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타임>에서 닉을 연기한 베니 사프디.

2017년 칸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굿타임>이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은행털이범 코니, 닉 형제의 더럽게 안 풀리는 하루를 담은 작품이다. 범죄에 성공했지만 탈주에 성공하지 못해 구치소에 수감된 동생 닉. 코니는 닉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사투를 벌인다. 코니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의 촘촘한 연기야말로 이 영화의 ‘발견’이라 칭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있는 건 지적 장애 동생 닉을 연기한 베니 사프디의 얼굴. 공허한 눈빛으로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닉, 낯선 페이스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베니 사프디는 알고 보면 <굿타임>의 감독이기도 하다.

굿타임

감독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출연 로버트 패틴슨, 베니 사프디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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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연출은 물론, 흡인력 있는 연기까지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신예 감독임을 입증한 그! 베니 사프디 이전에도 할리우드엔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내는 능력자들이 수두룩했다. 주연부터 카메오까지, 본업인 연출과 함께 연기까지 즐겨 하는 할리우드 감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우디 앨런
Woody Allen

<애니 홀>
<맨하탄>
<젤리그>
<할리우드 엔딩>
<스쿠프>
<로마 위드 러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우디 앨런이다. 10대 시절부터 각본가, 스탠드 업 코미디언 등으로 활동하다 1966년 <타이거 릴리>로 첫 연출 데뷔를 치른 우디 앨런은 줄곧 본인의 작품에서 주연까지 도맡아왔다. 그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면 다이안 키튼과 호흡을 맞춘 <애니 홀>(1977). 제5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디 앨런에게 감독상과 각본상을 안김과 동시에 그를 남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시킨 작품이다. 이후 <맨하탄>(1979), <젤리그>(1983), <한나와 그의 자매들>(1986), 최근작 <로마 위드 러브>(2012)에 이르기까지 우디 앨런은 꾸준히 본인의 작품 속에 제 얼굴을 담아왔다. 사라 제시카 파커와 함께 출연한 <선샤인 보이>(1995),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미>(1998)부터 <지골로 인 뉴욕>(2013) 등, 타 감독의 작품에서도 배우와 성우로 활약하기도!

애니 홀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토니 로버츠

개봉 197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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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황혼에서 새벽까지>
<데쓰 프루프>
<장고: 분노의 추적자>

쿠엔틴 타란티노 또한 연출, 각본, 연기까지 일인 삼역을 즐겨 하는 감독이다. 선댄스영화제를 휩쓸고 그를 단번에 스타덤에 올린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에선 미스터 브라운 역으로, 두 번째 연출작이자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펄프픽션>(1994)에선 빈센트(존 트라볼타)와 줄스(사무엘 L. 잭슨)에게 잠시나마 도움을 주는 지미 디믹 역으로 출연했다. 초기 필모그래피만 나열해도 넘사벽! 이후 각본을 작업한 <황혼에서 새벽까지>(1998)에선 리치 게코를 연기하며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였고, <데쓰 프루프>(2007),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7),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3) 등에 작은 역할로 얼굴을 비쳤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선 출연할 생각이 없었으나, 그가 맡은 역할의 촬영이 매우 위험한 데다 캐스팅이 계속 어긋나는 바람에 아예 본인이 연기했다고. 덕분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탄생했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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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로
Jon Favreau

<메이드>
<엘프>
<아이언맨 2>
<아메리칸 쉐프>

데뷔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작은 역할을 전전하던 존 파브로가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게 된 건 직접 각본을 쓴 코미디 <스윙어즈>(1996)에 출연하고서부터. 존 파브로는 2001년 범죄 드라마 <메이드>의 연출, 각본,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연출작인 <엘프>(2002)에선 결정적 단서를 입증하는 의사로 깜짝 출연했고, 그의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아이언맨> 시리즈에서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경호원 해피 호건으로 출연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무비>(2019)에서도 그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 공복에 보면 안 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2014)에서는 주연까지 도맡으며 다수의 영화제를 순항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연출작 <정글북>(2016)에서도 아기 멧돼지 목소리를 연기하며 깨알같이 출연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언맨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기네스 팰트로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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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나이트 샤말란
M. Night Shyamalan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
<레이디 인 더 워터>
<23 아이텐티티>

M. 나이트 샤말란 역시 제 작품 속 카메오 출연을 즐기는 감독 중 하나. 데뷔작 <분노를 위한 기도>(1992)에서부터 그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여태까지도 최고의 반전 영화로 손꼽히는 그의 대표작 <식스 센스>(1999)에서는 콜(할리조엘 오스먼트)의 주치의로 출연했고, <언브레이커블>(2000)에서는 던(브루스 윌리스)에게 검문을 받는 마약 거래상으로 출연했다. <싸인>(2002)에서는 그레이험(멜 깁슨)의 아내를 죽인 트럭 운전수로, <레이디 인 워터>에선 주인공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빅 랜으로 등장한다. 6년 만의 복귀작 <23 아이덴티티>에서는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와 함께 CCTV를 돌려보던 제이를 연기했다.

식스 센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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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Peter Jackson

<고무 인간의 최후>
<프라이트너>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호빗: 뜻밖의 여정>

B급 슬래셔 무비에서부터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덕후로 손꼽히는 피터 잭슨은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시작했다. (제작비가 없어 직접 나섰을 가능성이 높지만) 데뷔작 <고무 인간의 최후>(1987)에선 무려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이 작품에선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과학자 데릭을 연기했고, <데드 얼라이브>(1992)에선 장의사의 조수로 얼굴을 비쳤다. <프라이트너>(1996)에서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든 피어싱 남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호빗> 시리즈에선 매 편 다양한 모습으로 얼굴을 비쳤다. 주인공들에게 창을 던지는 군인, 레골라스의 활에 맞는 해적 등 해당 영화마다 그 모습도 가지각색. 심지어 본인의 가족들까지 영화에 출연시켰다. 뿐만 아니라 <킹콩>(2005)에서는 킹콩에게 총을 쏘는 사내로, <러블리 본즈>(2009)에서는 카메라를 구경하는 행인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리브 타일러, 비고 모텐슨, 숀 애스틴, 케이트 블란쳇

개봉 2001 뉴질랜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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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갱스 오브 뉴욕>
<휴고>

마틴 스콜세지 역시 카메오 출연을 즐기는 감독이다. <아이 콜 퍼스트>(1967)에서 갱스터로 깜짝 출연한 걸 시작으로 인상 깊은 역할을 여럿 소화했다. <택시 드라이버>(1989)에서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손님으로 등장했고, <코미디의 왕>(1983)에서는 출연 배우를 다독이는 감독으로 등장했다. <순수의 시대>(1993) 속 메이(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을 담는 사진가,  <갱스 오브 뉴욕>(2002) 속 저택의 주인, <에비에이터>(2004)의 프로젝터 담당자가 모두 그의 모습! <휴고>(2011)에서는 조르주 멜리에스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로 등장한다.

택시 드라이버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7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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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나는 결백하다>
<구명보트>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새>

이 리스트에서 언급하지 않으면 서운할 한 사람,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세 번째 장편 연출작 <하숙인>(1927)을 시작으로 본인의 작품에 카메오 출연을 즐겨 하기 시작했다. 대사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단역이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한다는 점이 그만의 매력. <이창>(1954),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싸이코>(1960), <새>(1963) 등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으니, 영화를 보게 된다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