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출연, 우정출연, 카메오...대체 뭐가 다른 거지?

개봉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두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과 <1987>의 공통점! 바로 ‘탄탄한 배우 라인업’입니다. 이미 주·조연 리스트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는데, ‘특별출연’, ‘우정출연’이란 이름으로 탑승한 배우들까지도 쟁쟁하니! 영화를 보면서 눈 호강은 덤으로 얻는 셈이죠. 풍성한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늘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특별출연은 뭐고, 우정출연은 뭐지? 그렇다면 카메오는? 뜨든! 오늘 씨네플레이에서는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의 정의를 짚어보고, 인상 깊었던 사례들까지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특별출연

특별출연은 말 그대로 ‘특별한’ 출연을 말합니다. 극 속에서 비중은 작지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배역에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경우를 ‘특별출연’이라 말하죠. 감독 혹은 출연진과의 친분과 의리를 앞세워 출연하는 경우도 있고, ‘이 배우 아니면 안돼!’를 외치고픈 배우에게 직접 출연 제의를 하기도 합니다. 개런티는 경우마다 가지각색! <신과 함께>, <1987>을 비롯해 몇몇 영화의 특별출연 비하인드를 알아볼까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 (2017)
특별출연 / 이정재, 김해숙, 이경영, 김하늘, 유준상

<신과 함께>에선 주연급 배우들이 각 지옥의 대왕을 연기하며 특별출연으로 합류했습니다. 초강대왕을 연기한 김해숙, 자홍(차태현)의 동료 소방관으로 출연한 유준상, 송제대왕, 오관대왕으로 스치듯 지나간 김하늘, 이경영 모두 특별출연으로 크레딧에 올랐죠. 김용화 감독은 개봉 후 인터뷰에서 “적은 분량에도 선뜻 출연에 응해준 배우들에게 참 고맙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엔 특별출연계의 특별 케이스도 존재했죠. 100회차 촬영 중 30회차를 촬영한, 거의 주연급(!)인 듯한 염라대왕 이정재 또한 특별출연으로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오! 브라더스>로 김용화 감독과 15년째 연을 맺고 있던 이정재! 그는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신과함께2>에도 얼굴을 비칠 예정입니다.

신과함께-죄와 벌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개봉 2017 한국

1987 (2017)
특별출연 / 설경구, 여진구, 강동원, 문성근, 오달수, 고창석, 우현, 정인기, 문소리

<신과 함께>의 특별출연이 어딘가 깜짝 이벤트스러웠다면, <1987>의 특별출연은 스치듯 지나치는 배역 하나하나가 한데 모여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죠. 박종철 열사로 출연해 영화의 막을 연 여진구, 이한열 열사로 출연해 영화의 문을 닫은 강동원을 비롯해 수많은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영화에 합류했습니다. 실제 1987년 연세대 학생회 전선에서 투쟁했던 우현, 영화의 엔딩 크레딧 영상에 등장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박종철 열사와 고등학교 동문인 오달수 등! 배우들의 뜻깊은 출연 비화가 영화의 여운을 한층 더 짙게 만들어주었죠.

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 한국

그 이전
존재감 넘쳤던 특별출연들

이병헌
정채산 역, 밀정 (2016)

<신과 함께>의 염라 이정재에 앞서 <밀정>의 정채산, 이병헌이 있었습니다. 주연만큼이나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쳤던 그! 이병헌은 <밀정> 이전 김지운 감독과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로 호흡을 맞춘 바 있죠. 차곡차곡 쌓아온 인연으로 ‘이병헌의 특별출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밀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 대한민국

조승우
김원봉 역, 암살 (2015)

미리 김원봉 역에 조승우를 점찍어둔 최동훈 감독. 술자리에서 그에게 <암살>의 시나리오를 건넨 후, 큰 역할은 아니라서 ‘시나리오를 읽고 재미없으면 안 해도 된다’며 역할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조승우는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 중 제일 재밌다”고 답하며 <암살>에 합류하게 되었죠. 이런 훈훈함! 당시 <내부자들> 촬영 중이던 조승우는 <암살>을 위해 중국 로케이션까지 감행했습니다. 후에 인터뷰에서 “6회 촬영을 60회차처럼 찍더라”(ㅋㅋㅋㅋ)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죠.

암살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개봉 2015 대한민국

김수현
젊은 박씨 역, 수상한 그녀 (2014)

“워뗘, 후달려?” 극장 내 자동 탄성을 이끌었던 특별출연계 레전드. 황동혁 감독은 “심은경 또래의 젊은 배우를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김수현이 떠올랐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습니다. 마침 황동혁 감독의 전작 <도가니>를 인상 깊게 봤던 김수현.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황동혁 감독의 캐스팅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죠. 김수현의 특별출연은 <수상한 그녀>의 흥행 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상한 그녀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개봉 2014 대한민국

송중기
정약용 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2)

송중기는 차태현과의 인연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깜짝 출연했습니다. 차태현이 “결국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는 건 너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득해(~~ㅋㅋㅋ참트루!~~) 송중기 특별출연 섭외에 성공했다는 후문이 있죠. 영화 출연 후 출연료를 극구 마다한 송중기! 제작사는 그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출연료 겸 선물로 줬다고 하네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감독 김주호

출연 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개봉 2012 대한민국

소지섭
정조 역, 사도 (2014)

<사도>의 소지섭은 ‘노 개런티’로 <사도>에 특별출연했습니다. 그는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사도세자(유아인)의 아들, 정조를 연기했죠. 이준익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사도>에 합류한 소지섭. 그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분량에 상관없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다.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사도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4 대한민국

윤은혜
분방 역, 허삼관 (2015)

특별출연에 노개런티, 분장까지 진행한 경우! ‘은혜씨가 해주면 사랑스러운 역할이 있다’는 하정우의 말에 대본도 보지 않고 영화에 합류하겠단 대답을 전한 윤은혜. 하정우가 연출을 맡은 <허삼관>에서 그녀는 100kg 거구의 분방으로 파격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분장을 해야 했음은 물론, 분장 당시 접착제 알레르기로 약까지 먹고 촬영했다는 그녀. 열의가 대단하네요!

허삼관

감독 하정우

출연 하정우, 하지원

개봉 2014 대한민국

우정출연

<신과함께> 김수로

우정출연은 말 그대로 ‘우정’을 앞세운 출연입니다. 감독이나 출연 배우와 친한 배우들이 짧은 분량으로 깜짝 출연하는 경우를 말하죠. <신과 함께>엔 김수로와 김민종이 우정출연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처럼 우정출연은 대부분 단역으로 출연합니다. 극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배역’으로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별출연과의 차이점입니다. 친분과 의리로 다져진 출연이니만큼, 개런티를 받지 않거나 선물로 출연료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 이전
존재감 넘쳤던 우정출연들

친절한 금자씨 (2005)
우정출연 / 송강호, 신하균, 강혜정, 윤진서, 오광록, 유지태, 류승완 등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의 완결판, <친절한 금자씨>에선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의 송강호, 신하균, <올드 보이>의 강혜정, 윤진서 등 수많은 배우들이 우정출연으로 합류했죠. 송강호는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감독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복수는 나의 것>에 나왔던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정출연 소감을 밝혔습니다.

친절한 금자씨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최민식

개봉 2005 대한민국

인류멸망보고서 - 멋진 신세계(2011)
우정출연 / 윤제문, 봉준호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엔 많은 배우들이 우정출연으로 합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바로 봉준호 감독의 이름! 그는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멋진 신세계>에서 TV 토론회 패널 이준호를 연기했습니다. 기업가 주제문을 연기한 윤제문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죠. 임필성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출연해서 너무 고생해 내 영화에서 그를 괴롭혀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출연료는 그가 입고 나왔던 개량 한복으로 지불했다”고 밝혔습니다. 돈독한 우정이 빛났던 출연이었네요!

인류멸망보고서

감독 김지운, 임필성

출연 류승범, 송새벽, 김강우, 송영창, 김규리, 고준희, 진지희

개봉 2011 대한민국

베테랑 (2015)
우정출연 / 마동석

우정출연계의 존재감 갑! <베테랑>의 왕 형사 역을 연기할 뻔했으나 스케줄 때문에 합류하지 못한 마동석. 그는 <베테랑>에 우정출연으로 함께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등장만으로도 강력 포스 자랑하는 아트박스 사장님을 연기했죠. 우정출연만으로도 인생 캐릭터 창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 대한민국

리얼 (2017)
우정출연 / 박서준, 안소희, 아이유, 수지, 다솜, 손현주, 박경리, 김주하, 민하 등

우정출연으로 돋보이는 최근작으로는 <리얼>이 있겠네요. <리얼> 우정출연엔 주연 김수현의 인맥이 총동원되었습니다. 그와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수지와 아이유, 같은 소속사였던 배우 박서준을 비롯해 수많은 배우와 가수가 우정출연으로 <리얼>에 합류했죠. 하지만 몇몇은 눈에 잘 안 띄어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함정.

리얼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이성민, 성동일

개봉 2016 대한민국

카메오
Cameo

<스파이더맨: 홈커밍> 속 스탠 리

‘저명한 인사나 인기 배우가 극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등장해 아주 짧은 동안만 하는 연기.’ 카메오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쉽게 말해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을 영어로 ‘카메오(Cameo)’라 부르죠. 특별출연, 우정출연보단 폭넓은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위에 언급한 사례들도 카메오로 분류되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마블의 수장, 스탠 리 옹이죠. 이발사, DJ, 동네 할아버지 등 마블 영화마다 가지각색 카메오 역할을 소화하시는 능력자! 다음 마블 영화에선 어떤 역으로 등장할지 기대될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