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염혜란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아픔을 대하는 정중한 진심
★★★☆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그간의 영화들과 다른 노선을 취한다. 아픔을 전시하거나 분노를 부추기는 대신 생존자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어째서 할머니가 민원왕이 되었으며 영어를 배워야만 했는지 알아가는 동안 그녀는 시혜를 베풀어야 하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말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주체가 된다. 그것은 가늠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향한 경의이며,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기억하는 자세다. 눈물샘을 뛰어넘어 바로 심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나문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제 역할을 해내는 이제훈까지 배우들이 영화에 온기를 더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결국 마음을 훔친다
★★★☆
스토리텔러김현석 감독의 저력이 잘 발휘된 영화. 이야기의 연결 고리에 몇몇 아슬아슬한 지점도 있지만, 상업 영화에서 담아내기 결코 쉽지 않은 테마를 제대로 품는다. 일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역사와 연결되고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확장된다. 이 거대한 드라마에 현실성을 불어넣는 나문희 배우의 표정은 영화 전체를 봉합하는 울림. 그리곤 결국 관객의 마음을 가져간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진심과 성의 그리고 유머의 최적 조합
★★★☆
위안부 피해자를 이야기함에 있어 전쟁범죄로 짓밟힌 소녀들끼리, 혹은 소녀의 과거와 현재가 서로의 고통과 상처를 위로하는 방식 이상의 것을 제시하는 영화. 옥분(나문희)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입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사람들은 그에게 지금껏 제대로 몰라서, 썩어 문드러진 속을 헤아려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말한다. 옥분이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말들을 듣는 장면을 보는 건 유의미한 경험이다. 결국엔 그 말이 필요한 것이다. 나문희와 이제훈이라는 신선한 조합의 콤비 플레이도 물흐르듯 유연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옥분이 만들어낸 유의미한 성과
★★★
위안부 문제를 대중영화라는 장르와 접목한 진일보한 영화. 피해자 옥분(나문희)을 생생한 인물로 그리고, 연대하고 결국 그녀가 '스피크' 할 수 있는 단계까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 뼈대에 배우 나문희, 이제훈의 사랑스런 연기와 조합이 살을 입힌 결과다. 많이 웃기고 울리는 영화지만 '웃다가 울린다'는 일반적인 휴먼코미디의 산술로 재단될 수 없는, 울다 보면 왜 전반부의 웃음이 필요했는지 납득이 가는 플롯.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는 각각의 배역들, 그리고 그들이 한국영화에서 종족 무시되어 왔던 여성이라는 점도 유의미하다. 소수자에 대한 비하나 비난의 시선 없이도 대중영화가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영화. 기획, 제작, 연출자의 태도와 가치추구가 어떻게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지 확인하게 해준 기록할 만한 성과다.

아이 캔 스피크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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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게스트
감독 오리올 파울로 출연 마리오 카사스, 바바라 레니, 호세 코로나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군더더기 없는 반전 스릴러
★★★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한다. 법정에 서기 전, 변호사는 진실을 듣기 원한다. 증언이 이어지고 날카로운 추리를 통해 은폐되었던 일들이 들춰진다. 여러 관점이 제시되고, 관객은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 스페인에서 온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적 기본기에 충실하며, 톤은 이야기에 맞춰 잘 조율되어 있다. 눈치 빠른 관객은 중반이 넘어가면 결말을 눈치채겠지만, 그럼에도 결말까지 가는 과정을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인간의 위선을 찌르는 똑똑한 스릴러
★★★☆
장르색이 뚜렷한 스페인 스릴러. 두 남녀가 투숙한 호텔 방에서 여자는 죽고 남자는 용의자로 몰린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선임한 변호사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아야 한다. 남자의 진술이 회고 형식으로 펼쳐지면서 남자와 변호사의 엎치락뒤치락 진실 공방전이 추리극의 쾌감을 일으킨다. 이야기를 거듭하면서 드러나는 반전도 정밀하게 짜여있어 구성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후반부에는 저절로 웃음이 머금어질 정도다.

인비저블 게스트

감독 오리올 파울로

출연 마리오 카사스, 안나 와게너, 바바라 레니, 호세 코로나도

개봉 2016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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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찰리 허냄,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송경원 <씨네21> 기자
인식의 확장을 향한 진짜 모험
★★★☆
20세기 초 영국의 탐험가 퍼시 포셋 대령의 실화를 영화화 했다. 정확히는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아마존 일대 미지의 문명 탐사에 일생을 바친 한 인간의 집념과 소신에 관한 일대기. 맹목에 사로잡힌 개척자의 외적 탐사가 아닌 공존의 시선으로 풀어낸 내면으로의 탐험. 20세기와 인간성, 그리고 가족에 대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새삼스런 비전. 잔잔하되 지루하지 않다는 건 강점. 장엄하되 일말의 재미와 흥분 없이 진지하기만 한 건 약점.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미지와의 엄숙한 조우
★★★
가장 유명한 20세기 탐험가이자 아마존 탐험에 나섰다가 실종된 퍼시 포셋의 일대기를 다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 경외심을 가졌던 진정한 모험가 퍼시 포셋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영화의 태도는 시종 엄숙하고 진지하다. 그 때문에 영화의 호흡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찰리 허넴, 시에나 밀러, 로버트 패틴슨, 톰 홀랜드의 밀도 있는 연기만큼은 극에 조용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잃어버린 도시 Z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찰리 허냄, 톰 홀랜드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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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퍼펙트 데이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출연 베네치오 델 토로, 팀 로빈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밧줄 이야기
★★★
보스니아 내전을 겪은, 아직 전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지역. 구호 활동을 벌이는 NGO 요원들에겐 우물에서 시체를 꺼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마을의 유일한 식수원이 오염되기 때문. 하지만 밧줄 구하는 게 만만치 않다. 밧줄 하나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로드 무비 <어 퍼펙트 데이>는 그 여정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전한다. 결국 임무에 실패하지만그래도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식의 엔딩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테마만큼 이야기의 에너지가 받쳐주지 못하는 건 아쉬움이다.

어 퍼펙트 데이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출연 베니치오 델 토로, 올가 쿠릴렌코, 팀 로빈스, 멜라니 티에리, 페자 스투칸

개봉 2016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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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 댄스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나카죠 아야미, 아마미 유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밝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사는 법
★★★☆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응원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지 깨닫게 하는 영화. <스윙걸즈>(2004)가 재즈밴드부, <훌라걸스>(2006)가 훌라 춤으로 소녀들의 연대와 성장을 보여주었다면, <치어 댄스>는 여고생들이 치어댄스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우정을 쌓아가는 청춘 스포츠 영화의 정공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캐릭터와 이야기를 세공해 아기자기한 재미와 감동을 일군다. 일본 청춘스타 히로세 스즈의 활약도 넘치지 않고 조화롭다.

치어 댄스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나카죠 아야미, 아마미 유키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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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우 허
감독 에이프릴 뮬렌 출연 나탈리 크릴, 에리카 린더

송경원 <씨네21> 기자
특별할 것 없어 특별한 러브 스토리
★★★
결혼을 앞둔 패션지 에디터가 우연히 만난 지붕 수리공에게 반하고 사랑을 나눈다. 간단명료한 러브스토리. 다만 이색적인 지점이 있다면 동성에게 반했다는 것 정도. 두 여자가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과장된 상황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의 순간들로 넘쳐나는 영화. 그렇다고 에로티시즘을 시각적으로 전시하는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반하고 서로에게 감탄하며 애정을 쏟는다. 매순간이 아름답게 묘사된다는 게 영화적 환상이라면 환상.

빌로우 허

감독 에이프릴 뮬렌

출연 나탈리 크릴, 에리카 린더

개봉 2016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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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스타
감독 김성욱 출연 한채영, 진지희, 임슬옹

이화정 <씨네21> 기자
예상 가능한 독특함
★★☆

톱스타와 그녀의 숨겨둔 딸이 유지해 온 '불안한 일상'이 '사건'이 되는 순간을 그린 영화. 과장되고 코믹한 일면이 있지만, 주목받는 여배우로 살아가는 애환, 그리고 사춘기 청소년의 고민을 독특한 소재에 녹여내려 한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도식화된 캐릭터 묘사, 지극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 전개 등은 아쉬운 지점. 상업영화의 완성도를 충족시켜주기에 역부족이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감독 마이크 화이트 출연 벤 스틸러, 오스틴 에이브람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너무 많이 보여주는 시대, 행복에 관한 원근착시
★★★
미국 중산층 남성 브래드는 SNS를 통해 주변 친구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열패감에 시달린다. 브래드의 상상, 감정,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심리 드라마. 삶에 대한 불안과 후회로 잠 못 드는 모습을 비롯한 디테일한 묘사들이 공감을 자아낸다. 사실 세상은 당신의 생각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의 초상. 무기력한 척 본심을 꾹꾹 눌러 담는 연기는 벤 스틸러를 따라올 자가 없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중년의 위기
★★★
젊은 날의 꿈과 이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남은 건 빠듯한 일상뿐. 그럼에도 욕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새 속물 근성도 배어 버렸다. 벌써 아이는 대학 갈 나이. 버거운 현실 앞에서 어느 비루한 중년 남자는 며칠 동안 번민에 휩싸인다. 40~50대 남성 관객이라면 분명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 더 나은 삶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해도 소용없으니, 다음 세대에 희망을 걸어 볼 수밖에.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감독 마이크 화이트

출연 벤 스틸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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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이즈 어 패밀리
감독 위고 젤랭 출연 오마 사이, 글로리아 콜스턴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가족애보다 오마 사이의 울고 웃는 얼굴만 남는다
★★☆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으로 인기 대열에 오른 오마 사이 주연의 가족 코미디.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던 청년이 하루아침에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가장 역할을 맡으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오마 사이는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진중한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느라 분주하지만, 인물 관계가 부자연스럽고 프랑스어와 영어 대사가 적절치 않게 섞이면서 결함이 두드러지고 말았다.

투 이즈 어 패밀리

감독 위고 젤랭

출연 오마 사이, 글로리아 콜스턴

개봉 2016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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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케디
감독 제다 토룬 출연 뷜렌드 우스틴

이화정 <씨네21> 기자
터키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의 고양이
★★★

터키라는 나라는 길고양이와 어떤 상관 관계를 맺고 있나. 인간과 함께 터키의 역사를 만들어 온 길고양이의 역사를 따라잡는 동안, 이 나라 도시 구성원들의 사고방식, 개발의 풍광 등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각각의 고양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그 역학관계를 복잡하지 않게 전달해주는 영화. 무엇보다도 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되는 고양이들이 귀엽기 그지없다.

고양이 케디

감독 제다 토룬

출연 뷜렌드 우스틴

개봉 2017 미국,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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