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영화를 공개할 때,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캐스팅, 그다음은 코스튬이다. 코스튬은 히어로의 상징이지만 영화화 여건을 고려해 대체로 수정 과정을 거쳐서 영화에 등장한다. 11월 15일 개봉하는 <저스티스 리그>의 히어로들도 마찬가지다. 유서 깊은 배트맨부터 스크린 데뷔인 사이보그까지, 이들의 코스튬 변천사를 만나보자.

저스티스 리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헨리 카빌,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에즈라 밀러, 레이 피셔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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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배트맨은 가장 많이 영화화된 DC 히어로다. 그만큼 많은 배우가 거쳐갔고, 코스튬도 다양하다.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총 8명의 배우가 배트맨을 연기했고, 감독의 스타일과 시대상에 따라 코스튬도 천차만별이다. 국내엔 제대로 소개된 적 없으나 미국에선 대표 배트맨으로 통하는 아담 웨스트부터 살펴보자.


아담 웨스트 in <배트맨> (1966)

솔직히 웃기지 않은가? 웃긴 게 맞다. 1966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배트맨은 암울하고 진지한 영웅이 아니라 로빈과 함께 활극을 펼치는 코미디의 주인공이었다. 눈썹이 그려진 충격적인 마스크에도 불구, 노란 바탕에 새겨진 마크나 유틸리티 벨트로 코스튬의 포인트는 잘 살렸다.


마이클 키튼 in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에선 마이클 키튼이 주연을 맡았다. 코스튬을 검은 색으로 통일해 애니메이션과 아담 웨스트 배트맨의 회색/검은색 대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1편과 2편의 코스튬이 얼핏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1편의 코스튬(왼쪽)이 근육 형태를 조각한 느낌이라면, 2편의 코스튬(오른쪽)은 방어구(갑옷)의 느낌이 더 강하다. 목까지 일체형인 슈트라서 둔해 보일 수도 있지만 뾰족하게 세운 귀로 이를 상쇄한다.


발 킬머 in <배트맨 포에버>

벤 애플렉이 배트맨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발 킬머는 '외형적으로 가장 완벽한 배트맨'이었다. 팀 버튼 감독의 하차와 조엘 슈마허 감독의 등판은 배트맨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다. 유틸리티 벨트를 검은 색으로 바꿨고 슈트의 재질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리스 석상'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슈트의 근육 묘사가 돋보인다. 물론 팬들에겐 '배트찌찌'로 놀림받지만. 


조지 클루니 in <배트맨과 로빈>

모두가 두고두고 묻어두고 싶은 그 영화, <배트맨과 로빈>에선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을 연기했다. 유틸리티 벨트를 없애고 마크에서도 노란색을 빼면서 올블랙 코스튬을 택했지만 '배트찌찌' 덕분에 웃음거리가 됐다. 특히 '배트 패밀리'로 거듭나면서 선택된 검은색-흰색 코스튬은 배트맨의 정체성과도 거리가 멀었고 특정 부위를 강조해 다른 의미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이딴 클로즈업 장면이 등장했다

크리스찬 베일 in <다크나이트> 삼부작

현실적인 히어로 영화를 지향한 영화답게 코스튬도 극도로 현실적이다. 의상보다는 보호장비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그동안 길어지기만 했던 귀가 조금 짧아졌고, 배트맨의 심볼 또한 강조되지 않는 선에서 새겨졌다. 이 삼부작의 코스튬이 중요한 건 시대에 맞게 변화한 것도 있지만, 영화 전체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배트맨 비긴즈>의 단단하지만 목을 자유롭게 쓸 수 없던 슈트는 <다크 나이트>에서 고개를 돌릴 수 있게 개량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역시 2편의 슈트를 계승하되 조금 달라졌다.


벤 애플렉 in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마침내 <저스티스 리그>의 코스튬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대슈>)에서 이미 파격적인 코스튬을 선보였다. 그래픽 노블 '다크나이트 리턴즈'를 참고한 코스튬은 극도로 짧아진 귀, 다시 돌아온 회색-검은색의 대비가 포인트다. 이 코스튬을 입고 환멸에 가득찬 표정을 짓는 벤 애플렉은 단번에 '최고의 배트맨'으로 등극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기본 슈트는 비슷하나 새로 공개한 슈트는 좀 더 단단하게 신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더우먼

지금이야 원더우먼 하면 당연히 갤 가돗이 떠오르겠지만, <배대슈>에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원더우먼은 항상 린다 카터였다. 마른 몸으로 악당들을 때려잡는 린다 카터는 원더우먼의 인기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이자 여성 히어로를 성적 대상화시킨다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이후 한 차례 드라마 제작이 성사되는가 싶었으나 무산되고, 결국 영화 <원더우먼>으로 돌아왔다.


캐시 리 크로스비 in <원더우먼>(1974)

1974년 <원더우먼>에선 캐시 리 크로스비가 주연을 맡았다. 지금 관객들이 알고 있는 원더우먼의 코스튬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다. 파란색과 붉은색의 조화는 그대로지만 긴팔 원피스 차림은 매우 낯설다. 드라마로 기획했으나 시청률이 좋지 않아 파일럿 에피소드만 제작됐다. 


린다 카터 in <원더우먼>(1976~1979)

1976~1979년 드라마 <원더우먼>에 출연한 린다 카터는 코믹스를 즐기지 않는 다수 대중에게까지 '원더우먼'을 전파했다.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은 수영복 컨셉의 코스튬을 최초로 구현했다. 진지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라서 '전투용 슈트'의 느낌은 거의 없지만 원더우먼의 코믹스 의상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덕에 팔찌와 머리띠 등 핵심적인 요소는 살아있다. 


에이드리언 팰리키 in <원더우먼>(2011)

나오자마자 잊혀졌지만(...) 2011년 에이드리언 팰리키가 원더우먼을 맡기도 했다. 독수리가 새겨진 붉은 상의와 부츠는 그대로 계승하되 하의로는 당시 코믹스 디자인에 따라 바지를 입었다. 안타깝게도 혹평이 이어져 파일럿만 제작되고 드라마화는 취소됐다. 제작 당시 스틸컷을 보면 하의가 다시 수영복 스타일로 돌아오긴 하나, 제작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갤 가돗 in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갤 가돗은 <배대슈>부터 원더우먼으로 출연했다. 원더우먼 실사화 중 가장 '전투용 갑옷'의 느낌이 강하다. <배대슈>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한 베테랑 히어로 느낌을 주고자 색감을 빼 무채색에 가깝게 만들었다. 반대로 원더우먼의 기원을 다룬 <원더우먼>에서는 당연히 붉은색과 청색을 부각시켜 원더우먼 특유의 코스튬을 재현했다. 왕관 모양을 버린 머리띠와 무기를 착용할 수 있는 가죽띠가 히어로 전사의 느낌을 강화시켰다.


플래시

우리나라에서야 '발빠른 영웅' 정도지만 해외에서 플래시의 인기는 대단하다. '플래시'라는 히어로만큼이나 인간일 때 캐릭터의 인기도 높은 게 특징이다. 코믹스에서도 그 인기를 반영해 2대 플래시인 배리 앨런과 3대인 월리 웨스트가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 캐릭터 성격이 더 활발한 배리 앨런을 주로 실사화한다.


존 웨슬리 쉽 in <초인 플래시>

국내에 <초인 플래시>로 소개된 1990년 TV 드라마에서는 존 웨슬리 쉽이 배리 앨런을 연기했다. 귀를 덮는 번개 모양 장식과 금색, 붉은색의 조화는 원작 코믹스의 디자인을 계승했다. 다만 코믹스에서 다른 히어로에 비해 마르게 그려진 플래시와 달리 우락부락한 근육이 부각된 건 이질적이다. 참고로 존 웨슬리 쉽은 드라마 <플래시>에서도 카메오 출연했다.


카일 갤너 in <스몰빌>

클라크 켄트(슈퍼맨의 인간명)의 10대 시절을 그린 드라마 <스몰빌>에도 플래시가 출연한다. 코믹스에서 배리 앨런의 손자인 바트 앨런이 등장한다. 히어로로 활동하기 전의 10대 청소년답게 딱 정해진 코스튬은 없다. 플래시의 상징인 금색과 붉은색이 들어간 후드를 입고 활동한다.


그랜트 거스틴 in <플래시>

CW에서 제작한 <플래시> 역시 배리 앨런이 플래시로 등장한다. 귀의 번개 장식이나 금색 선이 들어간 디자인은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데, 색감이 변한 점이 돋보인다. 완전히 새빨간 색이 아니라 적갈색 계통을 사용해 현실적인 감각을 살렸다. 그리고 슈트의 색만으로도 플래시의 빛과 같은 속도를 실감할 수 있도록 적당히 낡은 느낌도 부여했다.


에즈라 밀러 in <저스티스 리그>

플래시를 보면 DCEU 히어로들의 의상 컨셉을 알 수 있다. 속도를 부각한 히어로답게 그동안의 코스튬이 '옷' 느낌이었다면 <저스티스 리그>에선 갑옷, 혹은 기계 슈트의 이미지가 영화 전체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금색의 사용을 줄여 포인트만 살리고, 근육이나 관절의 보호구를 연결해 만든 슈트란 느낌이 역력하다. 영화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플래시 코스튬의 어두운 톤과 달릴 때 생성되는 푸른 번개가 잘 어울린다.


아쿠아맨

국내에선 '난 거북이야, 이 멍청아' 패러디로 더 유명한 아쿠아맨. <저스티스 리그>의 아쿠아맨은 제이슨 모모아가 맡았는데, 캐스팅만으로도 가장 파격적이다. 원작의 금발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흑발 곱슬에 근육질과 수염으로 무장한 제이슨 모모아는 DCEU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예다. 

한때 아쿠아맨의 낮은 인기 요인을 비꼰 패러디 만화.

앨런 리차슨 in <스몰빌>

<스몰빌>에 등장한 아쿠아맨의 코스튬은 오묘하다. 10대 시절이니 썩 좋은 의상을 구할 수 없는 건 알겠지만, 원작 코믹스 디자인을 너무 잘 계승한 색감 덕분에 꼭 수영장 안전요원 같은 모습이다. 아쿠아맨의 포인트인 주황색과 초록색을 그대로 반영해 시대를 앞서간 래쉬가드남으로 보인다. 이후 아쿠아맨도 드라마화될 뻔했으나 취소됐다. 해당 드라마에선 코스튬이 따로 없으니 넘어가자.


제이슨 모모아 in <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 리그>의 아쿠아맨은 더이상 형광빛 코스튬을 입지 않는다. 솔직히 몸이 곧 코스튬이다. 역시 금색을 현저히 줄이고 주요 색상인 초록색도 암녹색으로 교체했다. 전신 타이즈에 가까웠던 코믹스의 묘사 대신 다양한 패턴을 넣어 질감을 보강했다. 주무기인 삼지창을 오지창으로 바꿨고, 귀족적이면서 촌스러운 초록색 장갑도 제거했다.


사이보그

<저스티스 리그> 포스터와 영상이 공개되면서 늘 화두에 오르는 건 사이보그다. 얼굴 일부분만 인간이고 나머지는 기계인 탓에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 그나마 영상에서는 후반작업이 더해지면서 좀 나아지고 있지만, 징그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편. 그동안 등장했던 실사판은 <스몰빌>(리 톰프슨 영, 왼쪽))이 유일하다. 이름만 빼면 닮은 구석 하나 없으니 진정한 사이보그는 <저스티스 리그>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코스튬'이라고 설명하기가 묘하니 이미지로 보자.

레이 피셔 in <저스티스 리그>

슈퍼맨

그렇다. 슈퍼맨이 나온다. <배대슈>를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설마 안 나오겠어?' 했다가, '진짜 안 나와?' 했더니 마침내 예고편에서 등장을 암시했다. 심지어 최근 진행한 중국 행사에서 헨리 카빌이 주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으니 비중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슈퍼히어로이자 상징적 존재인 슈퍼맨답게 코스튬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편이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커크 알린 in <슈퍼맨>(1948)
조지 리브스 in <슈퍼맨>(1952)

최초로 슈퍼맨을 맡은 건 1948년 <슈퍼맨>에 출연한 커크 알린, 본격적으로 슈퍼맨 그 자체가 된 배우는 1952년 <슈퍼맨> TV 드라마에 출연한 조지 리브스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가슴팍의 오각형 S 마크(슈퍼맨의 혈통인 엘 가문의 상징이다)와 삼각팬티, 그리고 망토는 거의 변화가 없다. 참고로 벤 애플렉은 <할리우드 랜드>에서 조지 리브스를 연기해 슈퍼맨 복장을 입은 바 있다. 데어 데블에 배트맨에 슈퍼맨까지 삼관왕이시다.

<할리우드 랜드>

크리스토퍼 리브 in <슈퍼맨>(1978)~<슈퍼맨 4 - 최강의 적>(1987)
브랜든 루스 in <수퍼맨 리턴즈>

미국인의 슈퍼맨이 조지 리브스라면 전 세계의 슈퍼맨은 크리스토퍼 리브라 할 수 있다. 1978년 <슈퍼맨>부터 총 네 편에서 슈퍼맨을 연기했다. 원색에 가까운 붉은색과 푸른색, 노란색으로 이뤄진 코스튬은 이후 <슈퍼맨 2>의 후계자임을 자처한 <수퍼맨 리턴즈>로 이어진다. 브랜든 루스가 출연한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의 코스튬 질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전체적인 색감의 톤을 낮추는 방향을 택했다.


톰 웰링 in <스몰빌>

10대 청소년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스몰빌>은 슈퍼맨 코스튬만 빼고 다양한 코스튬이 나온 드라마다. '슈퍼맨이 되는' 내용을 담기 때문에 막판에 가서야 슈퍼맨 코스튬이 나왔고, 참다 못한 팬들은 기존 코스튬에 톰 웰링의 얼굴을 합성하기도 했다. 클라크 켄트가 중간에 '블러'라는 영웅으로 활동할 때는 아예 검은색 코스튬 디자인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후 S 마크가 새겨진 빨간 점퍼와 청바지 패션을 선보였다.


헨리 카빌 in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맨 오브 스틸>에서 새롭게 슈퍼맨으로 발탁된 배우는 헨리 카빌. DCEU의 시작을 알리는 만큼 코스튬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삼각팬티를 벗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도 무겁고, 코스튬도 색감을 어둡게 해 전체적인 통일감을 줬다. 비슷한 시기에 코믹스에서도 팬티 디자인이 사라지고 있었기에 큰 탈 없이 디자인 변경에 성공했다. 팬티가 없어진 대신 S 마크가 커졌고, 필요에 따라 망토를 CG 처리한 것도 특징이다. 

탈착형 망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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