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는 10인의 영화감독의 새로운 단편영화를 선보이고,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에 대한 평가를 패널들이 공유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반 대중들에겐 다소 낯선 단편영화를 TV로 만날 수 있다는 점으로 소소한 화제를 이끌어내고 있다. <전체관람가>에 출연하는 감독들과 대표작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이명세

M (2007)
형사 Duelist (2005)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지독한 사랑 (1996)
남자는 괴로워 (1995)
나의 사랑 나의 신부 (1990)
개그맨 (1988)

스타일리스트. 이명세를 따라다니는 수식이다. 1988년 음울한 코미디 <개그맨>을 내놓으며 데뷔한 그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등으로 비주얼과 재미를 동시에 보장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활약했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형사와 그의 수사망을 번번이 빠져나가는 냉혈한 킬러를 그린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그 정점이었다. 한국 액션영화의 금자탑이라 할 만한 이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가 움직임을 찍는다는 정체성을 새삼 대중에게 깨닫게 해줬다. 이후 발표한 <형사 Duelist>, <M>은 서사보다 비주얼에 큰 무게가 실린 티가 역력했다. <전체관람가>에서 유인영과 작업한 단편 <그대 없인 못살아>는 그의 연출관이 여전히 이미지가 우선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감독 이명세

출연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개봉 199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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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조작된 도시 (2017)
웰컴 투 동막골 (2005)

박광현은 본래 CF감독이었다. 2000년대 초 맥도날드, 교보생명 등의 광고가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를 만들 때도 감각은 여전했다. 장진 감독의 연극을 영화로 옮긴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전쟁이 배경이지만, 참상에 집중하기보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에 집중하며, 한국영화계에 전에 없던 동화적인 터치를 뽐냈다. 전쟁이 없는 분단영화라는 초현실적인 낙관과 군데군데 터지는 귀여운 설정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두루 사로잡아 64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데뷔작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박광현의 두 번째 영화는 오래도록 미뤄졌다. 그리고 근 12년이 지난 올해 초 야심차게 준비한 액션영화 <조작된 도시>가 개봉돼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전체관람가>에선 <조작된 도시>에서 악역을 맡았던 오정세를 '완벽하지 않은 히어로'로 캐스팅 해 <거미맨>을 내놓았다.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임에도 스태프 70명, 보조출연자 200명과 함께 어디에도 없던 푸근한 히어로영화를 완성했다.

웰컴 투 동막골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출연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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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대립군 (2017)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2008)
좋지 아니한가 (2007)
말아톤 (2005)

학부 졸업작 <기념 촬영>으로 극찬 받았던 정윤철은 장편 데뷔작 <말아톤>부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체장애를 앓는 사내가 마라톤을 완주한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는, 단정하게 다듬어진 드라마로 자칫 과한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했다. 500만 관객이 초원이의 도전을 응원했다. 두 번째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감독의 취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영화 속 전기밥통처럼 금방이라고 폭발할 듯 위태로운 가정을 들여다보며 '가족'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녹여 냈다. 울기도 웃지도 못할 오묘한 페이소스가 일품이었는데, 대중의 반응은 영 싸늘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놓은 황정민-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역시 결과가 아쉬웠다. 올해 초엔 9년 만신작 <대립군>을 발표했다. '전체관람가' 프로젝트의 시작점을 끊은 <아빠의 검>은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과 병든 아버지의 이야기다. '가족'과 '판타지'의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초기작 <말아톤>과 <좋지 아니한가>의 화법떠올리게 한다.

좋지 아니한가
좋지 아니한가

감독 정윤철

출연 천호진, 문희경, 김혜수, 유아인, 황보라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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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

마담 뺑덕 (2014)
헨젤과 그레텔 (2007)
남극일기 (2005)

임필성 감독 역시 독립영화계 스타 중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그의 첫 장편 <남극일기>를 기다렸다. 송강호, 유지태, 박희순 등의 출연진, 봉준호와 이해준 등 시나리오깨나 쓰기로 유명한 두 감독과 함께 작업한 각본 등 기대요소가 다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남극을 탐험하다가 무언가에 미쳐버리고 만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명확히 설명할 도리가 없는 그들의 광기를 드러내고자 한 방향에 호불호가 갈렸다. 판타지에 도전한 <헨젤과 그레텔>은 잔혹동화 같은 공간을 구축한 미술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큰 화제를 끌어내진 못했다. 파격적인 시도로 고전 뒤집기를 시도한 <마담 뺑덕> 역시 시장에서 실패했다. 세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도연과 함께 한 단편 <보금자리> 역시 스릴러다. 하우스푸어를 소재로 삼아 스릴러의 긴장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꾀했다.

남극일기
남극일기

감독 임필성

출연 송강호, 유지태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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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비밀은 없다 (2016)
미쓰 홍당무 (2008)

<미쓰 홍당무>의 주인공 양미숙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독특한 여성 캐릭터라 부를 만하다. 이름처럼 얼굴이 툭 하면 빨개지는 그녀는 시기, 질투, 열등감을 휘감은 채 자기만큼이나 기괴한 주변 사람들을 들쑤시고 다닌다.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에서 이경미는 더 앞으로 나아갔다. 정치 스릴러로 보이던 영화는 세상 어디에서 보지 못했던 별의별 설정들을 더하며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진한다. 파격적인 화법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그 종착점은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엄마가 딸이 자신을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결론이다. 지극히 보편적이지만 거기서 오는 감흥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공효진과 손예진에 이어, 이경미 감독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단편에서 이영애에게서 끌어낼 여자의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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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상의원 (2014)
남자사용설명서 (2012)

<남자사용설명서>는 귀엽다. 우유부단하며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아온 주인공 보나는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정체불명의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하고 거기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한다. 자기를 하대하던 한류스타가 들러붙게 되고 거기서 로맨틱코미디의 강점이 발산된다. 아쉬운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영화 내에선 좋은 결과물을 만나기 어려웠던 로맨틱코미디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았다. 이원석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상의원>은 사극이다. 왕실의 옷을 만드는 인물들의 대결을 그렸다. 캐릭터의 갈등보단 한복의 아름다움이 먼저 보였다. <전체관람가>에선 김보성, 이동준 등 왕년의 액션배우를 기용해 '노래방 뮤지컬' <랄라랜드>를 만들어 여전한 위트를 뽐냈다.

남자사용설명서
남자사용설명서

감독 이원석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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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만대

덫: 치명적인 유혹 (2014)
아티스트 봉만대 (2013)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2012)
신데렐라 (2006)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2003)

봉만대 감독과 '19금'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에로비디오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용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발표하면서 양지로 올라왔다. 화려한 입담으로 에로틱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정체성을 보란 듯 드러내며 얼굴도 알렸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의외로' 다채롭다.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여러 에로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도 호러 <신데렐라>, 코미디 <아티스트 봉만대> 등을 만들며 장르의 틀에 구애받지 않는 행보를 보여줬다. 재작년 개봉한 <덫: 치명적인 유혹>은 봉만대 영화의 종합이라 할 만하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산골 민박집을 찾은 작가가 그곳에서 만난 소녀에게 매혹되는 이야기는, 페티시를 자극하는 관능과 낯선 곳에서 들이닥치는 공포를 한데 담았다. 봉만대가 만든 '전체관람가' 영화, 임하룡을 버림받는 아버지 역으로 캐스팅한 <양양>은 절절한 가족드라마였다. 

덫: 치명적인 유혹
덫: 치명적인 유혹

감독 봉만대

출연 유하준, 정슬기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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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감독

치명도수: RESET (2016)
계춘할망 (2016)
표적 (2014)
고사: 피의 중간고사 (2008)

창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다.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서 뮤직비디오로 먼저 경력을 쌓았다고. 단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뮤직비디오 감독의 장기는, 그의 첫 영화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호러=여름영화'라는 등식의 마지막 수혜를 누린 이유일지도 모른다. 공포영화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호흡보다는 순간순간 무서운 순간을 각인시키면 상대적으로 쉽게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창감독은 호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액션 <표적>과 (중국에서 만든) <치명도수: RESET>뿐만 아니라, 가족 드라마 <계춘할망>까지 내놓으며 연출에 대한 신뢰도를 다져가고 있다. <계춘할망>의 단정한 서사 속 윤여정의 나른한 얼굴이 주는 힘이 대단했다. 최근 <전체관람가>에서 공개한 <숲속의 아이>는 국산 호러의 오랜 소재였던 구미호를 빌어와 기존의 이미지를 거스르고 드라마에 집중했다.


계춘할망
계춘할망

감독 창감독

출연 윤여정, 김고은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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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익준

똥파리 (2008)

감독보단 배우로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2002년 <품행제로>의 단역으로 활동을 시작한 양익준은 독립영화계로 영역을 옮겨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하며 한국 독립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얼굴로 자리잡았다. 연출을 병행한 건 2005년 단편 <바라만 본다>를 만들면서부터다. 꾸준히 단편들을 만들던 그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망가진 삶을 사는 사내가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 <똥파리>를 완성했다. 소위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영화'로 불리며 많은 관객들을 만났고, 2000년대 독립영화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언급된다. 현재는 TV, 상업영화, 일본영화 등을 부지런히 오가며 배우의 커리어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똥파리
똥파리

감독 양익준

출연 양익준, 김꽃비, 이환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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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멸
    
인어전설 (2016)
눈꺼풀 (2015)
하늘의 황금마차 (2014)
지슬 (2012)
이어도 (2011)
뽕똘 (2009)
어이그 저 귓것 (2009)

베일에 감춰졌던 마지막 열 번째 감독이 공개됐다. 바로 오멸이다. MC 문소리가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제주도에 찾아갔다는 후문.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오멸 감독은 데뷔 이래 줄곧 그곳에서 영화를 만들어왔다. <어이그 저 귓것>, <뽕똘> 등 유쾌한 분위기 아래 음악과 영화에 취해 사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2011년  연출한 <이어도> 속 흑백으로 찍힌 제주도는 폐허처럼 보였다. 제주 4.3항쟁에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터치가 강했던 <이어도>와 달리, 그 이듬해 발표한 <지슬: 끝나지 않는 세월2>는 보다 간명하게 학살의 참혹함을 전달했다. 역사에 대한 신중한 시선에 평단, 대중 모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후에도 <하늘의 황금마차>, <눈꺼풀>, <인어전설> 등 제주도를 향한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전체관람가>에서 선보인 <파미르>는 몽골 로케이션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사연을 그렸다.

지슬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감독 오멸

출연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박순동, 성민철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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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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