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많았다니.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서 연신 내뱉은 감탄사다. 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우발적으로 폭행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특급 투수 김제혁이 원톱 주인공이지만 그를 둘러싼 조연들의 활약은 실로 엄청나다. 각 캐릭터들이 품고 있는 개성과 사연만으로도 드라마 속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2개월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2상6방 김제혁의 감방 친구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연출 신원호

출연 정경호, 박해수, 이규형, 최무성, 김성철, 정웅인, 성동일, 유재명, 크리스탈, 임화영, 김경남, 박호산, 강승윤, 김한종, 정민성, 주석태, 이호철, 정재성, 최연동, 강기둥, 안상우, 박형수, 이훈진, 김기남, 안창환, 이도겸, 신재하, 염혜란, 정해인

방송 2017,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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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롱이' 이규형

상습 마약투약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유한양(이규형)은 약 기운이 사라지면 눈치도 개념도 함께 사라진다. 맥없는 표정과 혀풀린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의 약을 올리다 보면 여지없이 한대 맞기 일쑤다. 늘 해롱해롱거린다 해서 별명도 해롱이. 하지만, 얄밉기보다는 귀엽다. 이규형은 2007년 음악극 <두근두근>으로 대학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영화 <나의 독재자>(2014)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맡으며 서서히 주목받던 그는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선과 악의 양면을 동시에 가진 검찰청 윤 과장으로 출연해 놀랄 만한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 눈을 사로잡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라이징스타로 부상한 이규형은 뮤지컬 <팬레터>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간다. 사랑에 빠진 소설가를 연기하는 그를 보기 위한 행렬이 뜨겁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이규형이 출연하는 전 회차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이다.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활동하는 그의 행보를 기대해보자.


'유대위' 정해인

유대위(정해인)는 등장부터 까칠했다.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사사건건 예민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그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대위는 자신의 부하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감옥 동료들과 교도관,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그의 결백이 입증되기를 애타게 기원했고, 끝내 재심이 통과되며 막을 내렸다. 반듯하고 잘생겼다. 죄수복을 입혀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20살 청년처럼 보이는 그가 우리 나이로 서른 한살이라니 믿어지는가? 고3 때 길거리 캐스팅되어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그는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와 정식 데뷔는 다소 늦은 편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김고은)의 첫사랑으로 특별출연해 한동안 ‘태희 오빠’로 불리며 호응을 얻었고, <불야성>에서 이요원의 훈남 보디가드 ‘탁’으로 출연하며 사람들에게 제대로 자신을 알렸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역모-반란의 시대>(2017)를 거쳐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해인은 오는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흥부>에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극심한 당쟁에 휘둘리는 헌종으로 관객을 찾는다. 또 3월에는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손예진과 함께 출연해 브라운관을 훈훈한 봄기운으로 달굴 예정이다.

흥부

감독 조근현

출연 정우, 김주혁, 정진영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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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

“뜩유의 허딸븐 또리로 디떵다들의 관띰을 한몸에 바든 따람이 있따.” 여기까지 잘 이해했다면 당신도 ‘문래동 카이스트’의 팬임에 틀림없다. 사기도박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강철두(박호산)는 못 만드는 게 없는 교도소 내 맥가이버다. 문래동에서 철공소를 운영했던 전력 때문에 얻은 그의 별명이 바로 ‘문래동 카이스트’. 하지만, 지적인 별명과는 반대로 철딱서니 없는 허당 캐릭터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최대 수혜자를 꼽자면 단번에 떠오르는 배우는 바로 박호산이다. “라면은 역시 딘나면”, “디랄 땀따드세요”, “땅처엔 후디딘”, “됴크됴크” 등 무수한 유행어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종영을 앞두고 갑자기 이감되며 사라진 그의 복귀를 바라던 “문래동 도다와!”라는 목소리가 그 사랑의 증거다.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치던 그는 최근 드라마 <원티드>, <피고인>을 거치며 주목받더니 마침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먼저 찾지 않아도 대본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셈이다. 박호산은 상반기 중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8년 그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장기수 김민철' 최무성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조직 간 다툼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22년째 복역 중인 장기수 김민철(최무성)의 첫인상은 험상궂고 무섭다. 하지만 올바른 교정의 사례란 이런 것이라고 할 만큼 이제는 더없이 모범적인 수형자다. 제혁은 물론이고 같은 방 식구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큰형같이 듬직한 인물이지만 가끔 뜬금없는 엉뚱함으로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최무성은 극단 연희단 거리패를 거친 연극배우 출신이다. 또한 <먼데이 P.M.5>, <사람을 찾습니다>, <청소부> 등을 연출한 연극 연출가이기도 하다. <악마를 보았다>(2010), <베를린>(2013), <연애의 온도>(2013) 등 많은 영화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리얼하게, 그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자연스럽게 있는 듯 없는 듯 제몫을 다하는 것이 그의 무기다.

<1급기밀>(좌), <살아남은 아이>(우).

교도소를 떠난 최무성은 곧 개봉하는 영화 <1급기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엔 악역이다. 그는 전투기 추락사건을 은폐하려는 군장성 역을 맡아 “악역이 당할 때 속 시원하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살아남은 아이>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무성은 김여진과 함께 부부로 출연한다.

1급기밀

감독 홍기선

출연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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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감독 신동석

출연 김여진, 최무성, 성유빈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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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