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영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10억 달러(약 1조 136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애플의 자체 콘텐츠, 말하자면 ‘애플 오리지널’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투자 계획은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유통뿐만 아니라 제작에 본격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애플의 투자액 10억 달러는 <왕좌의 게임> 등으로 유명한 케이블채널 HBO의 연간 투자액의 절반 수준이다. 온라인 스트리밍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투자액이 애플보다 훨씬 많다. 2018년 아마존은 45억 달러, 넷플릭스는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지금 온라인 스트리밍을 거의 양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자체적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애플의 ‘참전 선언’에 맞춰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준비하고 있는 영화와 공개를 앞두고 있는 화제작들을 살펴보려 한다.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전략은 공격적이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기존 영화 시장과의 대결 구도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둘러싼 논란을 떠올려보자. 넷플릭스는 확고하다. 자신들이 만든 영화는 온라인 서비스와 극장 상영을 동시에 하겠다고 말한다. 둘째는 막대한 자금력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도 끌어들이는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공룡’이다. 또 기존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비해 더 자유로운 창작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 중이거나 공개를 앞둔 영화를 소개한다.

(왼쪽부터) 마틴 스콜세지,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알 파치노.

아이리쉬 맨
<아이리쉬 맨>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준비 중인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수긍할 것이다. <아이리쉬 맨>의 연출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맡았다. 출연진은 더 입이 벌어진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출연한다. 하비 케이틀과 조 페시도 출연을 확정했다. 이쯤되면 대충 감이 올 것 같다. <아이리쉬 맨>은 마피아 영화다. 2004년 발표된 논픽션 소설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스>(I Heard You Paint Houses)가 원작이다. 전미트럭운송조합 위원장 지미 호파와 마피아 행동대장 조 갈로를 살해했다고 고백한 갱스터 프랭크 시런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버트 드 니로가 프랭크 시런, 알 파치노가 지미 호파를 연기한다. 위대한 배우와 감독의 필생의 역작이 될 <아이리쉬 맨>은 2018년 공개 예정이다.


<바람의 저편> 촬영 당시 모습. (왼쪽부터) 존 휴스턴, 감독 오슨 웰스, 피터 보그다노비치.

바람의 저편
<바람의 저편>(The Other Side Of The Wind)은 시네필이라면 제목을 들어봤을 법한 영화다. 오슨 웰스 감독의 전설적인 미완성작인 <바람의 저편>이 넷플릭스를 통해 준비 중이다. <바람의 저편>은 오슨 웰스가 생전에  “<시민 케인>을 뛰어넘는  역작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15년간 제작에 매달렸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영화다. <바람의 저편>은 존 휴스턴이 연기한 영화감독 제이크 해나퍼드가 죽기 전 마지막 영화를 만들어 할리우드로 컴백하는 이야기를 담은 풍자극이다. 오슨 웰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바람의 저편>은 2018년 공개 예정이다.


<브라이트>

브라이트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브라이트>의 예고편을 이미 봤을지도 모르겠다. <브라이트>는 인간과 오크, 엘프, 요정이 공존하는 평행세계를 그린 판타지·SF·액션·스릴러 영화다. 윌 스미스, 조엘 에저튼, 노미 라파스가 출연한다. 연출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맡았다. 그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 등을 연출했다. <브라이트>는 12월 22일 공개된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
올해 칸국제영화제에는 <옥자> 말고 넷플릭스의 영화가 또 있었다. 10월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다. 노아 바움벡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아담 샌들러, 벤 스틸러, 더스틴 호프만, 엠마 톰슨 등이 출연한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는 뉴욕에 모인, 소원해진 가족의 이야기다. 아담 샌들러는 특히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정말 잘나갔던 아담 샌들러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2016년에 <두오버>, 2017년엔 <샌디 웩슬러>라는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아담 샌들러와 넷플릭스는 앞으로 4편의 영화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J. C. 챈더 감독

트리플 프론티어
<트리플 프론티어>에는 찰리 허냄, 마크 월버그, 페드로 파스칼 등이 출연한다. 처음에 캐스팅 됐던 채닝 테이텀, 톰 하디, 벤 애플렉과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하차했지만 여전히 기대작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모스트 바이어런트> 등을 본 사람은 <트리플 프론티어>의 감독 J. C. 챈더의 이름에서 기대 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캐슬린 비글로와 함께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를 만든 각본가 마크 볼이 <트리플 프론티어>에 참여했다. <트리플 프론티어>는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국경 지대의 마약 범죄를 다룬 액션 스릴러 영화로 2019년 공개 예정이다.


아마존
아마존의 전략은 넷플릭스와 다르다. 우선 기존 영화시장에 공격적이지 않다. 온라인, 오프라인 동시 공개를 고집하는 넷플릭스와 달리 극장 개봉을 우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약간 뒤로 물러나 있다. 2017년 6월 한국을 방문한 테드 호프 아마존 스튜디오 제작부문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최한 제6회 KOFIC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서 “극장 관람은 여전히 중요하다”면서 “아마존 스튜디오는 온라인 스트리밍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아마존은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적으로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있다. 넷플릭스와 맞대결을 펼치는 아마존 스튜디오가 준비하는 영화들을 살펴보자.

<원더스트럭>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 역시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다. 넷플릭스의 <옥자>,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작품이다. <원더스트럭>은 <캐롤>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선보인, 아이들이 주인공인 성장영화다. 원작은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이다. 1977년을 살아가는 소년 벤과 1927년을 살아가는 소녀 로즈가 집을 떠나 홀로 뉴욕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다. <원더스트럭>은 북미에서 10월 20일 개봉한다.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
'비포'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아마존과 함께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을 만든다. 브라이언 크랜스톤, 스티브 카렐, 로렌스 피시번 등이 출연한다. 다릴 포닉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을 본국으로 후송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은 제55회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1월 3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원더 휠>

원더 휠
넷플릭스에 마틴 스콜세지가 있다면 아마존에는 우디 앨런이 있다. 우디 앨런의 신작 <원더 휠>은 1950년대 코니 아일랜드의 놀이공원이 배경이다. 케이트 윈슬렛, 주노 템플,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이 출연한다. <원더 휠>은 뉴욕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12월 1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우디 앨런은 아마존 스튜디오와 꽤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감독의 전작인 <카페 소사이어티> 역시 아마존이 배급한 영화였다. 또 그는 2016년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된 드라마 <크라이시스 인 식스 신>(Crisis in Six Scenes)을 연출한 바 있다. 차기작 역시 아마존과 함께 한다.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그의 새 프로젝트에는 엘르 패닝, 셀레나 고매즈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1977년작 동명의 고전 호러영화 리메이크작이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로 이탈리아의 신성으로 불렸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했다. 틸다 스윈튼, 다코다 존슨, 클로이 모레츠 등이 출연한다. 세계적인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음악을 맡았다. <서스페리아>는 2시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공개됐지만 개봉 날짜는 미정이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굳이 비교를 하자면 넷플릭스의 <바람의 저편>과 비슷해 보인다. <브라질>, <12 몽키즈>의 테리 길리엄 감독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무려 17년 만에 완성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촬영을 완료했다. 이 영화는 1998년 처음 조니 뎁을 주연으로 제작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조니 뎁은 돈키호테의 시대를 시간여행하는 토비라는 인물이다. 프랑스 배우 장 로슈포르는 조니 뎁을 산초라고 착각하는 돈키호테를 연기하기로 했다. 2000년 촬영 당시 로슈포르의 건강 악화로 제작이 중단됐다. 2008년에는 로버트 듀발, 이완 맥그리거를 캐스팅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중단됐다. 2015년에는 존 허트와 잭 오코넬 캐스팅으로 다시 촬영에 돌입했으나 존 허트의 췌장암으로 인해 또 연기됐다. 참고로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존 허트는 2017년 1월 세상을 떠났다. 2017년 6월 드디어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촬영이 끝났다. 테리 길리엄 감독이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식을 전했다. 2018년에 개봉할 예정인 최종 버전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에는 토비 역에 아담 드라이버, 돈키호테 역에 조나단 프라이스가 출연한다. 그밖에 올가 쿠릴렌코,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참여했다.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넷플릭스와 아마존에서 제작·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을 살펴봤다.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점이 있다. 위에 언급했던 영화들 가운데 칸영화제, 뉴욕영화제 등에서 상영했고 상영할 작품이 꽤 있다. 그만큼 스트리밍 서비스업계의 힘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앞으로 영화가 시작하기 전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의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로고를 보는 것보다 넷플릭스, 아마존의 로고를 보는 일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여기에 애플도 가세하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