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지니어스>의 주연 배우 이름은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다. 잉? 뭐라고? 다시 한번.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이름이 너무 길다. 외우는 건 포기다. 15살에 데뷔한 모델 출신의 이 배우는 태국 국적이다. 그러니까 이 낯설고 긴 이름의 배우가 출연한 <배드 지니어스>는 태국에서 온 영화다.

- 배드 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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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타우트 폰피리야
출연 에이샤 호수완, 티라돈 수파펀핀요,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개봉 2017 태국
천재들이 주도한 기막힌 ‘컨닝’ 이야기를 담은 <배드 지니어스>는 감각적인 편집과 쫄깃한 긴장감을 만드는 연출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우리가 주로 봤던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영화와 비교해도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다.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 <배드 지니어스>를 계기로 또 눈여겨 볼 만한 아시아 영화들을 찾아봤다. 주로 예전에 개봉했던 영화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챙겨봐도 좋겠다.
태국 / 셔터 (2004)
태국 영화 <배드 지니어스>로 문을 열었으니 태국산 공포영화 <셔터>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이미 국내 호러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무섭기로 유명한 영화다. <셔터>는 제목처럼 사진에서 귀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심령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다소 공포영화 특유의 관습적인 연출을 보여주지만 각 장면이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 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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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
출연 아난다 에버링햄, 나타위라눗 통미, 아치타 시카마나, 운노프 찬파이불
개봉 2004 태국
또 없나요?
태국의 가장 유명한 감독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다.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엉클 분미>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 엉클 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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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출연 사크다 카에부아디, 제니이라 퐁파스, 타나팟 사이사이마르, 낫사칸 아파이원크
개봉 2010 스페인, 태국, 독일, 영국, 프랑스
베트남 / 하얀 아오자이 (2006)
태국과 가까운 베트남으로 가보자.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는 많다. 베트남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자국 영화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개봉한 영화 가운데 베트남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영화로 <하얀 아오자이>를 추천한다. 2006년 제작된 영화지만 국내에는 2010년 개봉했다.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시대를 살았던 베트남 여성의 애환을 보여준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전통 의상이다. <하얀 아오자이>는 2006년 당시 베트남 역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 하얀 아오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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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후인 루
출연 트룽 응옥 안, 응우옌 꾸옥 카인
개봉 2006 베트남
또 없나요?
베트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긴 하다. 1994년 개봉한 <그린 파파야 향기>다. 30대 이상이라면 이 영화를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같은 감독의 1996년 개봉작 <씨클로>도 있다. 라디오헤드의 'Creep'이 삽입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그린 파파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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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트란 안 훙
출연 트란 누 엔 케, 만 상 루
개봉 1993 프랑스, 베트남

- 씨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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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트란 안 훙
출연 레 반 록, 양조위, 트란 누 엔 케
개봉 1995 베트남, 프랑스
싱가포르 / 일로 일로 (2013)
중국, 일본 이외의 아시아 국가에서 제작한 영화는 주로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온 <일로 일로> 역시 2013년 부산에서 화제가 된 영화다.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와 사는 어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일로 일로>는 1990년대 아시아금융 위기를 맞은 싱가포르의 풍경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2013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안소니 첸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만든 데뷔작이다. ▶N스토어에서 보기

- 일로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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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소니 첸
출연 앤젤리 바야니, 여얀얀, 진천문, 코 지아렐
개봉 2013 싱가포르
또 없나요?
에릭 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2005)를 보며 눈물을 흘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 영화의 감동은 꽤 묵직하다.

- 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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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릭 쿠
출연 테레사 첸, 싯 켕 유, 치우 성 칭, 에잔 리
개봉 2005 싱가포르
필리핀 / 온더잡 (2013)
<온더잡>은 필리핀 액션 누아르 영화다. 누아르라고 하면 자연스레 차가운 공기의 밤이 떠오른다. 아열대 기후의 필리핀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온더잡>은 의외로 볼 만하다. 국내판 포스터에는 “<무간도>와 <신세계>를 잇는다”고 쓰여 있다. 복역 중에 암살 지령을 받은 2명의 범죄자와 이에 맞서는 경찰이 주인공이다. 사실 진짜 주인공은 부패한 정부 관료라고 할 수 있다. ▶N스토어에서 보기
- 온더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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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릭 마티
출연 피올로 파스쿠알, 조엘 토레, 제랄드 앤더슨, 조이 마르케스, 엔젤 아퀴노
개봉 2013 필리핀
또 없나요?
필리핀 영화를 얘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거장 라브 디아즈 감독의 <멜랑콜리아>(2008)를 추천한다. 참고로 러닝타임은 무려 480분이다.

- 멜랑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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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브 디아즈
출연 라울 아렐라노, 앤젤리 바야니, 솔리만 크루즈, 페리 다이즌, 단트 페레즈, 로더
개봉 2008 필리핀
인도네시아 / <레이드: 첫번째 습격> (2011)
액션영화를 좋아하는데 <레이드: 첫번째 습격>을 아직 안 봤다면, 축하한다. 엄청난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아직 남겨뒀다는 얘기니까. 가렛 에반스 감독의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 첫번째 습격>은 공개 당시 전 세계 액션 팬들을 열광시킨 수작이다. 낡은 30층 아파트에 투입된 20명의 SWAT팀의 액션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N스토어에서 보기

- 레이드 : 첫번째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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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렛 에반스
출연 이코 우웨이스, 야얀 루히안
개봉 2011 인도네시아
또 없나요?
살짝 국적을 갈아타보자.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2013)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영화는 아니지만 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의 학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영화다.

- 액트 오브 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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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크리스틴 신
출연 안와르 콩고
개봉 2013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인도 / <세 얼간이> (2009)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인도 영화는 <세 얼간이>가 아닐까. <세 얼간이>는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로 화제가 된 뒤 국내에 2011년 정식 개봉한 걸로도 유명한 영화다. 춤추고 노래하는 발리우드 정통 영화와는 살짝 다른 느낌의 <세 얼간이>는 명문대의 천재들이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한 유쾌한 여정을 그린다. “알 이즈 웰”(All is well).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대사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N스토어에서 보기

- 세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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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 카리나 카푸르, 마드하반, 셔먼 조쉬, 보만 이라니, 오미 베이디아
개봉 2009 인도
또 없나요?
<세 얼간이>의 주인공 아미르 칸이 출연하는 <지상의 별처럼>(2007)과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는 어떨까.

- 지상의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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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미르 칸, 아몰 굽테
출연 다실 사페리, 아미르 칸
개봉 2007 인도

-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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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 산제이 더트, 아누쉬카 샤르마
개봉 2014 인도
이란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이란은 아시아 영화의 강국이다. 지난해 생을 달리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필두로 자파르 파나히, 마지드 마지디, 바흐만 고바디,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많다. 여기 빠질 수 없는 감독이 아스가르 파르하디다. 그가 연출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온갖 질문을 던진다. 가족, 계급, 이혼, 종교, 정의, 젠더까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흔히 생각하는 이란의 지루한 예술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부담 없이 보다보면 마지막에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N스토어에서 보기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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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샤하브 호세이니, 레이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레 바이아트
개봉 2011 이란
또 없나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의 카피하다>를 추천한다. 이란 감독이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 영국 배우 윌리엄 쉬멜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다.

- 사랑을 카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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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쉬멜
개봉 2010 프랑스, 이탈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 와즈다 (2012)
“이 영화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와즈다>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종교 율법을 따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너무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서 부담스러운 거 아니냐고? 절대. 10살 소녀 와즈다의 유쾌한 반란은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와즈다>의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다. 또 <와즈다>는 사우디 현지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N스토어에서 보기

- 와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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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출연 와드 모하메드, 림 압둘라
개봉 2012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또 없나요?
없다. <와즈다>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