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이 개봉했다. <택시운전사>나 <군함도>처럼 무거운 역사를 다룬 영화 속에서 코믹 버디무비를 표방해 의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년경찰>이 내세우는 특징은 바로 '남남케미' 돋보이는 버디무비라는 점. 그래서 모아봤다. 한국 남남 버디무비의 흥망성쇠를.

# 한국 버디무비의 흥행사

한국 버디무비의 기념비이자 흑역사.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는 한국 버디무비의 몇 안 되는 시리즈물이지만, 프랑스 영화 <마이 뉴 파트너>의 표절작이기도 하다.

안성기, 박중훈이 호흡을 맞춘 1편 이후 2편에선 박중훈과 김보성, 3편에선 김보성과 권민중이 듀오로 나왔다. 

1편이 서울 관객 86만 명, 2편이 서울 관객 75만 명을 모아 승승장구 하는 듯 했으나

연출까지 바뀐 3편이 엄청난 완성도(!)로 서울 관객 11만명에 그쳐 대실패하고 만다. 최근 강우석 감독이 '조선시대 투캅스'인 <두 포졸>을 발표했으나 현재 제작 중지된 상태다.

이후 가장 흥한 버디무비라면? <살인의 추억>이다. '버디 무비'라고 연상되지 않지만, 두 형사가 한 사건을 추적한다는 기본적인 토대는 그것을 꼭 닮았다.

일반적으로 버디 무비면 코미디를 주력으로 두 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리는 데 반해, <살인의 추억>은 사회드라마이자 주인공들의 실패담으로 5백만 관객을 돌파해 '남남 버디 무비'의 색다른 면을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서 버디 무비의 흥행가도를 올린 건 <광복절 특사>다.

이 영화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딱딱한 이미지의 설경구와 <신라의 달밤>으로 '한 건' 했던 차승원이 의외의 케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런 코미디 버디 무비는 꾸준히 이어졌는데, 그중 흥행과 완성도를 모두 잡은 작품은 <의형제>와 <완득이> 정도일 것이다. 

<의형제>는 서로 다른 두 남자가 호흡을 맞춰나가는 버디무비의 문법을 남북관계에 대입해 특별한 매력을 선사했다.

<완득이>는 (버디무비인지 의견이 분분하나)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곁들였다. 두 영화 모두 5백만 관객을 넘었다. 

'코미디 버디 무비' 흥행작 계보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탐정: 더 비기닝>, <검사외전>, <형>으로 이어졌다.

<조선명탐정>은 그동안 '메소드연기'로 진지한 이미지가 강조됐던 김명민의 새로운 가능성과 오달수 특유의 코믹연기가 곁들여져 시리즈화됐다.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은 성적으로 현재 3편이 제작 예정에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은 여러 논란과 연기력 부족으로 하락세였던 권상우와 '응답하라' 시리즈로 승승장구 중인 코믹 연기의 대가 성동일의 만남과 추리와 코미디를 엮은 버디 무비란 점이 <조선명탐정>을 연상시킨다. 

<탐정: 더 비기닝>은 260만 관객을 모아 현재 1편의 출연진에 이광수와 손담비를 캐스팅해 2편을 제작하고 있다.

이 네 편에 이어 새롭게 역대급 버디무비로 등극한 건 <공조>. 설연휴에 가족 관객들이 무난히 볼 수 있는 내용에 현빈의 카리스마, 유해진의 능청 연기가 더해져 780만 관객을 기록했다. 

# 넘지 못한 '버디 무비'의 벽

버디 무비가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예상외의 실패를 겪는 경우도 많다. 

버디 무비란 틀 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두 사람의 변화나 화합을 그려내는 건 뻔하디 뻔한 결말에 안착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한국 버디 무비의 원조인 <투캅스>의 안성기와 박중훈은 다른 버디 무비에서 고배를 마셨다. 안성기는 2008년 <마이 뉴 파트너>(하필 <투캅스>가 표절한 그 영화의 원제다)에 조한선과 출연했으나 고작 26만 관객을 모았다. 

박중훈은 2011년 <체포왕>에서 이선균과 호흡을 맞췄지만 87만명에서 그쳤다. (거짓말처럼 이선균은 차기작인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빵 터뜨렸다)

<광복절 특사>의 설경구도 마찬가지다. 설경구는 <서부전선>에서 여진구와 남북한 병사로 출연, 새로운 버디무비에 도전했지만 60만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이외에도 실패한 버디무비는 많다.

<반가운 살인자>는 60만 관객으로 손익분기점에 간신히 올라섰고, 
<사이코메트리>는 50만명으로 손익분기점의 절반만 달성했다. 
그 유명한 신동엽 감독의 <치외법권>은 "백만 관객도 감사하다"는 임창정의 말처럼 35만 관객을 기록했다.

<왕의 남자>로 천만 배우가 된 감우성과 <흡혈형사 나도열>로 의외의 안타를 친 김수로가 뭉친 <쏜다>, 당연히 관객들의 관심도는 높았지만 '버디 무비'라기에 지나치게 일탈적인 내용이 공감을 주지 못해 36만 명에서 그치고 말았다.

# 손익분기점 넘어줘서 고마워

이 부분은 사실 에디터의 애정이 조금 들어간 버디 무비를 소개하려고 한다. 

흥행으로만 구분하자면 흥한 건 아니지만 다른 부분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와일드 카드>는 언급했던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버디무비와 같이 2003년에 개봉했다. <살인의 추억>이 4월 26일 개봉, <와일드 카드>가 5월 16일 개봉했다.

청소년관람불가란 패널티와 양동근과 정진영이 흥행배우가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120만명으로 선방한 셈이지만, 꽤 좋은 영화임에도 빨리 잊혀진 느낌도 적지 않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딱 이렇게 쓸 수 있다. "류승범X황정민". <사생결단>은 승진하고 싶은 부패경찰과 사업 확장을 꿈꾸는 마약 중간상의 버디무비로 지금 봐도 두 배우의 날카로운 연기가 매섭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손익분기점인 2백만 명에 만족해야 했지만 영화 속 먹고 먹히는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 음지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위험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과감함이 돋보인다.

김윤석과 유해진, 거기에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극비수사>는 척 보기에도 쉽게 구미가 당기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수사 과정, 두 인물이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의 디테일 등이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겨 손익분기점 2백만을 넘어 290만에 이르게 했다.

지금까지 한국 남남 버디무비의 흥망사를 둘러봤다.

독자분들도 에디터가 놓친 영화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댓글로 함께 공유한다면 더욱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