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건 영화 <파수꾼>을 통해서였습니다. 기태(이제훈)와 동윤(서준영)보다 강렬했던 '베키'의 모습에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눈여겨보게 되었죠. 이후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간간이 근황을 확인하던 어느 해, <동주>로 신인남우상을 휩쓰는 그를 보며 괜히 에디터가 다 기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올해 열일배우·소배우·대세배우를 예약한 박정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배우의 꿈을 품다

학창시절 그는 평범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속 썩이지 않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죠. 그러던 그의 운명은 중학교 3학년 친구의 아버지 별장에 놀러 가며 바뀌게 됩니다. 그곳에서 어떤 아저씨(?)들을 만나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들은 극단 차이무의 배우들이었던 것! 그들 중 한 명이 배우 박원상이었고, 후에 극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박정민은 연기의 꿈을 키워가게 됩니다.


학번이 무려 3개?

늘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배우에 대한 열망이 있었지만 배우의 길에 오르기까지는 고난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난리가 나며 대학 입학 전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는 말조차도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예종 시험을 봤고, 낙방 후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입학한 후에도 한예종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던 그는 고려대 자퇴 후 이듬해 그토록 원하던 한예종에 입학합니다. 놀라운 점은 영화과로 입학해 연기과로 전과를 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새로 입학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워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 그렇게 그는 고려대 05학번, 한예종 영화과 06학번, 한예종 연기과 09학번까지 학번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의 별명은?

그는 명예로운 별명 두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예산영화계의 송강호'와 '포스트 황정민'이죠. 독립영화에 다수 출연하며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과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황정민의 어린 시절을 탁월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인데요. 정작 본인은 이러한 별명에 대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것 같다'며 부담스럽다고 밝힌 바 있죠.


<쓸 만한 인간> 저자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언희'입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월간지 <톱클래스>에 언희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했고, 3년간 차곡차곡 써온 글을 모아 그는 지난 2016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출간했습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에디터도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진 못하고 인터넷으로) 책을 샀습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한 것도 아니고, SNS도 하지 않아 몰랐던 인간 박정민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었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의 매력 속으로 한 발 한 발 깊이 빠져들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를 오가는 능력자

박정민은 다작 배우입니다. <파수꾼> <전설의 주먹> <오피스> <동주> <순정> 등 24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골든타임> <너희들은 포위됐다> <모모살롱> <안투라지> 등 9편의 드라마에 나왔으며, <키사라기 미키짱> <G코드의 탈출>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3편의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죠. 그는 역할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어떤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뿜어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는데요.

그 중 가장 빛났던 역할을 어렵게 꼽아보자면, 그의 이름과 얼굴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리게 된 캐릭터인 <동주>의 몽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동주 시인(강하늘)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평소 그분의 사진을 늘 품고 다녔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덕분에 그는 <동주>로 2016년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등을 비롯해 6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됩니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아주 잠.깐. 출연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성보라(류혜영)의 전남친 종훈 역할이 가장 임팩트 있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달려가 한 대 팡 때리고 싶었던 것..!)

파수꾼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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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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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또 한 번 스펙트럼을 넓히다

최근작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그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진태를 연기합니다. 서번트 증후군과 피아니스트라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진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그는 "박정민의 표현이 아닌 진태의 표현"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죠. 또한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하루 5~6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고, 영화를 연출한 최성현 감독은 그에게 "집에서 연습하라"며 피아노를 한 대 사주었다고 합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성현

출연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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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는 더 많이! 더 바쁘게!

올해는 스크린에서 그의 얼굴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루미(심은경)를 돕는 변호사 정현으로 분해 이성적이지만 의외의 빈틈을 보이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매력뿜뿜할 예정이고요.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과 또 한 번 만나는 작품 <변산>에서 무명 래퍼 학수 역할을 맡아 김고은과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이정재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사바하>에서는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교주 나한으로 분했죠. 여기에 더해! 올해 개봉작은 아니지만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다시 만나 작업할 <사냥의 시간>도 있습니다. "세 편(<염력> <변산> <사바하>) 모두 맡은 인물과 영화 스타일이 달라 각양각색의 박정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 지금껏 보여줘온 모습보다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박정민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염력

감독 연상호

출연 류승룡, 심은경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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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감독 이준익

출연 박정민, 김고은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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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사바하

감독 장재현

출연 이정재, 박정민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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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아본 배우 박정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또 다른 사실들이 있다면 살포시 댓글로 달아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