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동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근영이 어느덧 데뷔 18년째에 접어드는 베테랑이 됐다.
최근 개봉한 <유리정원>에서는 숲속에 사는 과학도 재연으로 분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아이부터 어머니까지, 문근영의 지난 캐릭터들을 정리했다.
길 위에서 / 누룽지 선생과 감자 일곱개
1999년, 초등학교 6학년에 연기를 시작했다. 시골 분교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드라마 <누룽지 선생과..>에서는 전교생 7명 중 한 아이를, 설치미술가 최재은이 연출한 남북분단에 관한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에서는 주인공 소녀로 나왔다.
가을동화
데뷔 1년 만에 드라마 <가을동화>에 출연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남매로 자란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첫사랑'과 '출생의 비밀' 설정이 맞물려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문근영의 여린 얼굴이 초반의 이미지를 잘 구축해놓아, 성인 역의 송혜교 역시 순애보의 정서를 잘 이어나갈 수 있었다.
명성황후
<가을동화>에 이어 드라마 <명성황후> 역시 작품 초반에 주인공 아역을 맡았다. 훗날 이미연, 최명길이 바통을 이어받는 명성황후를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고아로 자란 민씨가 왕가에 들어서서, 궁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에 부딪히며 점차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렸다. 전체 124회 가운데 첫 9회에 걸쳐 출연했다.
연애소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에서는 중심에서 살짝 비껴 있다. 지환(차태현)의 동생 지윤(문근영) 역시 '사랑 중'이다. "네 또래처럼 하면 된다"는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 책방 오빠(김남진)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짜랑짜랑 어린 목소리의 문근영은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사이에서도 밝게 빛났다.
장화, 홍련
이사 온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덜 깬 눈으로 달려가 빨간 열매를 먹는 첫 신부터 눈이 부시다. 언니 수미(임수정)에게 기대어 으스스한 집과 계모의 위협을 피하는 수연은 순간순간 자신을 찾아오는 공포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열여섯 살 문근영의 짙고 동그라운 얼굴은 수연의 시린 감정을 담아내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마법!
어린 신부
<장화, 홍련>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문근영은 김래원과 함께한 <어린 신부>로 전성기를 맞았다.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8살 많은 대학생과 결혼하는 고등학생 보은을 연기해 10대 스타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매력을 선보여줬다. 귀엽다. 너무 귀엽다.
댄서의 순정
<어린 신부>로 인기정점에 올라선 문근영이 택한 차기작은 춤과 로맨스가 접목된 영화 <댄서의 순정>이었다. 화려한 댄스스포츠 실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연변 사람을 연기하는 어려움이 따르는 캐릭터였지만 능히 소화해냈다. 문근영의 매력이 다소 뻣뻣한 로맨스의 단점을 해소한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10대 후반, 영화 속 문근영의 파트너는 나이 터울이 많은 남자 배우들이었다. 저명한 일본영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따윈 필요없어>도 마찬가지. 김래원, 박건형에 이어 김주혁과 호흡을 맞췄지만 로맨스의 케미는 밋밋한 게 사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웃음기를 덜어낸 건조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의 화원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2년 만의 복귀작.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픽션에 맞춰, 문근영이 남장을 하고 등장한 드라마다. 그녀의 매력 중 하나였던 소년 같은 얼굴이 남장여자라는 신선한 설정을 자연스럽게 설득했다. 성공적인 복귀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그해 연말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신데렐라 언니
2010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언니' 은조는 막 사는 엄마로 인해 어려서부터 불안을 떠안고 산 여자다. 그래서 웃음도, 감동도, 환상도 모른 채 살아온 사람이다. 특유의 앳된 말투가 완전히 표백된 딱딱한 태도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누그러지는 과정이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효선을 연기한 서우와의 앙숙인 듯 아닌 듯한 케미가 특히 빛났다. 아역이라는 딱지를 속시원히 벗게 해준 작품으로 회자될 만하다.
매리는 외박중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의 매리는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발랄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은조의 인상이 워낙 강했던 덕에 다시 기존의 이미지로 돌아왔어도 '답습'보다는 '넓은 스펙트럼'이 먼저 떠오르는 성과였다. 아오이 유우 같은 보헤미안 패션이 화제를 모았다.
청담동 앨리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산다. 그에 따르면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중심 공간인 청담동은 그 자체로 이상한 나라다. 신분상승을 향한 악다구니가 막장드라마로 흐를 듯한 인상을 주는 듯했지만, 점차 한국 사회의 뒤틀린 모습을 꼬집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아무리 화려하고 어른스럽게 차려 입어도 순수함이 가려지지 않는 문근영의 이미지가 세경의 안간힘을 '의지'로 승화시켰다.
불의 여신 정이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주인공 유정은 조선 최초의 사기장으로 언급되는 백파선을 모델로 삼은 캐릭터다. 초반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남장을 결심한다는 점에서 5년 전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이 떠올라 주목을 끌었지만,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이어지며 끝내 실패작으로 남았다.
사도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생애 처음 '어머니'를 연기했다. 문근영의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아내의 모습보다는 정조의 어머니의 이미지가 강하다. 사도세자의 위태롭고 폭압적인 태도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의 해괴한 노인 분장만 없었더라면...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드라마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영어 교사인 소윤은 마을의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음침함 속에서 지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다. 소윤은 지금껏 문근영이 보여준 캐릭터들의 종합이라 부르고 싶은 인물이다. 마을의 위협에 공포를 느끼지만 그로 인해 점점 단단해져가는 성장에서 문근영의 다채로운 얼굴들이 고루 비춰졌다.
-----------------------------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