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는 원래 이 글을 지난주 수능일 전날에 완성하고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수능이 일주일 미뤄졌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죠. 올해의 수험생들은 전례없는 수능일 연기로 영화보다 더한 반전의 일주일을 겪었을 것입니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수험생들은 대피소에서도 막바지 수험 공부를 하고, 전국의 수험생들은 버린 문제집을 다시 찾으러 가는 안타까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갑작스레 미뤄진 수능 때문에 멘탈이 탈탈 털린 수험생 막내 동생을 보고 있자니 에디터도 수험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돌아가라 그러면 절~대 돌아가지 못할 그때를 떠올리며 수험생이라면 폭풍 공감할 영화 속 장면들을 모았습니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지금 수험생들이 바라는 건 바로 응원의 한 마디와 수능 대박일 것입니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수험생 맞춤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공부와 담쌓은 전교 꼴찌 사아카가 자신을 믿어주는 입시 학원 선생 츠보타를 만나 게이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마음잡고 공부하는 이야기입니다. 애초부터 그녀를 포기한 담임 선생님, 남동생의 성공에만 관심 있는 아버지에게 사아카의 꿈은 쉽게 무시당하죠. 하지만 엄마와 츠보타 선생은 그녀의 공부를 응원합니다.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요.

전교 꼴찌가 게이오 대학에 들어간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영화는 수험생이 겪는 여러 가지 고충을 꽤 충실하게 담았습니다. 일기장이나 각종 스터디 플래너에 이런 문구 한 번 안 써봤을 수험생이 얼마나 될까요?(ㅠㅠ)

수능날은 정말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서먹하고 무뚝뚝했던 가족들과도 괜히 서로 애틋해지고 그럽니다. 사아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 날 폭설이 내려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평소 딸에게 무관심했던 아빠는 미리 미끄럼 방지용 타이어로 교체해둡니다. 딸을 시험장에 데려다주기 위해서요. 부녀는 차를 타고 가며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풀게 되죠. 주변에 수험생 지인이 있다면, 이날만큼은 결과에 상관없이 잘했다고 토닥여주시길!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개봉 2015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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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지니어스>

장학금을 받고 상류층의 명문 학교에 입학한 천재 소녀 린. 처음엔 성적 때문에 연극부에 못 들어가는 친구를 도와주고자 시작한 컨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돈을 받고 자신의 답안지를 공유해주는 컨닝 비즈니스를 펼칩니다. 미국 대학 입학시험인 STIC 답안지를 공유하기 위해 원정까지 떠나게 되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수능날은 컨닝 작전을 하지 않아도 긴장감으로 입이 바싹바싹 마르게 합니다. 특히 에디터는 듣기 평가 시간에 "딴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자꾸 나서 초조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능 금지곡도 절대 들으면 안 됩니다. 듣기 평가 시간에 큰일나요.  

이들의 부정행위를 응원하고, 대리만족하게 되는 건 부정한 교육 시스템에 일침을 날리는 통쾌한 장면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 학교, 시험만 잘 보면 뭐든 오케이인 학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라 "대학이 우리를 고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대학을 골라야 합니다"라 외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고 통쾌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점수에 맞는 원서 쓸 때가 되면 또 한번 자괴감에 휩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위축되지 말고, 대학이 우리를 고르게 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로를 선택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대학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배드 지니어스

감독 나타우트 폰피리야

출연 에이샤 호수완, 티라돈 수파펀핀요,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개봉 2017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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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셉티드>

지원했던 8개의 대학에서 모조리 불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수능 앞두고 초 치는 이야기라고요? 수시 지원했는데 모조리 다 떨어져본 학생이라면, 혹은 재수생이었다면 저 망연자실한 표정이 남일 같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마지막 기회인 이번 수능까지 망칠까 더욱 초조해지죠.

지구 반대편 나라의 대화라기엔 너무나 익숙한 레퍼토리입니다. 성공하고 싶으면, 행복하고 싶으면, 친구 사귀고 싶으면 대학부터 가라는 꽉 막힌 아빠에게 대학교 떨어졌다고 선언하는 주인공. 우리같이 평범한 학생이라면 재수 학원을 등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가짜 대학을 세웁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이 학교가 진짜 학교인 줄 알고 입학 신청까지 합니다. 신입생 될 생각에 꿈에 부푼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대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억셉티드

감독 스티브 핑크

출연 저스틴 롱, 애덤 허쉬만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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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6>

꼴등을 다투는 사고뭉치 고3 남학생 관민록과 소백지는 절친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각각 짝사랑하는 같은 반 여자친구와 사귀는 것! 민록은 여러 작전 끝에 좋아하던 심예에게 마음을 전하고, 사귀게 되는데요. 같은 대학교에 가면 불꽃놀이를 보자고 약속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었죠. 바로 심예는 공부를 잘하고, 민록은 꼴찌였던 것! 공부에 관심 없던 민록은 대입 시험을 100일 앞두고 열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심예는 타이베이 대학교에 합격하고, 민록은 턱걸이로 집 근처 대학에 겨우 붙죠.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두 사람. 주말만 되면 매일같이 그녀를 만나러 가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한계에 부딪힙니다. 일상이 달라지고, 삶의 가치, 꿈의 크기도 달라졌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서로의 곁에 함께 있지 못했죠.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멀어집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만난 연인이 있다면 겪을 법한 공감가는 스토리죠.

수능 시험이 끝나면 세상 후련하다가도 문득 거의 24시간 함께했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카페 6>는 10대의 마지막, 고3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엔 SNS가 있다고는 하지만, 각자 합격한 대학으로 흩어지면 같이 급식 먹고 매점 가고 장난치고 노는 일상은 더 이상 없습니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되죠.

카페 6

감독 오자운

출연 동자건, 안탁령, 임백굉, 오양니니

개봉 2016 대만,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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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 <스물>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쯤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 중일 텐데요. 대학 강의 들으면서 썸도 타고(현실은 조별 과제 잔혹사지만), 알바 해서 용돈도 모아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현실은 진상 손님), 각종 MT에서 술도 마시고, 클럽과 술집에 당당히 들어가는 스물을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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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감독 이병헌

출연 김우빈, 준호, 강하늘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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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불안감까지 안고 수험장으로 향하게 될 올해의 수험생들은 다른 때보다 더욱 마음이 무겁게 느껴질 텐데요. 미뤄진 수능이 마지막 역전의 기회가 되길 바라며, 준비한 만큼 후회 없이 문제 풀고 찍은 문제도 다 맞아서, 수능 대박 나길 기원합니다. 파이팅!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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