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감독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설현, 오달수

송경원 <씨네21> 기자
누구도 듣고 싶지 않았던 모범답안
★★★
원작과의 경쟁은 어차피 지는 게임이다. 김영하의 소설이 애초에 영상화하기 쉬운 이야기도 아니다. 원작이 기억에 대한 내적 혼란과 독백에 가까웠다면 영화는 연쇄살인범 간의 대결로 초점을 옮긴다. 갈등을 외부로 꺼낸 건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납득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서사가 지나치게 평이하고 쉬워졌다. 장면 자체에 서스펜스가 문득 맺히긴 하지만 플롯으로 확장되진 못한다. 미로를 만들긴 하되 너무 쉽다. 구멍을 메우려 유머를 활용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선 사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설경구의 연기만큼은 화면을 지배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설경구만 할 수 있는 연기
★★★
원작 소설과 비교하는 건, 흥미로운 작업일 순 있어도 별 의미 있어 보이진 않는다.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장르 영화 본연의 관습과 재미에 충실하다.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돌아온 설경구의 연기는 영화의 절반 이상.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말초적인 시각적 충격에 집착하지 않는 연출도 평가할 만하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기억에 관한 고강도 스릴러
★★★☆
감독과 배우의 장점이 두드러진 덕분에 완성도 높은 원작 소설에 비견할 만한 비범한 스릴러가 탄생했다.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흥미로운 충돌을 스릴러 문법에서 제대로 운용하는 감독, 기억을 잃은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온몸으로 체화시키는 배우가 만났으니 함께 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원신연 감독은 기억을 잃어가는 공포를 사운드, 촬영, 액션으로 극대화해 체험 강도를 높였고, 설경구는 다면적인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표정과 극한 연기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다시 돌아갈래외치고 싶을 살인자
★★☆
알츠하이머를 앓는 연쇄살인범. 독특한 소재는 원작 소설이 지닌 힘이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차용하되 나머지는 그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데 주력한 인상이다. 선택은 성공적일까. ‘소설에 없는 자신만의 인장을 두르고 싶은 창작자의 창작욕이 역설적이게도 영화를 평범하게 하는 방향으로 뻗어버린다. 원작과의 차별화는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범죄드라마 문법과 비슷해져버린 아이러니에 빠진 느낌이랄까. 주인공 병수(설경구)의 살인 동기를 상업영화에 맞게 다듬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원작보다 크게 키운 태주(김남길) 캐릭터의 사연까지 너무 전형적 범주에 멈춰있어 아쉽다. 병수의 심리에 집중한 원작을 두 남자의 대결로 각색한 방향 역시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설경구 연기다. 과잉된 지점이 가끔엿보이긴 하나, ‘자주인상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살인자의 기억법

감독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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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소피아 릴리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삐에로는커녕 당분간 풍선도 못 쳐다보겠다
★★★★
마찬가지로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인 <스탠 바이 미>(1986)의 완벽한 호러 버전. 호러물로도 성장물로도 읽히는 원작의 독특한 결을 잘 살렸다. 수위를 타협하지 않은 채 공포감을 조성한 과감함이 빛나고, 성장기에 느끼는 추상적 공포에 대한 포착과 표현이 뛰어나다. 몇몇 신은 21세기 호러의 인상적 장면들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1980년대 성장 모험 영화의 향수까지 물씬한 이 영화는 뜻밖에 사랑스러운 구석들로 가득하다. , 빨간 풍선과 하수도는 당분간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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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품위 있는 그녀들
★★★☆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선생과 학생 모두 여성인 기숙학교에 부상당한 북부군이 등장한다. 그는 적군에 언제 고발 당할지 모르는 불안과 심각한 부상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으로 살아남고자 한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욕망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존재라기보다는 하얀 천에 잘못 놓인 자수 한 땀 같다. 그는 저택 안에 성적 긴장감과 질투,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결국 품위 있는 그녀들은 그러한 이물감을 용납하지 않는다. 고요히 바느질을 하지만 잘못 놓인 실은 가차 없이 뜯어내는 것처럼 레이스와 프릴, 뽀얗게 표백된 이미지 넘어 여자들의 서늘한 품위가 명징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여성의 욕망의 세분화
★★★☆
돈 시겔의 영화가 곤경에 처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집중했다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그를 처단하는 여성들의 행동에 초점을 둔다. 흑인노예나 병사 등 원작의 다양한 요소들을 제거한 것 역시 이를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이 미세한 관찰의 결과, 여성의 욕망이라고 일컫는 말에 얼마나 다양한 결이 존재하는지 드러난다. 남성에게 억압을 가하는 여성들의 행동이 통쾌하게 받아들여지는 지점에서 원작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톤앤매너를 가진다. 니콜 키드먼, 소피아 코폴라, 엘르 패닝 세 배우의 각기 다른 매력이 그 심리를 구현해낸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욕망과 통제, 매혹과 공포의 역학관계
★★★☆
돈 시겔의 1971년작이 남성 시점의 관능과 공포였다면 소피아 코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매혹과 공포의 작동원리를 더듬는다. 사건보다 분위기 자체로 관객을 압박하는 영화. 불투명한 안개처럼 차오르는 욕망의 다채로운 온도를 포착한다. 인형의 집이 우아하고 깔끔한 손길에 다듬어질수록 거꾸로 억압받는 여성들의 살아있는 숨결이 생생하게 실체를 얻는다. 돈 시겔의 버전과 비교해서 보길 권한다.

매혹당한 사람들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커스틴 던스트, 니콜 키드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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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게임
감독 최진성 출연 주진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투 비 컨티뉴드?
★★★

일단 재미있다. MB 비자금에 연관된 인물 관계망을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이용해 하나하나 좁혀가는 구성이 한 편의 범죄드라마를 보듯 흥미롭다. 주진우라는 독고다이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 극에 활기를 더한다. 취재가 실패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 다큐의 명백한 한계다. 의문을 던지나 확고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탓에, 드라마가 흥미진진하게 절정을 향해 치닫다가 결정적인 순간 투 비 컨티뉴드하고 끝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권력 감시에 대한 의제 설정이 확고하고, 이 의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읽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공영방송이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이러한 기능을 못 했다는 점에서도 <저수지 게임>의 취재는 각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

저수지 게임

감독 최진성

출연 주진우, 조미래, 정재호, 홍익표, 이종걸, 정두언, 이요섭, 김우남, 이지형, 이명박, 김의성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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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히어로
감독 한영희 출연 현우, 정운

이화정 <씨네21> 기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쌍용자동차 해고 투쟁은 비단 노동자 한 사람이 짊어질 몫이 아니다. 7년간에 걸친 이 기록에는 투쟁하는 노동자 아빠를 둔 아들 현우가 본 세상이 있다. 담담하고 솔직한 현우의 언어에 비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난다. 아빠의 투쟁의 시간이 현우에게 인생의 중요한 성장기이자,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는 사건이다. 크게 언성을 높이지 않고도 이 영화는 그 지점을 세심하게 짚어낸다.

안녕 히어로

감독 한영희

출연 현우, 정운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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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니콜 키드먼, 피오눌라 플라나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아름다운 하우스 호러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서른 살도 안 되었을 때 만든, 어쩌면 일생 최고의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을 작품. 2001년 영화니 이미 보신 분들도 많겠지만, <디 아더스>는 정말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찍지 않은 촬영, 감독이 직접 작곡한 음악, 섬세한 사운드 효과 등이 어우러진 감각적 경험은 영화관에서만 가능하기 때문. 여기에 니콜 키드먼의 창백한 아름다움과 리얼한 연기는 화룡점정. 막판 반전은 충격적이면서도 슬프다.

디 아더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니콜 키드먼

개봉 2001 미국, 프랑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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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투 마르세유: 2주간의 여행
감독 라시드 드자이다니 출연 제라르 드빠르디유, 사덱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다름을 다르게 보여줬더라면
★★☆
세대, 인종, 취향도 다른 두 남자가 2주 동안 함께하며 우정을 나눈다. 프랑스 흥행작 <언터처블: 1%의 우정>(2011)과 똑 닮은 설정인데 중년의 독일계 프랑스인 무명 화가와 스무 살의 아랍계 프랑스 스타 래퍼의 여정에 선뜻 동참하기가 어렵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유명 래퍼 사덱을 대립하는 얼굴로 내세우고 아름다운 경치와 음악을 시시각각 펼쳐놓지만, 설전을 벌이던 두 주인공이 화합하는 계기나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즉흥적이거나 설득력이 부족해 쉽게 감화되지 못한다.

파리 투 마르세유: 2주간의 여행

감독 라시드 드자이다니

출연 제라르 드빠르디유, 사덱

개봉 2016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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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스 라이프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제이미 도넌, 사라 가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슬프고 잔혹한 성장담
★★★
슬래셔 분야의 젊은 장인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의 관심사가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심리 드라마로 날로 더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영화. 극의 화자이자 불행한 사연과는 반비례로 명랑하고 비범한 소년 루이의 이야기와, 반전을 품은 심리 스릴러로서의 흐름이 아주 잘 결합한 인상은 아니다.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정보가 뒤섞여 있는 터라 맥을 한번 놓치면 극 전체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작의 핵심을 간추리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방식의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고민은 충분히 좋은 편.

나인스 라이프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제이미 도넌, 사라 가돈, 아론 폴, 에이든 롱워스

개봉 2016 영국, 캐나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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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라군
감독 카와무라 타이스케 출연 나카가와 타이시,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재미도 감성도 원작의 절반
★★☆
일본 순정만화 작가 미키모토 린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앵무새가 유일한 친구인 외톨이 소녀와 미래가 없어 방황하던 시한부 소년이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원작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러닝타임에 맞추다 보니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나 캐릭터의 감정 표현, 원작에서 중요하게 활약하는 앵무새의 역할이 대폭 줄어 평범한 청춘 로맨스에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나카가와 타이시와 이토요 마리에는 풋풋한 감성 연기로 청춘 드라마의 주인공 몫을 해낸다.

오늘의 키라군

감독 카와무라 타이스케

출연 나카가와 타이시, 이토요 마리에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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