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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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개봉 2016 대한민국
소설가 김영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려 한다. 그는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자다. 또 어떤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궁금했다. ‘김영하’를 네이버 영화(movie.naver.com)에서 검색해봤다.
‘원작 김영하’의 영화들
<바람이 분다>(2000)
김영하 원작의 첫 영화는 단편영화 <바람이 분다>이다. 원작은 1999년 출간된 김영하의 단편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태원 살인 사건>(2009)의 홍기선 감독이 연출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남자와 채팅에 미쳐 있는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다. 홍기선 감독의 첫 디지털 영화로 알려져 있다.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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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기선
출연
개봉 2000 대한민국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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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2.16.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전수일 감독의 연출작이다. 1996년 출간된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총알택시 기사 동식(김영민)은 술집 종원인인 애인 세연의 자살에 의심을 품다가 그녀의 지갑에서 S(정보석)의 명함을 발견한다. 동식의 형인 비디오아티스트 상현(장현성)은 행위예술가 미라(추상미)와 공동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라는 S를 만난 뒤 자신의 퍼포먼스 무대인 욕조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한다. S는 작가이자 카운셀러이자 자살도우미다. 그는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죽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김영하라는 신예의 탄생을 알린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김영하는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에서 소설의 제목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혐의로 기소됐을 때 법정에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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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전수일
출연 정보석, 추상미, 이수아, 장현성, 김영민, 최성호
개봉 2003 대한민국, 프랑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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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7.30.
<주홍글씨>(2004)
변혁 감독의 <주홍글씨>는 김영하의 단편소설 두 편의 캐릭터와 플롯을 따와서 만든 영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수록된 <사진관 살인사건>과 1997년 출간된 소설집 <호출>의 <거울에 대한 명상>이 원작이 된 작품이다.
<주홍글씨>는 스릴러·로맨스영화다.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남자의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는 피해자의 아내 경희(성현아)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한편 기훈은 아내 수현(엄지원)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애인 가희(이은주)와 헤어지려 한다. 도발적인 가희와 순종적인 수현은 대학 동창이기도 하다. 기훈과 가희는 서울 외곽으로 나갔다가 우연하게 자동차 트렁크에 갇히고 만다.
<주홍글씨>는 두 편의 단편소설이 원작이 된 것처럼 두 개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훈이 담당한 살인 사건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자신의 사건이 겹치게 된다. 변혁 감독은 2004년 영화주간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김영하 소설에는 현대적인 싸늘함이 있다. 그 주제나 세계관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느낌상으로는 공감한다. 그래서 그 분위기와 플롯을 따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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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혁
출연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엄지원
개봉 2004 대한민국

-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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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7.30.
<오빠가 돌아왔다>(2014)
김영하의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는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03년 출간된 단편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이른바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문 고발꾼 아빠(손병호), 집 나갔다가 돌아온 오빠(김민기), 이혼하고 집 나간 엄마(이아현), 세상을 일찍 깨우친 되바라진 중학생 세주(한보배) 등이 이 집구석의 구성원이다. 5년 만에 오빠가 새언니(여민주)와 뱃속의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영하의 단편은 가족의 재결합 과정을 냉소적인 소녀의 시점으로 보는 도발적 코미디였다. 반면 영화에서는 인물들에게 좀더 온기를 불어넣어서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각색됐다.

- 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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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노진수
출연 손병호, 김민기, 이아현, 여민주, 한보배
개봉 2010 대한민국

- 오빠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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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2.16.
<소설, 영화와 만나다>(2013)
옴니버스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김영하의 단편소설 세 편을 원작으로 만든 세 편의 단편영화를 한데 모은 작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기획 프로그램인 단편영화프로젝트 ‘숏!숏!숏! 2013’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김영하의 단편 <비상구>, <피뢰침>, <마지막 손님>을 각각 이상우, 이진우, 박진성·박진석 형제 감독이 <비상구>, <번개와 춤을>, <더 바디>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다.
<비상구>는 신촌 모텔촌을 전전하며 사는 20대 청년들이 주인공인 청춘물이고 <번개와 춤을>은 죄책감 때문에 강박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주인공인 독특한 멜로물이다. 마지막으로 <더 바디>는 여고생의 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가미된 판타지물이다.

- 소설, 영화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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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상우, 박진성, 박진석, 이진우
출연 한주완, 김서형, 최원영, 최덕문, 유소현, 박혁권, 신동미, 배슬기
개봉 2013 대한민국
‘김영하 각색’의 영화(들)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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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재한
출연 정우성, 손예진
개봉 2004 대한민국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김영하의 필모그래피에서 각색을 발견했다. 이재한 감독의 연출작 <내 머리 속의 지우개>다. 김영하는 이 영화의 공동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김영하와 이재한 감독은 각별한 사이다. 먼저 손을 내민 이는 이재한 감독이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재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다녔지만 숱하게 거절당해야 했다. 이재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고쳐 쓸 구원투수로 자신이 팬이었던 소설가 김영하를 떠올렸다. 이재한 감독은 일면식도 없던 김영하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2000년 겨울이었다.
두 사람은 2002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두고 한달 동안 합숙하기도 했다. 이재한 감독이 쓴 초고를 김영하가 고쳐 쓰는 방식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영화로 제작되지 못했다.
2003년 두 사람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제작하는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가 이재한 감독에게 연출을 제의했다. 영화의 원작이 된 일본 드라마 <순수한 영혼>의 복사본을 받아든 이재한 감독이 원작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쓰다가 김영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공동각본가가 됐다.

- 검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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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2.16.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후 두 사람은 한번 더 공동 각본에 도전했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검은꽃>의 영화화를 위해서였다. 재밌는 사실은 소설 <검은꽃>이 이재한 감독이 제공한 원안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재한 감독은 1996년 즈음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승객으로부터 멕시코에 팔려간 조선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이재한 감독이 <개와 늑대의 시간> 각본 작업을 함께하던 시기에 김영하에게 들려줬다. 영화가 중단된 이후 김영하는 <검은꽃>의 집필에 매달렸고 그의 대표작이 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검은꽃>도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영화 제작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김영하는 최근 <씨네21> 인터뷰에서 “소설을 쓸 때 장르물의 규칙을 가져온다”고 말한 바 있다. “난 소설을 쓸 때 장르적인 걸 가지고 와서 쓰는 걸 좋아한다. 스파이물, 스릴러물을 가지고 와서 거기에 있는 규칙을 다르게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시 영화로 가져가면 ‘아, 스파이 소설이었지’ 이렇게 해석이 된다. <검은꽃>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전형적인 역사극이 됐을 거다.” 그럼에도 김영하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기가 수월하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모든 영화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 <검은꽃>이 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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