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베스트 순위를 쏟아내고 있다. ‘플레이리스트’(the PLAYLIST)라는 해외 매체에서는 ‘2017 최고의 액션 시퀀스’를 선정했다. 이 리스트는 한국 감독이 만든 두 편의 영화를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액션 장르 팬들이 보면 다소 낯선 영화가 있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이 순위는 플레이리스트의 필자들이 개인적인 기준을 갖고 선정했기 때문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영화의 액션 시퀀스를 보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15위 
<스파이더맨: 홈커밍> 워싱턴 기념탑

<스파이더맨: 홈커밍>

위싱턴 기념탑은 위싱턴 D.C.에 있다. 높이는 170미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이 탑에 오른다.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다. 탑의 꼭대기에 오른 스파이더맨은 “이 정도 높이는 처음”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아직 성장 중인 스파이더맨의 다소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서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서스펜스가 잘 녹아 있다. 이 시퀀스에서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맨과 리즈(로라 해이어)의 대화 장면이 있다. 이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키스 신의 패러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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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위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VS. 헐크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의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헐크(마크 러팔로)의 대결 시퀀스가 14위다. 사카아르 행성의 검투사가 된 토르는 잔뜩 긴장한 채 대결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등장한 챔피언은 다름 아닌 헐크였다. 토르는 “예~스”를 외친다. 그러면서 “직장 동료”라는 말도 한다. 이 말에 헐크는 “배너는 없다. 헐크만 있다”면서 달려들고 두 영웅의 대결이 시작된다. 액션 자체도 볼 만했지만 역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이 일품인 장면이었다. 헐크가 로키(톰 히들스턴)를 패대기치던 <어벤저스>의 장면이 패러디되기도 했다.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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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
<콩: 스컬 아일랜드> 가스 마스크 어택

<콩: 스컬 아일랜드>

<콩: 스컬 아일랜드>의 등장인물들이 거대 파충류인 ‘스컬 크롤러’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13위에 올랐다. 플레이리스트는 ‘가스 마스크 어택’이란 말로 이 장면을 소개했다. 제임스 콘라드(톰 히들스턴)가 방독면을 쓰고 행크 말로우(존 C. 라일리)에게 건네 받은 사무라이 칼을 들고 작은 익룡들을 처리하는 장면은 꽤 근사하다.

콩: 스컬 아일랜드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출연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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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로건> 숲속 전투

<로건>

<로건>의 후반부, 뮤턴트 아이들을 쫓는 용병들과 뒤늦게 아이들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로건/울버린(휴 잭맨)의 전투가 시작된다. R등급 슈퍼 히어로영화 <로건>은 초반부터 로라/X-23(다프네 킨)의 꽤 잔인한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숲속 전투 역시 잔인하고 또한 처절하다. <로건>의 클라이맥스이자 ‘마지막’으로 손색 없는 액션 시퀀스였다. 에디터의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12위라는 순위는 너무 낮아 보인다.

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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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위 
<윈드 리버> 스탠드 오프 & 총격전

<윈드 리버>

스탠드 오프(Stand Off)는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윈드 리버>에서는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이 지휘하는 지역 경찰 그룹과 살인 용의자가 근무하는 산 속 깊은 곳의 공사장 경비원 그룹이 총구를 마주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연상되기도 한다.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는 긴장감이 매우 유사하다. 사실 <윈드 리버>의 감독이자 각본가인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각본가로 더 유명하다. 테일러 쉐리던은 직접 <윈드 리버>의 연출을 맡으며 ‘미국 국경 3부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 리버>를 완성했다.

윈드 리버

감독 테일러 쉐리던

출연 엘리자베스 올슨, 제레미 레너

개봉 2016 미국, 영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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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아토믹 블론드> 동베를린 탈출

<아토믹 블론드>

<아토믹 블론드>에 대한 아쉬움이 많지만 액션 시퀀스만큼은 볼 만했다. 특히 후반부 계단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총격전부터 육탄전까지 실제와 유사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마치 롱테이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혹은 교묘하게 이어 붙인 장면이다. 롱테이크가 아니라도 이 정도 액션이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 1980년대 음악을 배경으로 로레인(샤를리즈 테론)과 스파이글래스(에디 마산)가 동베를린을 탈출하려는 자동차 시퀀스도 액션영화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아토믹 블론드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샤를리즈 테론, 제임스 맥어보이, 소피아 부텔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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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원더 우먼> 1차 세계대전 전투

<원더 우먼>

쏟아지는 총알을 막아내는 원더 우먼(갤 가돗). 기관총의 총탄도 그녀의 방패를 뚫지 못한다. “어떤 남자도 지나가지 못했다”는 난공불락의 독일군 진지는 원더 우먼이 나서면서 격파됐다. 이 시퀀스는 액션 자체로 어마어마하게 뛰어나다기보다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처음 등장했던 사진을 찍게 된 전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원더 우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등장하는 사진.
원더 우먼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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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혹성탈출: 종의 전쟁> 유인원 탈출

<혹성탈출: 종의 전쟁>

플레이리스트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유인원 탈출 시퀀스를 스티브 맥퀸 주연의 <대탈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심지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십계>를 연상시킨다고 썼다. 다소 과장된 수사일 수도 있겠지만 이 시퀀스는 매우 다채로운 장면을 담고 있기는 하다. 언급했던 영화들의 특징적인 분위기가 녹아있기도 하다. 완벽하게 비슷하지는 않지만 특징을 잘 캐치한 성대모사 느낌이라고 할까.

혹성탈출: 종의 전쟁

감독 맷 리브스

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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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존 윅: 리로드> 박물관 배틀

<존 윅: 리로드>

10위 <아토믹 블론드>의 감독 데이빗 레이치와 <존 윅: 리로드>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존 윅>의 공동 연출자였다. 데이빗 레이치가 <존 윅: 리로드>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어쨋든 두 사람은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이는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단순히 우열을 가리자면 <존 윅: 리로드>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의 승리다. ‘건푸’(건파이터+쿵푸)라는 말을 만들어낸 <존 윅> 시리즈 특유의 액션은 언제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존 윅 - 리로드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키아누 리브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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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악녀> 오토바이 격투

<악녀>

정병길 감독의 <악녀>가 6위에 올랐다. 초반 1인칭 시점의 액션으로 시작한 <악녀>는 액션 시퀀스로만 따지만 월드클래스 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이리스트는 모든 할리우드의 무술감독들이 이 장면을 매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연구해야 한다고 썼다. 참고로 정병길 감독은 서울액션스쿨의 스턴트맨 출신이다. <존 윅: 리로드>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역시 <매트릭스>의 스턴트맨 출신이다.

악녀

감독 정병길

출연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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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마더!> 후반부

<마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마더!>는 분명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액션 신이 등장한다. 영화의 후반부, 평화롭던 부부의 집이 어느샌가 전쟁터처럼 변해버린다. '전쟁터처럼'이라고 썼지만 실제로 스크린에서는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터진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한 명, 두 명 늘어나는 수상한 이들의 방문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관객도 몰랐을 확률이 높다. 어쨌든 액션 영화가 아닌 <마더!>에는 훌륭한 액션 시퀀스가 존재한다.

마더!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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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노크와의 대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이 순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듯하다. <스타워즈>의 오랜 팬들은 대체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 스노크(앤디 서키스)와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레이(데이지 리들리)의 라이트세이버 대결 시퀀스도 그들에겐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쨌든 플레이리스트는 이 액션을 4위에 올렸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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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덩케르크> 스핏파이어 공중전

<덩케르크>

카체이싱이 그렇듯 공중전 역시 액션 시퀀스로 분류할 수 있다. <덩케르크>의 공중전이 3위에 올랐다. 특히 <덩케르크>의 공중전이 볼 만한 건 실제 영국군의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활용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에디터의 경우 용산의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볼 때 묘하게 멀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스핏 파이어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와 목소리만 등장하는 지휘관(마이클 케인)의 무전 역시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제대로 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이 시퀀스만 돈 내고 보라고 해도 볼 사람들 꽤 많지 않을까 싶다.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해리 스타일스, 핀 화이트헤드, 아뉴린 바나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배리 케오간

개봉 2017 영국, 프랑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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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베이비 드라이버> 오프닝

<베이비 드라이버>

전투기 다음은 스포츠카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은 액션과 음악의 절묘한 만남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베이비(안셀 엘고트)는 오래된 아이팟의 플레이버튼을 누른다. 노래는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폴루션의 노래 ‘벨바텀스’다. 음악에 맞춰 그리프(존 번탈), 버디(존 햄), 달링(에이사 곤살레스)을 비추고 이들이 은행을 털러 간 사이, 베이비는 빨간색 스바루 WRX의 운전석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깨방정을 떤다. 노래의 내레이션까지 따라한 베이비는 은행에서 나온 동료들을 태우고 질주를 시작한다.<베이비 드라이버>의 이 오프닝 카체이싱 액션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는 마법을 만들어냈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22년 전, ‘벨바텀스’를 들으며 “이 노래가 카체이싱 노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2002년 록 밴드 민트 로열의 ‘블루 송’(Blue Song~)의 뮤직비디오에서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과 비슷한 연출을 선보인 적이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안셀 엘고트, 제이미 폭스, 존 햄, 케빈 스페이시, 에이사 곤살레스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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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옥자> 서울 추격전

<옥자>

<옥자>를 1위로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소 놀라운 결과다. 옥자는 액션 영화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기억 속에 서울의 추격전은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플레이리스트의 필자에게는 달랐다. 서울 추격전에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가 녹아 있다. 옥자를 태운 미란도의 트럭에 미자(안서현)가 매달리면서 추격은 시작된다. 옥자를 구하려는 동물 보호 단체 ALF의 트럭은 미란도의 트럭을 터널에서 멈추게 한다. 트럭에서 내리려는 미란도의 직원 박문도(윤제문)는 벽에 막혀 문을 열지 못하고, 트럭 운전사 김군(최우식)은 “1종 면허는 있지만 4대 보험이 없다”며 운전을 거부한다. 지하상가의 추격전은 좀더 유쾌하다. 옥자의 등장에 돼지코 분장을 한 젊은 여성은 셀카 동영상을 찍는다. 옥자는 '다X소' 매장을 덮치고 화면은 느려진다. 존 덴버의 노래 ‘애니스 송’(Annie's Song)이 흐르기 시작한고 ALF 단원들은 우산을 펼쳐 마취총에서 발사된 마취제를 막아낸다. 봉준호 감독의 액션 시퀀스는 다르긴 달랐다. 해외 매체의 기자·평론가들에게는 서울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만들어낸 유쾌한 액션 시퀀스가 분명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을 것이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대한민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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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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