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자주 보이는 말, 작화란 무엇일까요?

작화(Animation Drawing) 원화와 동화가 합쳐진 말입니다. 원화(Key Animation)란, 캐릭터가 움직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의 그림을 말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그림이죠.

동화(inbetween)란 자연스러운 동작의 움직임을 위해 원화와 원화 사이에 넣는 그림들을 말합니다.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기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과는 구분됩니다.

원화(Key) 사이에 넣는 동화(inbetween)

그렇다면 '작화가 좋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애니메이션에서의 작화는 주로 '프레임의 퀄리티'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 때문에 3D는 작화가 아님에도 별다른 구분 없이 '3D 작화'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작화가 사용된 2D 애니메이션을 다뤘습니다.) 한 장 한 장 모인 그림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울수록 좋은 작화력이 되는 것이죠.

오늘은 작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7편을 소개합니다.


6만 장의 유화가 모였다

<러빙 빈센트>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그의 죽음은 자살이 맞을까요?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이 혹시 타살은 아닐까 하는 의혹에서 출발합니다.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감독은 프레임 작화 방식을 택해 반 고흐의 작법을 살린 6만 5천 장의 유화로 95분간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를 그릴 화가 107명을 선발했고, 제작 기간만 10년이 걸렸습니다. 고흐의 실제 그림을 바탕으로 배우가 연기를 했고, 영상 프레임마다 유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수려한 작화를 이루어낸 영화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100% 유화 페인팅 장편 애니메이션은 <러빙 빈센트>가 처음이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반 고흐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반 고흐의 새로운 일면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 씨네21 인터뷰
러빙 빈센트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출연 더글러스 부스, 제롬 플린, 시얼샤 로넌, 에이단 터너

개봉 2017 영국, 폴란드

상세보기

몽글몽글 귀여워!

너무 귀엽네요.......

<가구야공주 이야기>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할아버지가 대나무 숲에서 작은 아이를 발견합니다. 이 아이를 데려와 '가구야공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소중히 키웁니다. 공주가 자라나자 귀족 가문과의 결혼을 위해 교육을 시키죠.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재능으로 많은 구혼자들이 몰려오지만, 가구야는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자연에서 뛰놀고 싶을 뿐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2D를 고수하기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간 봐온 지브리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부드러운 작화 애니메이션입니다. <추억은 방울방울>(1991), TV시리즈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 <빨강머리 앤>(1979) 등의 작품을 연출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30분짜리 그림 콘티를 완성시키는 데 5년이 걸렸을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가구야공주의 기분에 따라 수묵화 같은 그림체가 굵어지기도 얇아지기도 하는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가구야공주 이야기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출연 아사쿠라 아키, 코라 켄고

개봉 2013 일본

상세보기

안시 페스티벌 수상한 국내작

<마리 이야기>
감독
이성강 작화감독 김문희
열두 살의 소년 둘은 우연히 문구점에서 빛이 나는 이상한 구슬을 발견합니다. 이 구슬은 마리가 있는 환상의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장소들을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는 국내 최초로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했습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3D로 구조를 잡은 뒤 2D 작화로 하나하나 수정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경주의 감포 해변, 백련사 근처 주택과 같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그렸습니다.

제작 방식도 독특한데요.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위해 배우들의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습니다. 그 후 목소리 싱크에 맞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뒤, 새로 녹음한 목소리를 입히는 로코스코핑 애니메이션을 택했습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4년이 걸렸고 35명의 애니메이터가 모인 만큼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빼곡합니다.

마리 이야기

감독 이성강

출연 이병헌, 공형진, 안성기, 배종옥, 나문희, 장항선, 류덕환, 성인규, 이나리

개봉 2001 대한민국

상세보기

과거엔 모두 수작업?

물방울 하나하나 모두 수작업!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아기돼지 삼형제>(1933>, <미키와 콩나무>,(1947),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 <신데렐라>(1950),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 등 초기 디즈니는 일일이 밑그림을 그리는 작화 방식이었습니다. 살아있는 것 같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실제 배우의 연기를 스케치했습니다
.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선 화려한 왕실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어린이 책 삽화가로 유명한 케이 닐슨과 화가 얀 반 에이크가 합류했습니다. 총 6년이 걸렸고 당시 그린 밑그림만 이전 작품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인어공주>(1989)의 경우 바다에 살고 있는 에리얼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배우 쉐리 스토너가 수조 속에 들어가 연기를 펼쳤죠. <인어공주>를 끝으로 이후에 제작된 작품들은 모두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했으며 후에 <공주와 개구리>(2010)와 같이 과거의 느낌을 살린 수작업 작화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배우를 동시에 스케치한 초기 디즈니
신데렐라

감독 윌프레드 잭슨, 해밀턴 러스크, 클라이드 제로니미

출연 아이린 우즈, 엘레너 오들리, 베라 펠톤, 헬렌 스탠리, 루이스 밴 루튼, 돈 바클레이, 클레어 두브레이, 로다 윌리엄스, 제임스 맥도널드

개봉 1950 미국

상세보기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감독 클라이드 제로니미

출연 메리 코스타, 함수정, 빌 셜리, 김일

개봉 1959 미국

상세보기

고전미가 느껴지는 수작

스크린 속 자크 타티의 영화

<일루셔니스트>
감독 실뱅 쇼메
노인은 프랑스에서 공연을 하는 마법사 일루셔니스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자신을 받아줄 새로운 공연장을 찾아 스코틀랜드로 떠납니다. 우연히 여관에서 만난 소녀 앨리스. 언어가 달라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일루셔니스트의 따뜻한 관심을 받은 앨리스는 그를 따라다닙니다. 둘의 관계가 사랑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사는 최소화한 채 행동으로 캐릭터들의 감정 묘사에 집중합니다.

잊혀가는 것에 대한 서글픔의 정서를 담고 있는 <일루셔니스트>는 섬세하고 낭만적인 작화를 자랑합니다. <윌로씨의 휴가>(1953), <플레이타임>(1967)으로 유명한 자크 타티의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했으며 <벨빌의 세쌍둥이>(2003)를 연출한 실뱅 쇼메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일루셔니스트가 극장에 들어갈 때 타티의 영화가 상영되는 깜짝 장면도 엿볼 수 있죠.

일루셔니스트

감독 실뱅 쇼메

출연 장-클로드 돈다, 에일리 란킨, 던컨 맥닐

개봉 2010 영국, 프랑스

상세보기


11년을 달려온 '꿈'

<소중한 날의 꿈>
감독 안재훈, 한혜진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까지 11년의 세월이 걸렸고 연필로 직접 그린 10만 장의 종이가 사용됐습니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초청작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1970년대 순진하고 소박한 성격의 이랑, 전학생 수민, 과학자를 꿈꾸는 철수 등 세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룹니다. 

손석희 앵커, 박혜진 아나운서, 차범근 전 축구감독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친근감을 불어 넣습니다. 화려한 CG 기술 없이 다채로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부부이자 공동 연출자인 안재훈, 한혜진의 힘입니다. 안재훈은 <소중한 날의 꿈>을 시작으로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까지 문학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어갑니다. 

소중한 날의 꿈

감독 안재훈, 한혜진

출연 박신혜, 송창의, 오연서, 서주애, 전혜영, 김국빈

개봉 2011 대한민국

상세보기

비를 정복한 신카이 마코토

<언어의 정원>
감독 신카이 마코토 작화감독 츠키야 켄이치
익히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밀한 작화력은 <언어의 정원>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비 오는 날이면 학교에 가지 않고 공원 정자에서 그림을 그리곤 하는 남학생은 어느 날 홀로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여자를 만납니다. 계속해서 비는 둘의 만남을 이어줍니다. 남학생은 여자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게 되는데 사실 이 여자는 남학생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입니다.

무엇보다 비가 오는 풍경이 뛰어나고 아름답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호수의 모습, 물 웅덩이에 빗물이 튕기는 모습, 사선으로 떨어지는 비를 맞는 우산, 보슬비와 가랑비 등 수많은 비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비의 장면이라고 감히 꼽고 싶습니다.

언어의 정원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개봉 2013 일본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