 조악한 비주얼이긴 하지만, '화성에서 온 소녀'로 나와 <무서운 이야기 3> 속 세 단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상대역인 차지연의 연기가 너무 딱딱했습니다. (...)

<부산행>

2016년 유일한 천만영화 <부산행>, 다들 기억하시죠? 전국에 나타난 좀비떼에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어른들에 비해 올곧은 태도로 "함께 살자"고 말하던 수안이는 <부산행>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습니다. <부산행>의 거대한 흥행으로 "아는 사람만 알던" 김수안은 일약 '국민 아역배우'로 발돋움하죠.

<그물>

김기덕 감독의 <그물>에선 10초 남짓 등장합니다. 북한으로 돌아간 철우(류승범)에게 꽃을 걸어주며 "고향에 돌아온 것을 축하합네다" 말을 거는 게 전부.

<특별시민>

<그물>에 이어 <특별시민>에서도 딱 한 신에 참여했지만, 장악력은 확연히 다릅니다. 일이 연이어 꼬이자 괴로운 변종구(최민식)가 찾아가는 용한 무당 운학으로 분해, 대배우 최민식에도 주눅들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군함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군함도>에서는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의 딸 소희로 분해, 춤과 노래까지 능히 소화하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입니다. 극한 상황에서의 감정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김수안이 최고라는 걸 증명했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존재에도 가려지지 않는 보석임을 다들 확인하실 겁니다.

이렇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훑어 보니, 김수안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제대로 끌어낸 영화는
드물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앞서 소개한 <내 동생>, <콩나물>, <피크닉>
같은 단편에서 보여준 다양한 면모에 비해선
상업영화에서의 김수안에게 부여된
캐릭터는 다소 한정된 게 아닌가 싶네요.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배우인 만큼, 김수안의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쑥쑥!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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