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은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게 되었나

솔직해지자면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전까진 배우 수현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블 작품으로 화려하게 스크린 데뷔를 하며 신중하게 필모를 쌓아온 그녀! 지금은 명실상부 할리우드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배우의 길을 걷기 전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인생을 돌아보았습니다. 

수현은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의 해외 발령으로 뉴저지에서 5살 때부터 6년 동안 살았죠. 어린 시절 그녀는 꿈 많은 소녀였습니다. 중학교 때는 국제변호사, 고등학교 때는 앵커가 되길 희망했는데요.

앵커의 꿈은 20살까지 계속되었고,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것도 외국에서 앵커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교내 영자 신문 '이화 보이스'와 2005년 세계 여성학 대회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코리아타임스·아리랑 TV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한 것도 그 꿈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이토록 확고한 꿈을 가지고 살던 그녀의 인생이 확 바뀌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쌓기 위해 재미 삼아 2005년 한중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했고, 그녀는 1위로 뽑히게 됩니다. 모델 경험이 전무했던 입상자는 그녀가 처음이었죠.

슈퍼모델 대회가 끝난 후 수현은 한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는데, 이 방송을 본 PD의 제안으로 드라마 <게임의 여왕>에 캐스팅됩니다. 극중 외국어에 능통한 국제변호사 역할을 맡게 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중학교 시절 그녀의 꿈을 드라마를 통해 이루게 된 셈이죠.

그녀는 토익 시험에 응시해 990점 만점을 받기도 했는데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주진모가 영어 대사 발음 교정을 부탁하기도 했다는 후문!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2006년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하며 눈에 띄는 신인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4년간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학교를 졸업하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죠. 후에 인터뷰에서 "모델 대회 1위 입상 이후 모든 것이 빨리 진행돼 겁이 났고,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초공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연기를 아예 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3년 넘는 시간 동안 고민하는 데 있어 조급해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연기를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들고 돌아온 그녀는 2010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슈퍼모델 대회에서 입상한 후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녀는 당시 "다니엘 헤니"라고 대답했는데요.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4년 만에 복귀한 작품 <도망자 Plan.B>에서 다니엘 헤니(극중 카이)의 비서 소피 역할을 맡으며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되었기 때문이죠. 또한 그동안 본명 김수현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이 시기 유리엘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됩니다. 

2011년에는 드라마 <로맨스 타운>에 출연하며 촬영 스케줄 틈틈이 도서 번역 작업도 했는데요. 그녀가 번역한 책 <그 여자의 방>은 오프라 윈프리 등 전문직 여성들의 글과 자기만의 공간을 담은 에세이로, 번역서를 출판하고 난 뒤 '2011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역자 사인회를 가지기도 했죠.

잠깐 유리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본명 김수현으로 돌아옵니다. 이후 드라마 <브레인>, 시트콤 <스탠바이>, 드라마 <7급 공무원>으로 바쁜 한 해를 보내는데요. 특히 가상의 방송사 예능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시트콤 <스탠바이>에 출연하며 2012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작품이죠.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됩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을 통해 말이죠!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오디션을 서너 번 정도 봤을 즈음 그녀는 <어벤져스2>에 캐스팅 확정이 되었고, 공교롭게도 며칠 후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도 캐스팅됩니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는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스케줄을 비워야 한다는 출연 조건이 있었고, 오디션 당시에는 <어벤져스2>에 캐스팅되기 전이라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죠. 이 때문에 <마르코 폴로> 출연이 어려워지게 된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와 <마르코 폴로>의 제작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회장이 수현의 출연을 두고 스케줄 조율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가 연기하는 <어벤져스2> 속 헬렌 조와 <마르코 폴로> 속 몽골의 공주이자 여전사인 쿠툴룬을 모두 만날 수 있게 되었죠!

<어벤져스2> 출연이 확정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예명을 변경하게 됩니다. 동명이인이 너무나 많은 김수현 대신 성을 뺀 수현으로 말이죠. (실제로 <어벤져스2> 캐스팅 기사에 남자배우 김수현이 출연하는 줄 알았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던..!)

이후 그녀는 드라마 <마르코 폴로> 시즌2와 함께 영화 <이퀄스>에서는 SOS 재난방송을 전달하는 안내원으로 목소리 출연을 하며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또한 한국 드라마 <몬스터>에도 출연하며 국내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요.

가장 최근작으로는 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와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다크 타워: 희망의 탑>이 있구요. 그녀는 두 개의 차원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악의 세력에 맞서는 예지자 아라 캠피그넌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기대 중인 그녀의 차기작!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2>에 마법 서커스단의 미녀 스타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있죠. 얼마 전 런던에서 촬영 인증샷을 공개하며 팬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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