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토르 비긴즈
★★★
사실 그동안 토르는 어벤져스 중에서도 그 위상이 다소 애매했다. 실질적인 리더 아이언맨과 정신적 지주를 자처한 캡틴 아메리카 사이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는가 하면 치트키 헐크에게도 밀렸던 상황. 그러나 <토르라그나로크>로 그는 파워풀한 단독 시리즈를 갖게 됨과 동시에 자신에게 걸맞은 신화까지 써냈다. 영화는 진정한 힘의 근원을 각성한 토르가 천둥의 신으로 거듭나는 성장물인 동시에 마블 시리즈에 기대하는 유머와 액션까지 갖췄다. 다른 어벤져스와 차별화된 신화를 가지게 된 토르의 새로운 시작이 마블의 생명을 한 뼘 더 연장했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가벼워진 망치. 힘 세고 머리 빈 토르를 닮았다.
★★★
간단. 명료. 화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개성을 십분 살린 사실상 코미디 영화인데 얕지만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토르 1,2편을 굳이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친절하게 정리했다. 단독영화로는 1,2편보다 나을지도. 특히 80년대 디스코 풍의 디자인과 사이키텔릭한 사운드의 조화가 색다르다. 다만 백치미를 자랑하는 토르처럼 극장을 나서는 순간 싹 휘발될 즐거움이다. 늘 그랬듯 토르보다 로키, 헐크, 그랜드마스터 등 다른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인 것도 함정. 재미있긴 한데 너무 재미만 있는 팝콘무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토르 존재감 찾기+헐크 외전
★★★☆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저평가받았던 <토르> 시리즈인 만큼 시리즈 사상 최고라는 말에 지나친 기대를 품는 건 관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블의 남다른 사업수완을 확인할 작품으로는 손색이 없다. 일단 로키보다 매력이 미약해 보였던 토르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찾아준 것이 가장 큰 수확. 헐크가 토르와 중요한 축을 이뤄 내달리는 이번 편은, 헐크 개별 시리즈를 원하는 헐크 마니아들에게도 확실한 팬 서비스다. 헐크와 토르의 만담을 필살기로 호쾌한 매력을 뿜어낸다. 다만 점점 묵직해지고 있는 최근 마블의 행보와 비교해 너무 유머에 집착한 것이 일부 팬들에겐 불만일 수 있겠다. 심오한 의미를 담은 희대의 걸작을 만들기보다 대중 지향적인 오락영화를 만드는 것이 마블의 전략이긴 하지만, 슈퍼히어로 무비가 포화 상태에 이른 현시점에서 마블이 풀어야 할 숙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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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오구리 슌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영화를 보면 제목의 힘에 놀란다
★★★☆
<러브레터>(1995)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를 잇는 일본 멜로 영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첫사랑과 추억,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고전적이지만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에 무게중심을 실어 공감을 일으킨다. 청춘 시절을 대표하는 새 얼굴 하마베 미나미와 키타무라 타쿠미의 풋풋한 아름다움도 성장통을 겪는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무엇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을 꼭 목격하시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투명에 가까운 사랑
★★☆
엽기적인 제목보다 정작 영화를 보면 더 놀라게 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낯간지러운 대사와 설정들이다. <러브레터>(1995) 류의 담담한 감성 멜로보다는, <눈물이 주룩주룩>(2006) 쪽의 최루성 멜로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멜로를 원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갈릴 수 있겠다. 재고 따지지 않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강렬한 판타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 시절, 사랑했던 소녀
★★★
제목은 다소 기괴하지만, 스탠더드 멜로 감수성을 지닌 영화다. 10대 시절에 만났던 한 소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남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현재/과거를 오가는 극적 구조는 느슨한 편이지만 소년과 소녀, 남녀 배우의 매력이 몰입하게 만든다. 새롭진 않지만, 익숙한 감성의 쾌감이 있으며 의외로 깊은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키타가와 케이코, 오구리 슌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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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감독 클린트 이스투우드 출연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송경원 <씨네21> 기자
긴 호흡, 절제된 시선 사이 번개처럼 선명하게 내리꽂힌 감정의 부스러기들
★★★★
자유롭게 떠도는 직업사진 작가가 시골 농장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던 중년여성을 만나 사흘 동안 평생을 간직할 깊은 교감을 나눈다.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 카메라,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실한 눈빛과 섬세한 신호들은 그 어떤 표현보다 관능적이다. 사랑, 흔들림, 몇 마디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어른의 감정. 찰나여서 더 애틋한 기억들. 곱씹을수록 진득하게 배어 나오는 대사들이 뇌리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변하지 않는 멜로 영화의 마스터피스
★★★★☆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가 지금까지 멜로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제된 연출과 대사, 남녀의 심리를 고도의 연기로 끌어올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조화, 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조력하는 음악과 영상. 모든 요소가 사랑의 감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후반부의 이별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가슴 저린 명장면. 과장도 과잉도 군더더기도 없는 성숙한 사랑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보는 경험도 귀하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개봉 199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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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정일우
감독 김동원 출연 정일우, 전주희, 신명자

이화정 <씨네21> 기자
종교인이 아닌 인간, 친구 정일우의 기술
★★★☆
영화의 제목에 붙은 수식어 내 친구야말로, 아마 이 영화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온도일 것이다. 김동원 감독은 종교인인 신부 정일우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그를 과하게 신격화시키거나 추앙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정일우는 그가 친구처럼따뜻하게 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감없이 기술된다. 종교인이라는 한정된 수식 대신, 다큐멘터리를 대하는 여느 관객들에게도 미국 신부 정일우는 흥미롭고 정겨운 대상으로 다가온다. <상계동 올림픽>(1988)의 촬영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정일우 신부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다는 점에서 먹먹한 감동을, 한 다큐멘터리스트가 집요하고 끈질긴 세월을 통해 한 인물을 기술한다는 점에서 대상을 향한 방법론과 태도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맏형인 김동원 감독의 시작은 <상계동 올림픽>(1988)이었다. 지금은 환갑이 넘었지만,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감독은 우연찮게 철거 현장을 카메라에 담게 되는데, 그때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정일우 신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외국인 신부의 모습은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지난 2014년에 세상을 떠난 정 신부에 대한 다큐 <내 친구 정일우>는 김동원 감독에겐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 긴 세월에 걸친 그의 인간적인 삶을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꼼꼼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예수처럼 살았던 한 인간에 대한 추모이자 회상이자 기록. 잔잔한 울림을 준다.

내 친구 정일우

감독 김동원

출연 정일우, 전주희, 신명자, 김동원, 김의열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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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프레지던트
감독 김재환

이화정 <씨네21> 기자
신화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
★★★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신화의 중심. 그곳에 인간이 있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흔히들 박사모라 불리는 과격한 추종자들 대신, 박정희-박근혜가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자, 국민을 굽어 살피는 임금이라 믿는 선량한 이들을 조명한다. 신화가 된 박정희의 동상 앞에서 충심을 다해 절을 하는 한 노인의 모습은 충격적이지만, 비난 대신 연민을 자아낸다. 이분화된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 김재환 감독의 전작 <트루맛 쇼> <MB의 추억>에서의 극적 서술방식을 배제한, 묵묵한 시선의 지켜보기가 영화의 주제를 한층 부각시켜준다.

미스 프레지던트

감독 김재환

출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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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
감독 장호준, 이인의, 박재영 출연 서준영, 한가람. 황상경

이화정 <씨네21> 기자
상상할 수 있는 선에서의 묘사
★★☆
분단국가의 현실을 그린 세 편의 옴니버스 영화. 실향민과 새터민을 주요 등장인물로 삼아, 그들이 남한사회에서 어떤 외로움과 고충을 갖고 살아가는지 무난한 형태로 묘사한다. 다만 좀 더 활기차게 현재의 상황을 반영한 소재가 아닌, 익히 상상할 수 있는 선에서의 이야기다 보니 캠페인성에 그친 아쉬움이 있다. ‘통일부 제작이 주는 충실한 목적성을 넘어, 극영화로 보다 흥미로운 전개가 필요했지 싶다.

그리다

감독 장호준, 이인의, 박재영

출연 서준영, 한가림, 황상경, 박지연, 고은민, 정인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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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의 부엌
감독 산드라 네텔벡 출연 마르티나 게덱,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삶엔 레시피가 없다
★★★
2001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사랑의 레시피>(2007)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대부분의 음식 영화가 그렇듯, 초점은 음식 그 자체보다 그 뒤에 감춰진 사연인데, 셰프인 마사가 어린 조카 리나와 예상치 못했던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방을 치유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한 영화. 드라마의 긴박감이나 디테일 부분은 조금 아쉽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요리 영화와 인생 영화 사이의 모호한 맛
★★☆
뛰어난 요리 실력만큼 자존심 강한 셰프 마사(마르티나 게덱)가 언니의 죽음으로 조카를 돌보면서 삶의 전환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2001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로 캐서린 제타 존스, 아론 에크하트가 주연한 <사랑의 레시피>(2007)의 원작이기도 하다. 눈이 즐거운 음식 영화로 보기에도 부족하고, 요리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보기에도 인물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리메이크작보다 아쉬운 맛이 느껴진다.

마사의 부엌

감독 산드라 네텔벡

출연 마르티나 게덱,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개봉 2001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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