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왔다. 있는 지식, 없는 지식 탈탈 털어 써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빠져선 안될 작가들을 빼먹었다. 쓰다 보니 잊어버린 작가도 있었고, 의도적으로 뺐던 작가도 있었지만 독자분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2탄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돌아온 '영화계의 VIP 작가들' 2탄은 댓글로 언급됐던 서양 작가들은 물론,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질까 아껴뒀던 일본 작가들을 함께 만나보기로 한다.

추억의 그 이름들
마이클 크라이튼 (1942~2008)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도적으로 빼놓은 작가다. (거짓말 아니다. 믿어달라.) 1990년대의 상징과도 같은 그의 대표작이 엄청나지만 더이상 그의 소설이 영화화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 3D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브럼, 리차드 아텐보로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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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쥬라기 월드 2>가 그의 이름을 원안으로 올려 예를 표하고 있고, 그가 영화계에 남긴 족적이 남다르니 첫번째로 소개한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2008년에도 리메이크된 <안드로메다의 위기>('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의 원작으로 처음 영화계에 들어섰다.

<쥬라기 공원> / <트위스터>

이후 <이색지대>, <죽음의 가스>, <대열차 강도>, <미인계> 등 각본이나 연출로 영화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표작이라면 1993년 <쥬라기 공원>일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남은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이후 드라마 <ER>, 영화 <트위스터> 등으로 1990년대를 풍미했고 '시체를 먹는 사람들'을 <13번째 전사>로 자신이 영화화했으니 영화인이라 봐도 좋은 작가다.


톰 클랜시 (1947~2013)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밀리터리 문학의 거성인 톰 클랜시는 소설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까지 밀리터리 장르 전역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본인은 군인을 꿈꿨으나 결국 입대에 실패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붉은 10월> / <패트리어트 게임>
붉은 10월

감독 존 맥티어난

출연 숀 코네리, 알렉 볼드윈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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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이름값에 비하면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건 아니다. 그 작품들의 평균 완성도가 높을 뿐이다. 그의 소설 중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마약전쟁')이 영화화됐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썸 오브 올 피어스>('공포의 총합')가 영화화됐지만 조금 아쉬운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는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스플린터 셀> 소설 / 톰 클랜시의 마지막 작품이 된 <더 디비전>

아마 그의 이름이 더 익숙한 이들은 게이머들일 것이다. 그의 이름을 타이틀에 넣은 <레인보우 식스>, <스플린터 셀>, <고스트리콘>, <더 디비전>엔 그의 아이디어나 시나리오가 들어갔다. '밀덕후'인 톰 클랜시의 이름이 들어간 만큼 기술이나 전술 묘사에도 탁월해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았다.


코맥 맥카시 (1933~)

에디터가 가장 놀란 건 코맥 매카시를 잊어버린 거였다. 엄청난 호평에 <더 로드>를 읽어봤다가 꽤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운도 길었다.) 코맥 맥카시는 인물들의 대화에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그래서 소설을 보면 건조한 느낌이 강하다.

<더 로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맥카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의 원작자로 최근 <더 선셋 리미티드>, <카운슬러> 각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다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영화화된 작품도 적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 편만으로도 길이길이 남을 이름이기도 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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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작가들
로버트 러들럼 / <본 얼티메이텀>

로버트 러들럼(1927~2001)은 '본 시리즈'의 저자로 유명하다. 실제로 <본 아이덴티티> 제작 당시 원작 제공은 물론 감수에 참여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촬영 기간 중 사망했기 때문에 1편이 완성된 것조차 보지 못했다. 그의 영화화된 소설로는 <되살아난 망령>, <헤이디스 바이러스> 등이 있다.

본 아이덴티티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맷 데이먼, 프란카 포텐테, 크리스 쿠퍼, 클라이브 오웬, 브라이언 콕스, 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개봉 2002 미국,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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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 수잔 콜린스

<헝거 게임> 시리즈를 집필한 수잔 콜린스(1962~)는 이 시리즈 하나로 인생이 뒤바뀌었다. <트와일라잇>과 아류 로맨스 소설이 범람할 때, 수잔 콜린스는 독재국가의 살인 게임을 배경으로 삼아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화도 제니퍼 로렌스가 주인공으로 출연, 삼부작이 네 편의 영화로 옮겨지는 영예를 누렸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감독 게리 로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엘리자베스 뱅크스, 우디 해럴슨, 스탠리 투치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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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쿡

법정물에 존 그리샴이 있다면, 의학물엔 로빈 쿡(1940~)이 있다. 의사로 살다가 1972년 <인턴 시절>을 발표한 후 전업작가로 전향했다. 그가 원작으로 이름을 올린 영화는 <죽음의 가스>('코마', 마이클 크라이튼이 연출했다), <스핑크스>, <바이러스>, <씨크릿 파일> 등이 있다.

죽음의 가스

감독 마이클 크라이튼

출연 주느비에브 뷔졸드, 마이클 더글라스

개봉 197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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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화계 'VIP'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1958~)

국내 인지도에서나, 영화화된 작품 수나 이 작가가 1순위지 않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미스터리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집필했다. 작가의 인기, 다양한 장르, 탁월한 재미 등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작가다.

<백야행> 한국 버전 / 일본 버전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이 있다. 세 작품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영화화됐으며, <백야행>은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이 포함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한여름의 방정식>이 영화화됐으며 나머지 작품 중 대다수가 드라마화됐다.

용의자X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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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하지만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했던 <비밀>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원작이다. 범죄자가 된 형과 그 탓에 고생하는 동생을 다룬 <편지>도 마찬가지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현재 영화화 중에 있다.

<방황하는 칼날> 일본 영화 포스터 / 한국 영화 포스터

미야베 미유키 (1960~)

미야베 미유키를 먼저 소개해야 하나 고민했다. 국내 인지도나 문학적인 명성은 단연 1등인 셈이니까. 영화화된 작품이 적어 두 번째에 올렸지만 미미 여사(미야베 미유키의 국내 별명)는 국내에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문학을 제대로 소개한 일등공신이다.

그의 소설 중 <크로스 파이어>, <모방범>, <기나긴 살인>, <화차> 등이 영화화됐는데, 그중에서도 <화차>는 일본에서 드라마화,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됐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가 주연을 맡은 <화차>는 버블 경제 시절의 일본을 현재 한국에 걸맞게 각색했다.

<화차>

<솔로몬의 위증>은 거꾸로 일본에서 2부작 영화로, 한국에서 12부작 드라마로 제작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솔로몬의 위증>으로 데뷔한 후지노 료코는 극 중 이름으로 개명할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도 현재 일본에서 방영 중이다.

<솔로몬의 위증> 일본 영화 / 한국 드라마

요시다 슈이치 (1968~)

그의 작품은 제목부터 한 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다. 대표작인 <악인>은 물론이고 <분노>, <퍼레이드>, <사랑에 난폭> 등 어딘가 음침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지독하게 장르적이기보다 드라마와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인기를 얻었다.

<요노스케 이야기> / <분노>


지난 10년간 그의 소설은 꾸준히 영화화됐다.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퍼레이드>, <악인>, <요노스케 이야기>, <안녕 계곡>, 그리고 <분노>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작품은 <악인>, <요노스케 이야기>, <분노>뿐이지만 셋 다 놓치기 아쉬운 영화다. 


미나토 가나에 (1973~)

지금까지 소개한 일본 작가 중 가장 파격적인 영화의 원작이 아닐까 싶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 '고백'을 원작으로 한다. 물론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과거와 범죄를 털어놓는 유코(마츠 다카코)는 영락없이 소설 속 모습이다.

<고백>

이후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중 <속죄>, <고교입시>, <왕복서간>, <소녀> 등이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됐다. 다만 국내에는 <백설공주 살인사건>만 정식 개봉했다. 아쉽지만 다른 작품이 영화화될 때까지는 그의 소설이나 드라마에 기대야 할 것 같다.


아사다 지로 (1951~)

그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개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철도원>과 <파이란>('러브레터')의 원작자이기 때문이다. 단편소설을 각색한 두 영화는 지금까지도 '감동적인 영화'에 늘 손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다.

<파이란> / <철도원>


<바람의 검, 신선조> 역시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일본 사무라이 소재여서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서야 하는 이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스즈키 코지 (1957~)

이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스즈키 코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공포영화 <링>은 일본 공포영화의 새 지평을 열며 할리우드의 '동양 호러' 리메이크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링>은 한국과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됐을 뿐만 아니라 <링 - 라센>, <링 2>, <링 0 - 버스데이> 등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또 그의 소설 중 <검은 물 밑에서> 역시 일본에서 영화화된 후 할리우드에서 <다크 워터>로 리메이크됐다.

<링> 일본 영화 /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가네시로 카즈키(1968~)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쿠보즈카 요스케, 시바사키 코우, 오타케 시노부, 야마자키 츠토무

개봉 2001 대한민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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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의 작품들도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하다. 재일동포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 <GO>가 영화화돼 주목을 받았고, 역시 재일 한국인(박순신)이 등장하는 '더 좀비즈' 시리즈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이문식, 이준기 주연 <플라이 대디>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따로 영화화된 작품은 없지만, 일본에선 <SP>라는 드라마와 그 극장판 각본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4년엔 <보더>라는 작품의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플라이 대디> / <플라이, 대디, 플라이>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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