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 8월 둘째 주 개봉작 전문가 평은?

청년경찰
감독 김주환 출연 강하늘, 박서준, 박하선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소수자를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
중반까지 호흡도 나쁘지 않고, 캐릭터를 살리는 강하늘, 박서준 두 배우들의 매력도 상당하다. 인물들의 개인기를 이용한 잔재미는 코미디로써 타율도 높은 편. 하지만 남성의 성장 서사를 위해 여성은 제물로 바쳐지고, 이방인은 악인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은 웃음을 이내 증발시킨다. 경찰대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동안 길 위의 소녀들은 착취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는다. 정말로 여성의 불필요한 희생 말고는 남성을 각성시킬 수 있는 동기가 없는 것인지 <청년경찰>에게 묻고 싶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미숙하고 제약 많은 청춘이 달린다
★★★
‘헬조선’ 프레임으로부터 달아날 순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달리고 반격하는 청춘의 서사라 반갑다. 빠른 호흡으로 매끄럽게 흐르는 각본, 두 주연 배우의 순발력과 합이 영화 전체에 발랄한 리듬을 두른다. 호흡과 유머 면에서는 부족한 게 없다. 다만 극 중 사건의 참담함을 목격한 이후에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보며 이전처럼 마냥 기분 좋게 웃을 수만은 없다는 심정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특정 집단과 그들의 생활 공간을 범죄의 온상으로 상정한 시각 또한 아쉬운데, 이는 최근 한국 영화들이 종종 빠지는 오류이기도 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장점도 단점도 뚜렷하다
★★★
‘청춘’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여러 이미지 중, 긍정적인 부분을 발췌해 신나는 리듬을 부여한 영화다. 미숙해서 깨지고 어설퍼서 혼나지만, 그럼에도 툭 털고 일어나 질주하는 에너지가 극 전반에 활기를 두른다. 상반된 성격의 캐릭터가 부딪히며 자아내는 유머타율도 높은 편. 버디무비 특유의 클리셰들을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강한 낙관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박서준-강하늘의 ‘매력’과 ‘호흡’과 ‘연기’ 3박자가 잘 맞물려 있으니, 2편이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열정이라는 이름 아래 기능적으로 소비된 여성과 조선족에 대한 편견적 시선이 이 영화가 지닌 많은 장점들을 희석시키고 있어 아쉽다. 아마도, 김주환 감독의 성장통.
 
이화정 <씨네21> 기자
약자를 향한 시선과 태도
★★☆
코믹한 버디무비 설정. 그걸 구현한 박서준, 강하늘의 합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에서 '희생되는' 많은 약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건 곤혹스럽다. 바로, 웃음으로 무마되지 않는 지점들이다. 전반부의 장점들을 살리기 위해선,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성숙한 시선과 태도의 접근이 필요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감독 리테쉬 바트라 출연 짐 브로드벤트, 샬롯 램플링

이화정 <씨네21> 기자
노년에 새롭게 만난 청년의 나
★★★
노년의 토니가 만나는, 20대의 청년 토니. 현실과 타협하며 안정적으로 살아 온 지난 시간동안 뭉뚱그려져 있던 현재의 자신을, 첫사랑 베로니카와의 만남으로 한올한올 풀어낸다. 회한, 회고의 어조를 떠나 과거를 현재에 불러와 지금의 문제로 풀어내는 방식.줄리안 반스의 원작을 최대한 '다가오기 쉽게' 정리한 영화적 스토리 구성과 장치들이 엿보인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
노년의 남자에게 찾아온 첫사랑의 추억에 그쳤다면 중견 배우들이 출연하는 러브스토리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호기심 넘치는 제목을 배반하지 않고 나이 듦과 기억의 문제를 우아하면서도 통렬하게 다룬다.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원작이 가진 정교한 구성력을 고스란히 살렸다. 노년의 주인공을 연기한 짐 브로드벤트의 연기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 가운데, 젊은 시절의 주인공을 연기한 빌리 하울의 대담한 연기가 걸출한 배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엘리자의 내일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 출연 애드리언 티티에니, 마리아 빅토리아 드래거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삶의 현실에 대한 지독한 천착
★★★★
루마니아의 대표적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가 바라보는 자국의 현재. “루마니아에선 그 어떤 것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대사로 압축되는 ‘헬-루마니아’를, 집요한 방식으로 해부한다. 의사, 경찰, 공무원, 교사 등 권력을 지닌 자들이 결탁하는 이야기 속에서 민낯들이 드러나는데, 특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신들은 관객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밀도를 지녔다.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꼭 볼 필요가 있는, 무너지는 사회적/개인적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드라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개인의 도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나의 자식만큼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시작이었다. 중년이 된 루마니아 혁명 세대에게 조국은 희망이라곤 없이 썩어버린 곳이다. 그러나 주인공 로메오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도 혐오하던 그 풍경을 만드는 데 가담한다. 감독은 별일 없을 거라 여긴 한 번의 청탁, 인맥을 통한 작은 말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어둠의 세계에서 개인의 도덕이 길을 잃는 과정을 침착하게 들여다본다.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혼란스러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이 윤리로부터 자유로운가. 영화가 끝난 뒤, 침착한 질문이 관객 각자에게 돌아간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어둡고 묵직한 버전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
루마니아의 오늘에 낙담한 아버지가 딸의 내일을 위해, 딸만이라도 루마니아에서 탈출시키고자 한다. 일견 부성애라는 명목 하에 불의마저 감수하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루마니아 사회의 예민한 속살이다. 개인의 윤리적 선택에 빗대어 구조적 모순을 한 껍질씩 벗겨낸다. 넓고 깊어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시선. 비록 최선을 아닐지언정 차악을 고민하는 소시민의 양심, 소극적인 저항이야말로 세상이 더 나빠지는 걸 막는 첫 걸음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다음 세대를 위한 아버지의 고해성사
★★★☆
조국에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딸의 미래에 매달리면서 옳지 않은 선택을 한다.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사회주의였던 루마니아가 1991년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민주화세대였던 주인공을 통해 자문한다. 부정부패로 타락한 사회를 혐오하지만 그 조차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간다. 일련의 사건을 들썩이지 않고 절제하는 연출,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대사는 리얼리즘 대가다운 최선이다. 원제는 ‘대학입학시험’을 뜻하는 루마니아어 ‘바칼로레아’다.

도라에몽: 진구의 남극 꽁꽁 대모험
감독 다카하시 아츠시 목소리 출연 미즈타 와사비, 오오하라 메구미

송경원 <씨네21> 기자
다 알아도 재미있는 모험,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
더위를 피해 남극으로 놀러간 진구와 친구들이 결국엔 지구를 구할 모험을 벌인다. <도라에몽> 시리즈의 매력은 아무리 황당하고 신기한 세계를 보여주는데 정신이 팔려도 결국엔 기본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4차원 도구의 예기치 못한 재미에 충실한 한편 우정의 소중함, 추억의 가치 등 초심을 잃지 않는 장수 시리즈의 관록. 안정된 연출로 공든 탑 위에 정성스레 돌을 하나 더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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