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상은 뭘까. 너무 쉬운 문제다. 정답은 아카데미 혹은 오스카 상이라고 불리는 영화상이다.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위원회(이하 아카데미 위원회)가 주관한다. 매년 2~3월께 시상식이 열린다. 칸국제영화제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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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한국
아카데미 영화상은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가 심사 대상이지만 예외도 있다. 1947년부터 시상 부문에 포함된 외국어 영화상이다. 실제 트로피를 수상한 것은 1956년부터다. 한국영화도 이 부문에 꾸준히 출품해왔다. 지금까지 수상은커녕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도 없다. 최근 송강호 주연, 장훈 감독 연출의 <택시운전사>가 출품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간 어떤 한국영화가 이 부문에 도전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래에 언급될 출품작들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했음을 밝힌다.
1960년대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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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신상옥
출연 최은희, 전영선, 김진규
개봉 1961 대한민국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꽤 오래 전부터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그 시작은 1962년이다.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첫 출품작이다. 이후 신상옥 감독의 영화가 두 편 더 출품됐다. 1964년의 <벙어리 삼룡>과 1966년의 <쌀>이다. 1968년에는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 1969년에는 최하원 감독의 <독 짓는 늙은이>가 출품됐다.
1970년대

- 비련의 벙어리 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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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장호
출연 김희라, 윤연경, 신영일, 최인숙
개봉 1973 대한민국
1970년대에는 1973년 변장호 감독의 <비련의 벙어리 삼룡>이 유일하게 알려진 출품작이다.
1980년대

-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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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두용
출연 원미경, 신일룡, 최성호, 문정숙, 최성관
개봉 1983 대한민국
1980년대에는 모두 3편의 영화가 아카데미 본선을 노렸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1985년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 1986년 이두용 감독의 <내시>가 출품됐다.
1990년대

-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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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지영
출연 최민수, 독고영재
개봉 1994 대한민국
1990년대에도 3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1990년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 1994년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1995년 박철수 감독의 <301·302> 등이다.
2000년대

- 춘향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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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권택
출연 이효정, 조승우
개봉 1999 대한민국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무대를 밟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 9편이다. 2001년은 자료가 없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2002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2003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4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 2006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 2008년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 2009년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이다.

-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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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 대한민국
2000년대 출품된 영화들은 꽤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임권택이라는 거장의 영화, 칸, 베니스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영화, 천만 흥행을 기록한 강제규, 이준익 감독의 영화, 한국전쟁(<웰컴 투 동막골>), 탈북자(<크로싱>) 등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한 영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참고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1차 후보에 선정됐으나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2010년대

- 고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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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이다윗, 류승룡, 김옥빈, 조진웅, 정인기, 박영서
개봉 2011 대한민국
2010년 이후에도 한국영화는 꾸준히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를 출품하고 있다. 2010년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 2011년 장훈 감독의 <고지전>,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2013년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 2014년 심성보 감독의 <해무>, 2015년 이준익 감독의 <사도>, 2016년 김지운 감독의 <밀정> 등이다.

-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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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4 대한민국

-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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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 대한민국
2000년대와 마찬가지로 2010년대에도 한국전쟁을 다룬 <고지전>, 작가주의 영화 <피에타>, 인권위원회 제작지원작 <범죄소년>, 영조와 사도세자 소재의 역사물 <사도>, 일제강점기 누아르 <밀정>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들이 출품됐다.

-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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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개봉 2012 대한민국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베니스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외면받았다. 당시 후보에 오른 작품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오스트리아), 에스펜 잔드베르크, 조아침 로닝 감독의 <콘-티키>(노르웨이),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노>(칠레),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로얄 어페어>(덴마크), 킴 누옌 감독의 <르벨>(캐나다) 등이다. 수상은 <아무르>가 차지했다.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선정은 어떻게?

- 크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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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태균
출연 차인표, 신명철
개봉 2008 대한민국
1962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본선 진출 시도는 지금까지 28번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가 네 차례로 가장 많이 출품됐다. 김기덕, 이두용, 이준익,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각각 두 차례로 뒤를 이었다. 김태균 감독의 영화도 두 차례 출품됐다. <크로싱>과 동티모르의 한국인 축구 감독의 실화를 다룬 <맨발의 꿈>이다. 이 영화들은 작가주의 예술영화도 아니고 흥행작도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이채롭다. 장훈 감독도 <고지전>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아카데미에 두 차례 도전한다. 배우 송강호는 <사도>, <밀정>, <택시운전사>까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세 편이 연이어 출품되면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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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 2016 대한민국
한국영화는 매년 출품작을 내고 있지만 외국어영화상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매년 7월께 영화진흥위윈회(영진위)는 다음해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할 작품을 각 제작사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때 심사에 지원하는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위원회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통과할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 아카데미 위원회는 상영날짜, 기간, 상영 포맷, 오디오 포맷, 광고 등의 집행 유무, 영어 대사의 유무, 제작자, 감독 등 주요 스태프의 국적 등을 출품작 기준으로 요구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위원들이 1, 2차 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출품작을 결정한다. 심사위원은 모두 다섯 명으로 “영화진흥사업 심사관리규정에 의거 심사평가 능력이 있고 신청 작품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로 구성된다.
지난해의 경우 <밀정>이 출품됐다. 출품 당시에는 논란이 거의 없었으나, 수개월이 지나 시상식이 가까워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시상적 전 연말부터 시작한 북미의 각종 영화제에서 <아가씨>가 수상을 휩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아가씨>가 출품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여전히 보수적인 아카데미?
<택시운전사>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6687명(2017년 기준)의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후보를 정하고 수상자를 결정한다.

- 라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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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 미후네 도시로, 쿄 마치코
개봉 1950 일본
아카데미 위원회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선택을 해왔다. 최근 불거진 다양성 논란으로 유색인종, 여성의 신규 회원이 늘었다고 해도 백인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외국어영화상의 후보 선정과 수상작 결정에도 이런 경향이 보인다. 주로 유럽영화들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지금까지 아시아 영화는 7편(일본 4편, 이란 2편, 대만 1편), 아프리카 영화는 3편만이 수상했다. 이탈리아 영화가 14번 수상, 프랑스 영화가 12번 수상하며 수상 횟수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씨네플레이와의 통화에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해외 배급이 용이해지면서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배우 송강호의 경우에는 홍보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할리우드의 스타가 한국영화 제목을 외치는 장면을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