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브라운관에서 얼굴 보기 힘든 배우지만 데뷔 초 이병헌은 줄곧 드라마에만 출연해왔습니다. <내일은 사랑> <해 뜰 날> <해피 투게더>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주로 밝고 가벼운 인물들을 연기했죠. 최근 몇 년 간 무거운 역할들로 대중들을 찾아오던 그가 얼마 전 코미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힘을 빼고 가볍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예전 작품들 속 그의 캐릭터들이 떠올랐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병헌의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영화 속 코믹 캐릭터들을 쏙쏙 골라보았습니다.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이종두

이병헌의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드라마 <사랑의 향기>로 앞서 호흡을 맞춘 적 있던 톱스타 최진실과 다시 한번 주연을 맡게 된 작품이었죠. 첫 영화를 코미디로 선택한 데 대해 그는 "영화에서는 TV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코미디를 선택했다"고 밝혔는데요. 영화 속 위기의 세일즈맨 종두 역할을 맡은 그는 작정이라도 한 듯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감독 구임서

출연 이병헌, 최진실

개봉 199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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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이수혁 병장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입니다. 그의 첫 흥행작임과 동시에 그가 그토록 원하던 '영화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이죠. 또한 박찬욱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요. 영화는 분단의 현실과 전쟁의 공포를 그리면서도 남북한 병사들 사이에서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웃음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영화 초반 이수혁 병사가 지뢰를 밟고 "살려주세요" 하며 눈물 흘리고 애원하던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은 관객이 있을까요. 또한 이수혁 병장이 오경필 중사(송강호), 정우진 전사(신하균)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웃음을 유발했죠.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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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비밀은 있다
최수현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드라마 <올인>,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중독> 출연 이후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염려해 선택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영화 속 진영(추상미), 선영(최지우), 미영(김효진) 세 자매와 얽혀 사각관계의 중심에 서는 바람둥이(!) 수현을 연기했습니다. 수현은 마냥 가벼운 모습보다는 여유와 매력이 한껏 넘치는 옴므파탈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뭇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요. 영화 속에서만큼 그는 현장에서도 유머가 넘쳤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한 기자가 "셋 모두와 베드신이 있나요? 키스신은 물론 있겠죠?" 하고 러브신에 대해 집요하게 묻자 이병헌은 "혹시 북에서 오셨어요?"라고 대답했고 현장의 사람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는 후문입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감독 장현수

출연 이병헌,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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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하선

<달콤한 인생> <그해 여름> 이후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하고 <악마를 보았다>로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며 한동안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아오던 그가 오랜만에 소소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 영화죠. 그의 필모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1인 2역을 연기했지만 세밀하게 따지자면 광해/하선/광해를 연기한 하선까지 1인 3역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는 왕의 대역인 어리숙한 하선을 연기하며 그 안의 개그 본능이 꿈틀댐을 느꼈다고 밝혔고, 영화 초반 광해 연기를 하는 하선은 정말 웃겼습니다. 에디터는 특히 '매화틀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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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안상구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900만(<내부자들-디 오리지널> 스코어 포함)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한 작품이죠. 이병헌은 극중 복수를 꿈꾸는 정치깡패 안상구를 연기했습니다. 원래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더욱 힘 있고 조폭스러운 캐릭터였으나, 이병헌은 관객이 숨 쉴 여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감독에게 캐릭터에 대해 여러 제안을 하게 됩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대사와 지문이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영화 명대사 중 하나인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도 현장에서 탄생한 애드리브이고, 안상구와 우장훈(조승우) 검사가 모텔방에 함께 있는 신에서 화장실 벽을 통유리로 만든 것 또한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우민호 감독은 당시 "이병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니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부자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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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김조하

<마스터> <싱글라이더> <남한산성>까지 누구보다 바쁜 2017년을 보낸 그가 연초부터 코미디 영화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코믹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코미디 작품에 출연한 건 거의 20년 만이죠. 이병헌은 <그것만이 내 세상>에 대해 "주종목을 만났다"며 반가움과 자신감을 드러냈는데요. 한물간 복싱 챔피언 조하를 연기하며 그의 이복동생 진태 역할을 맡은 박정민과 코믹 케미를 뽐냈습니다. 유머 포인트에서 80~90%는 애드리브였다고 하니,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웃김'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성현

출연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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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아본 '웃긴' 이병헌의 모습은 여기까지! 리스트에는 없지만 여러분이 알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