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한번 더 볼 수 있게 됐다.
그간 말이 많았다. <007 스펙터>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5년 그는 ‘타임아웃 런던’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본드 역을 맡느니 “손목을 그어버리겠다”는 거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제임스 본드를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반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를 물색하기도 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히들스턴, 톰 하디 등 영국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국면은 달라졌다. 하차를 선언했단 다니엘 크레이그는 태도를 바꿨다. 2016년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007 영화 두 편을 더 계약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의 출연료는 1억5천만 달러(약 1천600억원)까지 올랐다고 전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었다.
드디어 확정이다. 더 이상 입장 변경은 없어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다니엘 크레이그는 미국의 TV쇼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했다. 그는 방송에서 제임스 본드 복귀를 알렸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하는 25번째 007 영화는 2019년 11월 8일 개봉 예정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복귀 소식과 함께 그의 제임스 본드를 돌아보려 한다.
1. 6대 제임스 본드다
1대 숀 코너리, 2대 조지 라젠비, 3대 로저 무어, 4대 티모시 달튼, 5대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6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다. 로저 무어는 지난 5월 89세의 나이로 생을 달리했다.
2. 총 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출연한 007 영화는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2008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2012년 <007 스카이폴>, 2015년 <007 스펙터>까지 총 4편이다. 참고로 제임스 본드를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는 로저 무어로 7편에 출연했다. 숀 코너리가 6편으로 다음이다.
3.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에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제임스 본드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에 반대했다. 심지어 다니엘 크레이그 안티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피어스 브로스넌에 비해 당시 다니엘 크레이그는 키(178cm)도 작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없었다. 수트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것도 기존의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이미지였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닮았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팬들은 다니엘 크레이그보다 휴 잭맨이나 클라이브 오웬 등을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생각하고 있었다.
4. 제임스 본드 역을 거절했었다
팬들의 우려처럼 다니엘 크레이그 본인도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007 시리즈의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의 연락을 받고 처음에 제안을 거절했다. 바바라 브로콜리는 끈질기게 그를 설득했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고심 끝에 승낙했다. 당시 캐스팅 소식을 처음으로 유출한 사람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어머니였다고 한다.
5. 수트가 잘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팬들의 우려 속에 공개된 <007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브리오니’의 정장을 입었다. 작은 키와 우락부락한 체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근사한 ‘수트핏’을 선보였다.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는 톰 포드의 수트를 입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수트는 새 007 영화가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됐다. 2006년 ‘에스콰이어’ 매거진은 다니엘 크레이그를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했다.
6. 007 시리즈의 부활을 책임지다
<007 카지노 로얄>은 당시 007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흥행을 기록했다. 5억 99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작품성 면에서도 <007 카지노 로얄>은 인정받았다. 시리즈의 리부트를 주장한 <007 카지노 로얄>은 1987년에 개봉한 007 시리즈의 15번째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 이후 처음으로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같은 시리즈를 원작과 과거 시리즈처럼 첩보물로 돌려놨다.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7.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촬영 당시 950만 달러의 보험에 들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카지노 로얄>의 촬영 당시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액션 신을 소화했다. 후속작인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첩보물로 회귀했던 시리즈가 다시 액션 영화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그의 몸에 950만 달러(약 108억 원)의 보험을 가입했다.
8.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출연했다
<007 스카이폴>의 개봉을 앞둔 2012년 7월 열린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출연했다. 본드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주경기장까지 헬리콥터로 모시고 가는 내용이었다. 영상에 맞춰 실제 헬리콥터가 경기장 상공에 나타났다. 여왕과 제임스 본드가 낙하산을 펴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대역이었다. 제임스 본드 대역이었던 스턴트맨 마크 서턴은 안타깝게도 다음해 사고로 숨졌다.
9. <007 스카이폴>의 캐스팅에 영향을 끼치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스카이폴>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감독 샘 멘데스의 합류에 영향을 끼쳤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파티에서 만난 그를 설득해 <007 스카이폴>에 참여하도록 했다. 재밌는 건 샘 멘데스 감독이 한때 다니엘 크레이그가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점이다. 악역 실바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출연에도 다니엘 크레이그의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세 사람이 의기투합한 <007 스카이폴>은 <007 카지노 로얄>의 흥행 기록을 깼다. 11억 달러(약 1조 2500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10. 셔츠를 벗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007 스펙터> 촬영 당시 47세였다. 그는 셔츠를 벗는 장면을 위해 운동하는 게 점점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위해 6개월 간 몸을 만들었다. <007 스펙터>에는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를 제외하면 상의를 탈의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11. 다니엘 크레이그가 가장 좋아하는 007 영화는 <007 위기일발>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1963년에 개봉한 숀 코너리의 <007 위기일발>을 가장 좋아하는 007 영화라고 밝혔다. 이 영화에서는 기차 안에서의 액션 신이 등장한다. <007 스펙터>에서도 비슷한 기차 액션이 있다.
11. 다니엘 크레이그는 여장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적이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가 여성혐오자(Misogynist)”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여장을 한 제임스 본드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M 역의 주디 덴치가 나레이션을 맡았고 007 시리즈의 바바라 브로콜리가 제작자로 나섰다. 연출은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이다. 여성 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제임스 본드 영상물이라고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복귀를 맞아 이런저런 사소한 정보들을 찾아봤다. 무엇보다 그의 복귀가 반가운 마음이다. 동시에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섭섭한 기분도 든다. 마지막 제임스 본드 잘 마무리하길 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