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송경원 <씨네21> 기자
언젠가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영화의 진화
★★★★
3부작의 대단원. 장중하고 클래식한 영웅 신화. 로드무비, 서부극, 탈출극, 어드벤처물, 전쟁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변주하지만 캐릭터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을 표면에 놓고 대의와 사적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저의 내면 충돌을 이중으로 배치해 깊이에 도달한다. 무성영화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클로즈업의 영화. 디지털 캐릭터의 생생함을 이야기하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놀라운 구경거리로 출발한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이젠 영화의 당연한 요소가 되었다. 기술과 자본의 정점에서 마주하는 영화의 기본. 오래된 미래이자 새로운 과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장엄한 퇴장, 로건과 쌍벽
★★★★
유인원에게 비상한 지능을 안겼던 ‘시미안 플루’가 이번엔 인간의 감정과 언어를 퇴화시킨다. 점점 인간다워지는 유인원과, 그와는 반대의 쌍곡선을 그리는 인간. 그런 점에서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유인원 버전 창세기이자, 인간실격에 대한 비극의 서사로도 읽힌다. 마침 유인원 무리를 이끌고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나는 시저(앤디 서키스)는 ‘모세’의 다름 아니다. 시저의 복잡다단한 내면은 앤디 서키스의 풍부한 표현력과 보다 정교해진 기술력에 힘입어 묵직한 비극성을 두른다. 올해 로건(휴 잭맨)과 함께 가장 쓸쓸하고도 장엄한 퇴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유인원을 통해 ‘인간의 자격’을 묻다
★★★★
인간다움은 무엇에서 비롯되고,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자격은 무엇인가. 인간과 유인원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모호한 이번 편은 이같은 철학적 질문에 기초해 탄탄하게 세운 드라마다. 시리즈에 웅장한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캐릭터의 깊이, 블록버스터로서의 위용과 품격 또한 잃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 안에서 배우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논할 때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시저(앤디 서키스)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앤디 서키스를 올리느냐 마느냐 하는 해묵은 논쟁은 서둘러 종결돼야 옳다. 단연 최고의 연기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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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감독 허정 출연 염정아, 박혁권, 신린아

이화정 <씨네21> 기자
설계가 잘된 호러물
★★★☆
괴담의 소재를 활용해 구성한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공포 코드를 후반부까지 더 밀어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초반부 긴장을 쌓아올리는 연출의 묘미가 탁월하다. 한국 공포 장르에 대해 좌절감을 맛보았던 지난 몇 년 만에 나온 기록할 만한 수작.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때때로 귀가 오싹해지지만
★★☆
‘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괴물’이라는 소재도 흥미롭고, 사운드와 공간 구성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접근 방식을 정성스레 고민한 흔적도 나름 두드러진다. 그러나 초반부 인물의 관계와 서사의 배치가 다소 덜컹대면서 고른 호흡을 쌓아올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러다 보니 각 인물의 사연과 공포의 근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몰아치듯 배치해놓은 깜짝 공포 효과에 더 크게 의존하는 인상이다. 시각 효과보다 사운드로 실험하는 방식을 더 철저하게 택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이다.

장산범

감독 허정

출연 염정아, 박혁권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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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출연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들을 똑똑히 기억하라
★★★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뭉개진 지난 9년의 역사. 어떤 드라마를 첨가하지 않고도, 사실의 기록만으로 드라마를, 날선 주장을 만들어낸다. 언론의 기록이 중요한 이유를 <공범자들>은 방송 밖에서 몸소 알려준다. 대한민국의 모든 김장겸이 물러가는 그날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다큐멘터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장겸은 물러나라
★★★
한국 지상파 언론이 산산이 부서지던 세월에 대한 기록. 최승호 감독의 좌충우돌하는 카메라는 끊임없이 장벽에 부딪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깔끔한 편집과 전개로 속도감 있게 넘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MBC와 KBS를 지휘하고 있는 ‘적폐들’. 이 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그들의 사퇴를 소망한다. 얼마 안 남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웬만한 범죄 드라마 뺨친다.
★★★☆
권력이 언론을 장악해가는 과정이 웬만한 범죄 드라마 뺨친다. 주인공(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 캐릭터가 상상 이상으로 우스꽝스럽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이런 권력자와 하수인들에게 공영방송의 지난 10년이 휘둘렸다는 사실이 뭔가 ‘웃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공범자들>의 진짜 성취는, 망가져가는 언론환경 속에서 이에 묵묵히 저항한 ‘언론인’들이 있었음을 기록했다는 것에 있다. 영화 엔딩크레딧에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다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명단이 흐른다. 그들에게 각자의 자리를 되찾아 줄 수 있는 것.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고 있는 당신들의 관심일지도 모른다.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출연 이명박,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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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안녕
감독 훌리오 메뎀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루이스 토사

송경원 <씨네21> 기자
애매한 모성이 아니라 당당한 자존감, 죽음 앞에서 내가 되는 삶.
★★★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가슴을 절제하는 마그다. 매순간 여성이자 어머니로서의 자신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준다. 비극을 전시하고 인물을 몰아붙이는 듯 보이다가도 그 안에서 끝내 도드라지는 건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주변을 아우르는 캐릭터다. 죽음 앞에서, 아니 죽음 앞이기에 매순간 행복을 찾아나가는 강인하고 너른 여성은 이를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종종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가 영화의 8할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안녕
★★★
별거와 암 선고를 받은 여성이 인생 최악의 순간을 최고의 해로 만드는 이야기다. 훌리오 메뎀 감독은 삶의 끝자락에 선 주인공을 신파에 빠뜨리지 않는다. 대신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교차편집, 사랑의 순간을 심장 이미지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출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인물들의 손을 주로 포착해 한마디 대사보다 더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를 느끼게 만든다. 주인공이 보는 환상이나 특정 캐릭터가 다소 과하게 그려졌지만 모성을 통해 전달하는 행복의 의미만큼은 명쾌하게 와 닿는다. 

내일의 안녕

감독 훌리오 메뎀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루이스 토사, 에시어 엑센디아

개봉 2015 스페인,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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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릴리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아스카 린, 야마구치 카오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관계와 감각의 제국
★★
한 남자와 세 여자가 있다. 그 중 두 여자는 레즈비언 관계고, 나머지 한 여자는 남자의 연인이었다. 연인이었던 두 여인은 남자와 삼각관계를 만들고, 남자의 옛 연인은 질투에 불탄다.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호러 장인’답게 기어이 피를 본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순백이라고 다 맑고 깨끗한 건 아니다
★★☆
일본 호러 영화의 거장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연출을 맡은 로망 포르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처음 연출한 로맨스 영화의 주제는 여성 간의 사랑이다. 제목부터 백합물을 표방하지만 인물들의 관계보다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클라이맥스에서 나카타 히데오 감독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발휘되는 순간도 있지만 감독이 추구한 탐미적이고 아름다운 연출은 보여주기 그 이상을 넘지 못한다.

화이트 릴리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아스카 린, 야마구치 카오리

개봉 201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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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 출연 타우픽 바롬, 카이스 아타라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노래는 힘이 세다
★★★
2013년 팔레스타인 난민 최초로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서 우승한 무함마드 아사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없는 절망의 땅, 가자 난민 지구에서 태어난 소년이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이루는 과정을 재미와 감동을 담아 충실히 보여준다. 다만 성장 영화와 성공담의 전형성을 따르면서 팔레스타인 탄압을 비판한 아사프의 무대 밖 목소리를 낮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

출연 타우픽 바롬, 카이스 아타라, 히바 아타라

개봉 2015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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