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지난 9월 6일 개봉해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흥미로운 설정부터 노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설경구의 연기 변신과 이제 어엿한 배우의 아우라를 풍기는 설현의 존재감까지,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가득한 이 영화. 네이버 V라이브 무비토크 등 여러 자료를 참조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해봤습니다.
1. 설경구와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여야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원신연 감독의 캐스팅을 고대하던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건네받는 그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감독과 원작자에 대한 신뢰가 워낙 두터웠기 때문이죠.
한편, 오달수는 설경구의 전화를 받고 나간 술자리에서 원신연 감독까지 만나 시나리오도 받지 못한 채 얼결에 캐스팅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10년 전 <구타유발자들>을 함께 작업한 바 있기에 가능한 일사천리가 아니었을까요?
2. 원신연 감독은 원작소설을 40분 만에 읽었다 김영하 작가의 원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술술 읽히는' 소설로 아주 유명하죠. 평소 소설 하나 읽는 데 4~5일은 걸리는 원신연 감독 역시 앉은 자리에서 40분 만에 읽었다고 합니다.
"속도도 빠르고, 휘몰아치는 이야기에다가 서스펜스에 유머까지 결합돼 있고, 반전의 연속인" 작품을 놓칠 순 없었겠죠. 그래서 <올드보이>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각본을 쓴 황조윤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김영하 작가 역시 각색된 시나리오에 만족했다는 후문!
3. 설현은 설경구의 머리카락을 진짜 잘랐다 병수의 하나뿐인 딸, 은희가 아빠의 머리를 잘라주는 신입니다. 무뚝뚝한 병수와 그 앞에서 해사하게 웃는 은희의 따스한 관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죠. 부녀의 알콩달콩한 모습들은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의 무거운 공기를 중화시켜줍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그냥 나오진 않는 법. 설현은 직접 설경구의 머리를 잘랐다고 합니다. V라이브에서 설현이 "평소에 하던 것처럼 능숙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이상하게 잘라놨다"고 하자 설경구는 가만히 "잘 잘랐어요"라는 말만 되풀이 했죠. 물론, 병수보단 더 살갑게요.
4. 설경구는 '또' 뺐다 설경구는 캐릭터를 위해 자유자재로 몸무게를 조절하는 걸로 정평 나 있습니다. 병을 앓는 노인을 연기해야 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체중 조절이 불가피했습니다. "분장은 배우가 완성하는 거야"라며 금세 병수의 외형을 만들어냈죠.
<오아시스>의 종두만큼이나 살을 뺄 수 있던 비결? 간단합니다. 안 먹고, 운동하는 것.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수분섭취까지 최소화했고, 매일 새벽 2시간씩 줄넘기를 했다고 합니다. 손까지 살이 빠졌다죠. 더 놀라운 건 그 체중을 근 6개월간 유지했다는 사실. 놀라운 열정입니다.
5. 김남길은 찌웠다 워낙 날렵한 이미지라 조금은 의아한 사실이긴 하지만, 태주 역의 김남길은 14kg을 찌웠다고 합니다. 의외죠. 보통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은 살을 빼서 날카로운 이미지를 먼저 만들기 마련인데.
그 배경엔 "살이 찐 상태의 그가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은 서늘함을 준다"는 설경구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설경구가 살을 빼기 굶고 있으면, 그는 옆에서 계속 먹어서 눈치가 보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원신연 감독이 요구했던 '화장기 없는 조커'의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네요.
6. 오달수가 스릴러 특화 배우라고? '천만요정' 오달수는 은희와 함께 병수의 벗이 돼주는 파출소 소장 역을 맡았습니다. 17년 전 실종된 담뱃가게 아가씨가 준 담배를 품고 다니면서 마을의 연쇄살인마를 잡을 날을 기다리죠. 담배 대신 저렇게 성냥을 물고 다니며 누아르의 분위기도 풍깁니다.
원신연 감독은 그의 눈빛을 빌어 그가 "스릴러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설렁설렁인 것 같으면서도 병수의 촉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장이 <살인자의 기억법>에 긴장을 더하는 것 보니, 그 말에 왠지 설득당할 것 같습니다. 무비토크에서 선보인, 금니마저 무서운 스릴러 눈빛을 보신다면 그 말에 100% 공감하게 되실지도.
7. 자동차 전복신은 No CG! 영화 곳곳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신이 있습니다. 병수가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원인이기도 한 17년 전 자동차 사고 장면입니다. 액션 촬영에 능한 원신연 감독은 설경구가 차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CG를 거치지 않고 찍었죠.
거의 대부분의 액션 신을 스턴트 대역에 맡기지 않고 직접 찍었던 설경구. 무비토크에서 촬영 스틸을 넋놓고 보던 그는 당시를 기억하다가 "저는 무서워서 말 못하겠어요.."라며 원신연 감독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대역 안 쓰고 육탄전 벌였던 분 맞나요?
8. <살인자의 기억법>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보다 먼저 촬영됐다 <불한당>이 5월 17일, <살인자의 기억법>이 9월 6일 개봉했지만, 사실 촬영 시기는 그 반대입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6년 초 촬영을 마쳤죠. 개봉이 좀 늦은 셈입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촬영하며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 했던 설경구는, 바로 <불한당>을 촬영하면서 병수 역에 대한 후유증을 금방 벗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젊은 팬들의 이목을 끈 수려한 외모까지 보여줬고요. <불한당>을 본 팬들이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고 못생겨진 자신에게 실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만...
9. 오프닝 속 철로가 <박하사탕>의 그 공간이 될 뻔했다 병수가 왼쪽 눈을 떠는 모습은 예고편 공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이미지였죠. 그가 캄캄한 터널을 지나 철로를 홀로 걷는 오프닝은 병수의 죄의식과 외로움을 단번에 보여주며 영화의 테마를 확연히 각인시켰습니다.
원신연 감독을 본래 설경구의 영원한 명장면 <박하사탕>의 "나 돌아갈래" 신 속 충북 충주의 철로를 섭외하고 싶었지만, 기차가 워낙 자주 다니는 공간이라 촬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지금의 원신연 감독을 있게 한 단편 <빵과 우유>를 찍은 강원도 정선의 철로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10. 설현은 왕만두를 세 입 크게 베어먹는다 네, 사심 맞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병수와 은희가 왕만두를 오손도손 먹는 신은 에디터가 꼽은 <살인자의 기억법>의 명장면입니다. 얼굴만한 크기의 왕만두를 세 입 크게 베어먹고 빙구 웃음을 짓는 설현느님의 모습...심쿵해 보면 볼수록 쿵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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